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강민우(변호사강민우법률사무소 대표)
평생 모은 재산,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법이 존재할까? 결론적으로 존재한다.
상속은 가족 간의 갈등이 벌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이러한 분쟁의 소지를 막는 법적 장치가 바로 유류분 제도로 이에 관한 법정상속분, 상속 순위 등에 대해 알아본다.
6·25 당시 북에서 홀로 내려와 온갖 고생을 다 하며 큰 재산을 일군 황 노인. 이제는 슬슬 인생을 정리할 때가 왔음을 느낀다.
재산은 많지만 저승갈 때 가져갈 수도 없는 노릇이며 아내는 먼저 떠난 지 오래. 자식은 아들 하나, 딸 하나. 아들 녀석은 해외 유학까지 보내줬거늘 아버지한테 관심도 통 없고 여간 괘씸한 게 아니다. 반면 딸은 오빠와 달리 바쁜 와중에 늙은 아버지 병간호까지 하며 효심이 지극하다. 결국 황 노인은 딸에게만 모든 재산을 물려주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이런 황 노인의 바람은 이루어질 수 없다. 바로 유류분 제도 때문이다.
우선 유류분 제도에 대한 용어부터 정리를 하자면 상속을 하려는 황 노인을 ‘피상속인’이라고 하고, 피상속인이 사망할 때 재산을 물려받는 권리가 있는 사람, 즉 황 노인의 아들과 딸을 ‘상속인’이라고 한다.
만약 황 노인이 딸에게만 모든 재산을 증여한다면 유족인 황 노인의 아들로서는 생계가 곤란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피상속인이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자유에 일정한 제한을 두어서, 상속인에게 일정 비율의 재산을 물려주도록 하는 것이 바로 유류분 제도이다.
만약 황 노인이 딸에게 모든 재산을 증여하고 사망한다면, 상속인인 아들은 여동생을 상대로 자기 몫(유류분)을 돌려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 소송을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이라고 한다.
유류분을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피상속인의 직계비속·배우자·직계존속·형제자매에 한한다. 그 외의 친족들은 유류분을 주장할 수 없다. 한편, 같은 유류분 권리자라 해도 인정되는 유류분의 비율은 각기 다르다.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그 ‘법정상속분’의 1/2이고,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그 1/3이다(민법 제1112조). 이게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하려면 먼저 ‘상속의 순위’와 ‘법정상속분’에 대해 알아야 한다. 우선 상속의 순위에 대해 살펴보면, 상속의 순위는 민법 제1000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① 상속에 있어서는 다음 순위로 상속인이 된다.
①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제1000조제1항제1호와 제2호의 규정에 의한 상속인이 있는 경우에는 그 상속인과 동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되고 그 상속인이 없는 때에는 단독상속인이 된다.
즉, 피상속인이 사망했을 때 직계비속이 있으면 1순위로 상속을 받는다. 직계존속은 2순위이기 때문에 상속을 받지 못한다. 만약 직계비속이 없으면 직계존속이 가장 선순위가 되기 때문에 상속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피상속인에게 직계비속도 없고, 직계존속도 없다면? 그때는 피상속인의 형제자매가 선순위로서 상속을 받게 된다. 그렇다면 배우자는 상속을 못 받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배우자의 상속순위에 대해서는 민법이 제1003조에서 언급하고 있다. 배우자는 언제나 상속인과 같은 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되고, 상속인이 없으면 단독으로 상속받게 된다.
앞서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1/2 혹은 1/3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법정상속분은 얼마나 될까? 거기에 대해서는 민법 제1009조에서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즉, 같은 순위의 상속인이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일 경우에는 균분, 쉽게 말해 n분의 1로 나누게 된다. 반면, 배우자는 같은 순위의 상속인보다 5할 더 상속받는다. 아무래도 배우자는 다른 상속인들보다 피상속인의 재산 형성에 기여했을 여지가 많아 더 배려해주는 것이다.
① 동순위의 상속인이 수인인 때에는 그 상속분은 균분으로 한다.
② 피상속인의 배우자의 상속분은 직계비속과 공동으로 상속하는 때에는 직계비속의 상속분의 5할을 가산하고, 직계존속과 공동으로 상속하는 때에는 직계존속의 상속분의 5할을 가산한다.
그럼 다시 황 노인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우선 상속의 순위부터 보자면 황 노인에게는 직계비속(아들, 딸)이 있다. 따라서 다음 순위인 직계존속이나 형제자매가 있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없다. 배우자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상속자는 아들과 딸, 2명이다.
다음으로 법정상속분을 보겠다. 아들과 딸은 같은 순위로서 균분, 즉 1/2씩 상속받을 권리가 있다. 이제 드디어 유류분을 살펴보자.
유류분은 직계비속의 경우 ‘법정상속분’의 1/2이라고 앞서 말했다. 그런데 앞에서 법정상속분은 재산의 1/2라고 했다. 그러니 결국 유류분은 1/2×1/2=1/4이 된다. 따라서 아들 혹은 딸은 아버지인 피상속인의 의사에 상관없이 최소한 재산의 1/4은 유류분으로서 받을 권리가 있다. 만약 황 노인의 재산이 100억 원이고, 이 재산을 모두 딸에게만 물려줬다면, 아들은 자신의 유류분에 해당하는 25억 원(=100억 원×1/4)을 돌려달라고 여동생을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유류분이라는 제도에 대해서는 논란이 적지 않다. 개인의 재산권 침해이기에 위헌이라는 의견도 있다. 어릴 때 집을 나가서 아이들을 전혀 돌보지 않던 엄마가 자식이 사망하자 비로소 나타나 자식의 상속인으로서 유류분을 주장한 경우도 있어 공분을 사기도 했다. 과연 피상속인의 의사는 어디까지 인정되어야 하고, 또 유족의 권리는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할까. 민법을 개정한다는 움직임이 있으니 지켜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