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ERGY

퇴근길 인문학

조직문화를 승리로 이끄는

손자병법의 4가지 키워드


글_박재희 작가(「마음공부 명심보감」
  저자, 前 POSCO 전략대학 석좌교수)

상산常山의 솔연率然

“나는 상산(常山)의 조자룡이다!” 삼국지의 명장, 조자룡이 장판교 전투에서 백마를 타고 조조의 대군을 단숨에 돌파하면서 외친 말이다. 상산(常山)은 조자룡의 고향이며 중국 허베이성 스자좡(石家庄)에 있다.

<손자병법>에는 상산에 사는 솔연(率然)이란 뱀을 통해 승리하는 조직의 특징을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상산에 사는 솔연(率然)은 영원히 죽지 않는 뱀의 이름이다. 누군가 그 뱀의 머리를 때리면 꼬리가 달려들어 구해주고, 누군가 그 뱀의 꼬리를 때리면 머리가 달려들어 구해준다. 이번엔 그 뱀의 몸통을 때리면 머리와 꼬리가 동시에 달려서 구해준다. 그래서 상산에 사는 솔연이란 뱀은 영원히 죽지 않는 뱀이 되는 것이다.’

머리와 꼬리와 몸통이 하나가 되어 서로를 지켜주고 끝까지 생사를 함께하는 솔연은 모든 조직이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조직의 모습이다. 머리, 몸통, 꼬리, 비록 서로 다른 뱀의 부위지만,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 조직도 마찬가지여서 경영자와 중간 관리자, 실무자들이 하나가 되지 않으면 그 조직은 생존할 수 없다. 무엇이 더 중요한 자리가 아니라 서로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역할을 할 때 비로소 그 누구도 당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같은 꿈을 꾸게 하라! :
상하동욕上下同欲

전쟁의 승패는 간부와 병사들의 화합에 달려있다. 아무리 무기가 좋고, 군량미가 많아도 리더와 팔로워 간에 화합이 없다면 결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손자병법>에서는 이렇게 서로 화합하여 싸우면 늘 이기는 조직의 특징을 상하동욕(上下同欲)의 군대라고 강조한다. 지휘관(上)과 병사(下)들이 같은 꿈과 목표를 갖고 한마음으로 싸우는 군대라는 뜻이다.

하늘의 기상 조건(天時)이 아무리 좋고, 땅의 지리적 이점(地利)이 아무리 유리하다고 해도, 결국 그 성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화합(人和)만 못 할 것이라는 <맹자>의 철학도 결국 조직의 승패는 조직 구성원의 화합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사람의 화합이다. 생각도 다르고 관점도 다른데, 자기 생각을 내려놓고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한다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꿈을 꾸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구성원들의 마음도 변하기 때문이다.

장군의 덕목 :
지신인용엄智信仁勇嚴

망해가던 조직도 능력 있는 지도자가 이끌면 성공하는 조직으로 바뀌기도 하고, 잘 나가던 기업도 능력 없는 지도자가 맡으면 하루아침에 몰락의 길을 걷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손자병법>에는 성공하는 지도자의 덕목 5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지장(智將)이다. 뛰어난 전략과 현장 운영으로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이다. 병법이나 줄줄 외우고 높은 학력이 있다고 지장이 아니다. 현장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지장이다. 산전수전(山戰水戰) 어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해결 방법을 찾아낼 수 있는 실력이다.

두 번째 신장(信將)이다. 조직원들의 신뢰를 얻고 있는 장군이다. 리더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조직은 존립 기반이 무너진다. 신뢰는 상생의 소신을 통해 쌓아진다. 나 혼자만의 승리가 아니라 부하들과 함께 살아서 돌아가겠다는 상생의 소신이 지도자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 낸다.

세 번째 인장(仁將)이다. 인(仁)은 따뜻한 인간적 유대감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다. 아무리 실력이 출중한 지도자라도 구성원들과 따뜻한 유대감이 없다면 결코 성공하는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조직은 결국 사람들의 결합체이기 때문에 조직원들의 충성심과 열정을 얻어내야 하며, 이것은 지도자의 평소 따뜻한 배려와 섬김이 선행되어야 한다.

네 번째 용장(勇將)이다.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있는 지도자의 용기가 구성원들의 일하고자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회피하고 구성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지도자를 위해 자신의 열정을 불태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섯째 엄장(嚴將)이다. 원칙과 규정을 준수하고, 엄격한 신상필벌(信賞必罰)을 시행하는 능력이다. 공정한 보상은 조직의 열정을 끌어 올린다. 공과 사를 엄격하게 구별할 줄 아는 장군의 능력이다.

공감의 도시 : 주천酒泉

따뜻한 장군의 마음으로 병사들에게 감동을 줘 승리하는 조직으로 만든 한 무제 때 활약한 곽거병 장군의 이야기가 있다. 서역 정벌의 명을 받고 3만 명의 병사들과 함께 출병한 곽거병 장군은 병사들의 갈수록 떨어지는 사기에 고민하였다.

그때 황제로부터 술 한독이 하사품으로 내려왔다. 멀리 서역 정벌을 위해 전장에서 고생하고 있는 곽 장군에게 보내는 황제의 신뢰를 담고 있는 술이었다. 곽 장군은 황제가 내린 술을 병사들과 함께 마실 수만 있다면 병사들의 사기가 다시 올라갈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술 한독으로 3만의 병사가 함께 술을 마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 그때 곽 장군은 병사들을 사막의 오아시스 주위에 모아 놓고 병사들이 보는 가운데 황제가 내린 술을 쏟아부으며 크게 외쳤다. ‘황제가 내린 이 술을 모두 함께 마시자!’ 그리고 술을 탄 샘물의 물을 모두 떠서 마시게 하였다. 병사들은 장군의 마음에 감동해 다시 사기충천하였고, 서역 정벌에 성공했다. 그 후로 그 샘물의 이름을 ‘술샘’이란 뜻의 주천(酒泉)이라고 명명하였고, 지금 인구 20만 명의 서역으로 들어가는 도시가 되었다.

자신의 이익과 당파의 권력을 버리고 오로지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함께 공감하여, 어려운 시기를 넘을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지도자가 더욱 절실한 시절이다. 지도자의 따뜻한 공감 능력은 팔로워들의 신뢰와 열정을 끌어 올린다. 상산(常山)의 솔연(率然)처럼, 상하동욕(上下同欲)의 조직문화를 만들어 내는 조직의 장래는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