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ERGY

자연스럽게

평범한 일상에서 시작하는
환경 실천 작은 옷장


환경을 생각하는 활동은 거창한 곳에 있지 않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활 속 작은 실천이 모여 꽉 막힌 지구의 숨통을 틀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우리들의 옷장을 살펴보자. 기분 따라 무심코 사던 옷 한 벌도 이제 지구를 위해 신중해지자.

글_소일
(「제로 웨이스트는 처음인데요」저자,
환경단체 활동가)

단순한 옷장이어도 괜찮아!

오늘은 뭘 입고 출근하지? 여느 회사원이라면 아침마다 고민할 것이다. 필자 역시 그러하다. 하지만 나는 조금 더 ‘짧게’ 이 고민을 끝낼 수 있다. ‘오늘 날씨가 어떻지? 오늘 일정이 어떻더라?’ 그날의 TPO(Time, Place, Occasion)를 확인해보는 정도면 충분하다. 나의 옷장은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 동안 입는 옷이 30벌, 신발이 8켤레, 가방 2개, 모자 2개, 장갑 한 켤레이다. 여기에는 양말, 속옷, 잠옷, 에코백(장바구니)은 포함하지 않았다. ‘제로 웨이스트’와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기 시작한 2016년에는 111개 정도 되던 것이, 현재 43개로 거의 3분의 2를 비워낸 셈이다. 옷장이 가벼워지면서 그 대신 옷장에는 나의 취향과 가치관이 담기기 시작했다. 패션에 대해서는 잘 몰라도, ‘나의 스타일’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1년에 1,000억 벌이 만들어지고, 또 330억 벌이 버려지는 시대

왜 나는 미니멀한 옷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 그 시작점은 ‘옷’이라고 하는 물건이 이 지구에 끼치는 영향을 깨달으면서부터이다. 에 따르면, 78억 명이 사는 지구, 이 지구에서 한 해 만들어지는 옷은 1,000억 벌에 이른다.

그리고 그 중 약 33%인 330억 벌이 같은 해에 버려진다. 실제 한 명이 1년에 버리는 옷의 양은 30㎏ 정도다. 내가 무심코 버린 옷 한 벌이 대량으로 쌓여 소각되거나 수출되고 있다. ‘누군가 입겠지’ 하고 버린 ‘헌옷 수거함’의 옷 중 우리나라 중고시장에 유통되는 것은 적은 양이고, 대부분 해외로 수출되어 그 나라의 골칫덩어리로 전락해버린다. 인구 3,000만 명이 사는 아프리카 가나에는 매년 수십억 벌의 헌 옷이 보내진다고 한다. ‘기부한 옷’이 ‘쓰레기 폭탄’으로 던져지는 것이다.

옷은 수도 없이 사지만 늘 입을 옷은 없는 이 기적과 같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111개 옷장 속 아이템을 43개의 단순한 옷장으로 만든 과정을 소개해보겠다.

단순한 옷장을 만드는 법

1. 현황 파악하기

옷장 속 옷이 몇 벌이나 되는지, 코트, 신발, 모자, 가방 등 개수를 헤아리면서 사진을 찍어보자. 분명 옷장을 열 때마다 입을 만한 옷은 없는데, 옷장은 가득하다면? 옷장 속 옷을 파악해보는 것부터 시작 해보자.

2. 매일 입는 옷 기록하기

외출할 때마다 입은 옷을 사진으로 찍어두자. 잘 입는 옷, 손이 안 가는 옷, 살이 쪄서 못 입는 옷, 입으면 폼이 나서 기분이 좋아지는 옷 등 어떤 옷을 자주 입고, 또 어떤 옷은 한 번도 입지 않았는지 알 수 있다.

3. 안 입는 옷 비우기

만 걸려 있으면 쓸모없는 잡동사니가 되어버린다. 멀쩡하지만 입지 않는 옷은 이웃, 친구, 동료에게 선물해보자.
중고 장터에 판매하는 것도 좋다. 헌옷 수거함은 최후의 선택으로 남겨두자.

4. 나의 스타일 찾기

회사에서 입기 좋은 옷, 취미생활에 필요한 옷, 데이트에 입기 좋은 옷 등 나의 생활에서 필요한 옷을 ‘나의 스타일’에 맞게 구비해 보자. 스타일을 바로 찾기 어렵다면, 내가 좋아하는 색을 정하는 것도 옷장 정리에 도움이 된다. 비슷한 톤의 색이면 받쳐입기도 수월하고, 새로 쇼핑할 때도 고르기 쉽다. 원래 가지고 있던 옷과 잘 어울려서 버리는 옷을 줄일 수 있다.

환경을 위한, 온(溫)맵시! 양말로 포인트 주기!

옷 겹쳐입기, 내복 입기, 따뜻한 겨울 소품 이용하기 등 편안하면서 따뜻한 ‘온맵시’ 복장은 체감온도를 2.4℃ 가량 높이는 효과가 있다. 난방비용 절약하고, 추위에 적응할 수 있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거기에 스타일의 포인트 소품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온맵시 소품이 바로 ‘양말’이다. 옷장 속 아이템은 다소 심심한 옷들이 많아서, 즐거운 기분을 낼 때 알록달록 양말을 신는다.

검은색 일색의 겨울옷에 노랑 양말, 빨강 양말, 제주도 순무-당근 양말 등 포인트를 주는 것으로 소소한 일상 속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체온을 지켜주면서 스타일로 만들어주는 양말, 내일은 꽃무늬 양말을 신어볼까. 영하의 겨울 한파와 단순한 옷장에도, 양말 덕분에 나의 옷 스타일은 매일 매일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