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소일
(「제로 웨이스트는 처음인데요」저자,
환경단체 활동가)
“반갑습니다, 고객님. 고객님의 소중한 상품이 배송되었습니다.” ▶ 인수자(위탁): 문앞
기다리던 택배가 도착했다는 메시지! 왠지 퇴근하는 발걸음이 더 가볍다.
집 앞에 놓여 있는 택배 박스를 소중히 안고 들어와서 룰루랄라 박스를 뜯어보니 주문한 물건보다 훨씬 많은 포장재가 그야말로 쏟아진다.
“아아아아아아. 상품을 주문할 때 포장에 에어캡이나 비닐 포장을 빼달라는 말을 안 했네!!!”
택배 박스에 붙은 테이프, 송장을 떼어 버리고, 에어캡과 비닐은‘other’ 비닐로 분리배출하고…. 우리 동네 분리배출일인 일요일에 밖에 내어놓을 쓰레기가 베란다에 한 짐이 되어 버렸다. 분리배출하는 날이면 우리 아파트 단지 분리배출 쓰레기가 죄다 나오는데 그중에 특히 박스와 비닐, 플라스틱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거의 매일 집 앞에 택배가 배달되니, 그만큼 쓰레기가 늘 수밖에 없다.
택배의 배달이 가끔 오는 반가운 손님이 아니라, 매일 도착하는 일상이 된 것은 코로나19 이후다. 연합뉴스의 기사에 따르면, ‘택배물동량은 2014년 16억 2,325만 상자에서 2020년에는 33억 7,373만 상자로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연평균 10% 정도 증가하던 택배물동량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에는 전년보다 20% 이상 급증했다’¹고 한다.
¹황희경, 김성원 의원 “코로나19 사태 이후 택배기사 14명 산재 사망”<연합뉴스> 2022년 1월 31일
택배물동량이 늘어나는 만큼 그로 인한 폐기물도 급증하고 있다.
우리가 매일 배출하는 생활쓰레기는 1인당 1.16㎏이 되었다.(2020년 기준) 코로나19 이전 2018년도에만 해도 1.06㎏이던 것이 단 2년 만에 매일 100g씩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이 쓰레기를 더 만들고 있다. 우리집의 배출 쓰레기를 살펴보면, 물론 가장 많은 것은 ‘포장’ 쓰레기이고, 그 다음은 택배 쓰레기이다. 인터넷 쇼핑으로 택배 주문을 많이 한 주에는 대번에 분리배출을 할 쓰레기가 베란다를 가득 채운다. 택배를 덜 시킬 때는 혼자서도 충분히 분리배출 할만하지만, 택배 주문이 여러 건 되는 주에는 혼자서 버리고 오기에는 좀 버겁다. 최소 두 번은 왕복하거나, 남동생과 동행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일상이 된 택배를 갑자기 줄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터치 몇 번이면 집 앞으로 배달해주는데, 그 대신 택배 쓰레기를 덜 만들기 위해서 마트와 가게로 직접 들러 장을 보기로 회귀하게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택배 주문을 할 때 조금 더 신중해질 수 있지 않을까?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지는 택배 쓰레기를 외면하기에는 버려지는 쓰레기가 너무 많다.
택배 주문을 누르기 전에 한 번 확인해보자. 근처에서 직접 살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직접 물건을 보고 구입할 수 있다. 상세한 인터넷 설명으로는 알기 어렵지만, 직접 물건을 보고, 만져보고, 고민하고 구입하면 그만큼 만족할 수 있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할 때는 배송 메시지에 플라스틱 포장을 하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를 남겨보자. 상세하게 요청하면 이에 응해주는 판매자가 많다. 이런 요청을 하는 소비자가 점차 늘어난다면 에어캡 등 플라스틱 포장이 필수가 아닌 날도 올 것이라 믿는다.
택배를 주문하기 전에 이 물건을 사고 난 후, 나중에 고장이 나거나 망가지면 어떻게 재활용할 수 있을지, 물건을 버리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해보고 주문하자. 집 앞으로 배달되기는 쉽지만, 버리거나 중고로 판매하는 데는 생각보다 큰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이들이 택배 박스의 테이프를 제거하지 않고 배출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여름철이면 종이 박스 보다 스티로폼 박스가 늘어난다. ‘분리배출 시 반드시 송장 떼고 배출하기’ 잊지 말자.
최근의 기업들은 택배 용기 및 박스를 다회용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박스는 다음 공급일 때 집 앞에 내놓으면 회수해서 다시 택배 박스로 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