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ERGY

자연스럽게

지구를 위해

소소하게 쓰레기 줍기


누군가 길가에 떨어뜨린 쓰레기를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려본 경험이 있는가? 단 한 번도 없다면 그 이유는? 귀찮아서, 혹은 부끄러워서 그렇게 하지 못한 이유가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발아래 떨어진 쓰레기를 주워야 한다. 우리의 그 작은 행동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글_소일
(「제로 웨이스트는 처음인데요」저자,
환경단체 활동가)

쓰레기 줍기는 의외로 재밌다?

필자의 취미는 쓰레기 줍기다. 생활 속에서 만들어내는 쓰레기를 줄이는 노력을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쓰레기를 굳이 줍고 또 그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인증하고 있다. 사진 중심의 인스타그램 계정(@ethical_minimalist)은 그래서 거의 쓰레기 사진이다.

이렇게 쓰레기를 ‘#같이쓰레기줍기’라는 해시태그를 만들어 쓰레기 줍는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쓰레기를 좀 덜 만들고 살겠다는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하는 동시에 내 발길과 눈길이 닿는 곳에 있는 쓰레기에 손을 뻗기로 한 것이다.

처음 길에 누군가 버린 쓰레기를 줍느라 허리를 굽혔을 때, 나도 모르게 누가 이상하게 보지 않나 신경이 쓰였다. 그래도 쓰레기 줍기를 취미로 삼을 만큼 반복할 수 있던 이유는 나름의 ‘재미’ 때문이다. 내 손으로 인해 동네 길이 훤해지는 재미, 버스정류장의 쓰레기 하나를 치워서 쓰레기 산을 예방하는 재미, 수풀을 덮던 쓰레기를 치워 꽃과 풀의 숨을 트이게 하는 재미, 지구에 남긴 인간의 흔적을 좀 덜어내는 재미였다.

이곳저곳, 봄·여름·가을·겨울. 주운 쓰레기 사진이 쌓이듯 자주 들러 쓰레기 줍는 장소들이 점차 늘어갔다. ‘#같이쓰레기줍기(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환경을 위한 쓰레기 줍기)’ 실천을 하면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음을 발견했다.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모임들도 있었다. 지구를 닦는 사람들의 모임 @wiper.th,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 @sseujubin_official, 등산을 하면서 쓰레기 줍는 사람들 #클린하이킹, 제주도 바다에서 쓰레기 봉그깅을 하는 @diphda_jeju 등 지역에서, 다채로운 주제로 모인 쓰레기 줍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쓰레기 줍기 활동이 보다 흥미롭게 바뀌기 시작했다.

내 발끝에서 시작되는 바다

쓰레기를 주울 때마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공물이라는 쓰레기 섬, GPGP다.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가 큰 바다에 둥둥 떠 커다란 영토가 되어 버렸다. 소각하거나, 매립하거나, 재활용되지 않은, 즉 처리하지 않은 쓰레기는 결국 하천, 강을 따라 바다로 가게 된다. 거대한 쓰레기 섬으로 쓰레기가 흘러가 쓰레기 섬의 일부가 되었을 때는 처리하기가 무척 어렵다. 지금 내 발밑에 있는 쓰레기를 주우면 쓰레기 섬까지 떠내려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내 발끝에서 바다는 시작된다.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이 점차 늘면서 각종 행사마다 쓰레기 줍기 행사를 병행하는 곳이 늘었다. 참여하는 사람들은 늘었지만,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아직도 너무 많은 것이 문제다. 쓰레기 버리는 사람 따로, 쓰레기 줍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쓰레기를 줍는 것이 당연한 문화로 만들어졌으면 한다.

‘쓰레기 줍기’를 여행의 테마로

김구 선생이 <백범일지>에서 말했듯 ‘높은 문화의 힘’이 필요하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쓰레기 줍는 문화가 확장되면서 우리는 보다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게 되고, 제로 웨이스트, 자원순환 사회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4월 22일, 지구의 날만 지구를 위할 것이 아니라 날이 좋아서, 날이 흐려서, 또는 운동하면서 ‘쓰레기 줍기’에 동참해보면 어떨까? 출근길, 산책길 등 동네를 쓰레기 줍기, 다른 이와 함께 줍기, 그뿐만 아니라 일부러 쓰레기를 주우러 ‘쓰레기 줍는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쓰레기 줍기는 이제 나의 습관이자 일상이 되었다. 배출하는 쓰레기는 줄이고, 버려진 쓰레기는 치우는 일, 개인의 실천이 모여 정책이 바뀌고 문화가 바뀌고 지구가 바뀌는 기적을 만드는 일,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로서 좀 더 적극적으로 바라고 있을 뿐이다. 소원이 이뤄질 때까지 기도하기에 인디언의 기도는 다 이뤄진다고 했던가. 인디언의 기도처럼 오늘도 난 쓰레기를 줍는다.

쓰레기 줍는 여행: 볼런투어(자원봉사 여행) 떠나는 방법

‘국립공원 자원봉사’홈페이지에서 자원봉사 신청하기.

바로가기

가보고 싶은 국립공원을 선택해보자.

가벼운 옷차림과 쓰레기 줍기 위한 장갑, 집게를 준비한다. 자원봉사를 신청한 ‘국립공원안내소’에 찾아가면, 쓰레기를 주울 수 있는 봉투를 준다.

전국의 국립공원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즐거운 체험과 함께 자연의 소중함을 느껴보기! 여행도 하고, 자원봉사도 하고, 일석이조다.

다 주운 쓰레기는 안내소 쓰레기통에 배출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