그간 ‘나무가 들려주는 경영이야기’ 코너를 통해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다양한 가치들을 공유해왔다. 2022년 새해부터는 책 속에 녹아 있는 삶의 지혜와 가르침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그 첫 주제는 ‘채근담’에서 뽑아 보았다.
글_박홍규(前 한전KPS 원자력연수원장)
'채근담'은 명나라 말기에 홍자성(洪自誠)의 전집 225편, 후집 134편 총 359편으로 이루어진 어록집이다. 동양의 탈무드라 여겨질 만큼 삶의 마음 수양을 위한 나침반으로 손색이 없다. 홍자성의 벗 우공겸은 책의 앞머리 격려의 글에서 ‘이욕(利欲)에 취한 세상 사람들의 흐린 정신을 맑게 씻어 주고 깨워 주는 참으로 요긴한 말’이라 하였다.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1970년대 후반 전남 영광의 친구로부터 받은 선물이었다.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는 46년 전 출간된 누렇게 바랜 책은 흡사 고서와 같다. ‘채근담’의 본문 첫 장에 나오는 이 문구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숱한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또 다른 나는 나에게 묻곤 했다. ‘예전대로 하면 되지. 사서 고생이냐’. 직무분석, 인력진단, 핵심역량 등 회사에 처음 도입하는 개념들을 제도에 안착시키기까지 고비마다 항상 ‘채근담’의 첫 글은 나의 마음을 다독거리며 위안을 주었다. 가만히 있어도 월급이 나오는 편안함을 택할 것이냐,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 시간적·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감수하며 추진할 것이냐의 선택의 갈림길에서 ‘채근담’의 문구는 이정표 같은 지침이 되었다. 직장생활이란 관습에 적응하며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직장생활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가치 있는 삶을 위해서는 때로는 고독해지고 고립된 섬처럼 외롭지만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기존의 관습과 익숙해짐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마주할 때마다 응원보다는 핀잔이 앞서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조직의 발전은 늘 고독함에서 비롯된다. 새로운 일에 몰두하다가 모두 퇴근 해버린 빈 사무실에 홀로 남겨졌을 때의 적막함을 다독거리며 위로하곤 했다. ‘쓸쓸하고 외로울지언정 영원히 불쌍 하게 될 일은 하지 말아야지’.
새해를 앞두고 계획을 세울 때 자신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설계한다면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가치관이란 개개인의 삶이나 어떤 대상에 대해서 옳고 그름, 좋고 나쁨, 바람직한 것을 판단하는 관점을 말한다. 일을 추진할 때 사안마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는 판단과 결정의 근거가 된다. 즉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서 삶의 나침반을 세워보자.
이러한 생각의 기둥이 올곧게 세워져 있다면 흔들림 없이 방향잡기가 수월해진다. 그러나 가치는 눈앞의 작은 욕구에 의해서 쉽게 좌절되기도 한다. 언론보도에서 흔히 보는 불미스러운 일들이 욕구에 굴복하여 처량함의 나락으로 빠진 사례들이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회사의 핵심가치는 모든 사안의 판단근거이자 행동지침이다. 1980년대 이후 필요성이 부각된 핵심가치는 기업의 윤리수준 점검(경영감독 강화 차원)과 사업목표 달성(경쟁력 강화 차원)이라는 두 가지 배경에서 비롯되었다.
“우리회사의 핵심가치는 무엇입니까”라고 물을 때 확실하게 답하는 직원이 얼마나 될까. 회사 홈페이지에 비전 항목에는 ‘고객신뢰·기술중시·혁신성장·사회책임’이라는 한전 KPS의 비전 항목이 소개되어 있다. 핵심가치가 분명한 조직이 사명(Mission)도 분명하다. 사명이 명확해야 회사 비전과 목표도 분명해진다. 그것은 회사의 존재 이유와 목적인 사명을 실행하는 판단 기준이 핵심가치이기 때문이다. 핵심가치는 의사결정과 갈등의 순간에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핵심가치가 분명하게 자리잡은 기업은 모든 행동규범을 대체하고 조직의
정체성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핵심가치는 보여주기 위한 장식 언어가 아니다. 모든 사안의 판단·결정의 잣대로 활용되기 때문에 각종 제도와 연계하여 현업에서 항상 작동되도록 주력해야 한다. 채용, 배치, 육성, 평가시스템 전반에 핵심가치가 개인과 부서의 역량을 평가하는 척도로 사용되어 일관성 있게 운영되어야 조직 내부에 정착된다. 그 결과는 기업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를 위해서는 경영의 강력한 수단으로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기업의 윤리수준 점검과 사업목표 달성이라는 두 가지 배경에서 비롯된 핵심가치는 지속적으로 강화시켜 나아갈 요소라면 윤리강령은 필수적인 준수 요소이다. 전문가들은 윤리경영이 ‘준수와 위반’ 구도로 운영되면 한두 차례의 교육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으며, 감사대상으로만 여기면 개개인에게 내면화되지 않아 감사 사각지대에서 비윤리적인 행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즉 윤리경영은 핵심가치와 연결되어 기업의 판단과 결정의 기준잣대로 작용되어야 지속발전이 가능하다.
핵심가치의 정착프로세스는 핵심가치의 도출→가치별 행동규범 도출→선포 및 공유→제도 및 시스템 정렬→강화로 이어진다. 액자 속의 핵심가치가 되지 않도록 부단히 성공사례를 발굴하고 전파함과 동시에 가치 실천을 촉진시킬 수 있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윗사람의 솔선수범이 두 마리 토끼(윤리경영과 핵심가치)를 잡을 수 있는 성공 요인임은 분명하다.
새해를 맞이하며 새롭게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새내기들은 물론 새로운 변신을 궁리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기반으로 원대한 계획을 세워보자.
작심삼일이 두렵다면 삼일마다 다시 새롭게 계획하고 실천하면 된다. 꿈은 ★ 이루어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