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과의 작별을 고하는 지난해 12월 31일 자정, 호남사업소 현장의 보일러도 가동을 멈췄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호남화력발전소의 폐쇄가 결정되면서 48년간의 막중했던 업무를 끝내고 퇴역의 순간을 맞은 것. 정든 일터를 떠나며 또 다른 시작을 맞이하는 호남사업소를 찾아가본다.
글_한경희 사진_김인규 자료제공_호남사업소
호남사업소는 여천산단 석유화학 산업단지의 전력수요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기력발전소 2개 호기의 경상정비공사 및 계획예방정비공사를 수행하고 있는 사업장이다. 총500MW 발전설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하여 심장섭 소장을 필두로 전 직원이 ‘안전의 생활화로 무재해 사업장 구현, 무결점 정비 수행으로 고객 감동 실현, 신명나는 직장분위기 조성 및 활력 제고, 공격적 마케팅으로 수주확대 및 추진’이라는 사업소 운영방침을 준수하며 발전설비 안정화에 전 직원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 특히 전국에서 유일하게 상·하역 설비부터 회처리 설비까지 전 설비를 정비하는 유일한 사업장이기도 하다.
1973년에 상업 운전을 시작한 기력발전소 2개 호기는 48년간 가동되었으나, 최근 탈 석탄 및 탄소저감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지난해 연말 가동을 중지하고 퇴역하게 되었다. 그러나 전 직원은 사업소의 이 같은 상황에 차분히 대처하며 추후 사업소 재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수명은 30년, 호남화력발전소가 1973년에 운전을 시작하였으니 기본 수명도 훨씬 넘긴 셈이다. 10여 년에 한 번 수명연장 공사를 진행하며 지금까지 발전소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온 만큼 발전소 설비의 안전적 운영을 맡은 호남사업소의 역할은 그간 큰 비중을 차지했다.
1985년 중유 연소에서 유연탄 연소로의 연료전환공사 이후 1999년 1차 수명연장공사와 2010년 2차 수명공사도 무사히 마쳐 오늘날 국내 최장기 상업 운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퇴역을 맞이하게 되었다.
최고령 발전설비를 완벽하게 운영하기 위해 호남사업소의 하루하루는 전쟁 같은 역사의 연속이었다. 때로 보람도, 어느 때는 좌절을 경험하기도 했던 호남사업소 직원들은 그때의 이야기들이 이제 소중히 추억으로 기억된다. 강성군 팀장의 회상이다.
“호남화력은 과거 인천화력과 더불어 당시에는 생소했던 수냉각 방식을 채용한 300MW급 발전기였어요. 이것은 국내에서 최초 도입된 기종(프랑스 알스톰)으로, 오늘날 한전KPS의 발전기에 대한 기술 자립도를 만드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죠. 당시에는 무모했지만, 자체적인 발전기 회전자 재권선 작업도 그러했고, 수행했던 발전기 회전자 리테인링 취외 작업 시 도면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던 추억도 떠오르네요.”
1988년 설 전날 컨베이어 벨트 화재로 상탄계통이 전소되어 한 달여 동안 전 직원이 밤을 지새우며 복구했던 일, 2004년 유접점 방식을 무접점 방식으로 바꾸는 데 당시 수행 업체의 능력으로 호남사업소가 긴급 투입되어 공사기한을 한 달을 넘게 넘기면서 정상화 시켰던 성과도 있었다. 2011년에는 하절기 전력 수급 대책 기간을 한 달여 남긴 6월경 2호기 보조변압기 케이블의 지락사고로 당시 김종남 사업소장 이하 전 직원이 케이블 포설에 투입돼 복구에 성공함으로써 고객 감동을 만들었던 일도 잊지 못한다. 이 외에도 2010년 2차 수명연장공사 시운전을 끝내고 힘들었던 일들을 회상하면서 배전반에서 서로 격려하면서 눈시울을 적시던 일, 2020년 화력사업장 전체 내부경영평가 ‘S’ 달성 등 사업소 개소이래 처음 있는 성과를 만든 것은 직원들에게 여전히 큰 자부심과 영광으로 간직되고 있다.
호남사업소 기계1팀 강성군 팀장은 회사 입사 후 5년차 부조장 당시 1호기 OH정비공사 수행 중 잊을 수 없는 일이 떠오른다.
“1993년 1호기 OH공사 마무리 시운전 중 갑자기 MMV가 동작이 되지 않아 다시 분해해야 하는 긴급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중량만 3톤이 넘고 작업 공간이 매우 협소하여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으로 2교대로 밤샘 작업을 해야만 공사기한을 맞출 수 있었죠. 분해 후 원인을 파악한 결과 동작부 교체한 실링(Seal Ring)이 기존 재질과 맞지 않아 작동이 멈춘 것이 었습니다. 실전 경험이 많이 없던 시절 다른 동료들은 교대하고 퇴근하지만, 부조장이란 책임감 때문에 퇴근을 미루고 3일 동안 쪽잠으로 밤을 지새우며 작업했던 게 지금도 너무나 생생하네요.”
무사히 OH작업을 공사기한 내 마치면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꼈던 잊지 못할 경험이다.
호남화력 내 발전정비도 많은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지만 호남사업소의 역사 중 중요한 한 축을 만드는 것이 대외공사였다. 특히, 오늘날 가장 큰 고객사 중 하나인 여천NCC와 GS칼텍스와의 우호적 관계 유지를 위한 노력으로발전기 고정자 재권선 작업, 발전기 회전자 재권선 작업 등 굵직하고 비중 있는 작업을 수의계약으로 수행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대부분 수의로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여타 경쟁기업들의 집요한 구애에도 고객사가 변치 않는 신뢰를 보여주는 것은 자만하지 않고 좀 더 나은 정비기술 서비스와 고객 감동 실현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하는 호남인들의 정성 어린 결과라고 여기고 있다.
이제 호남사업소는 이 모든 추억과 자부심, 에피소드들을 현장에 묻어두고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준비를 계획 중이다. 현 발전소는 올해 12월까지 철거 예정으로, 철거 건물 처리, 소방 및 전기설비 등 유지관리를 호남사업소에서 계속 수행한다. 7명의 인원이 투입되며 발주사의 철거 역무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현 발전소 철거 부지는 향후 여수그린LNG 복합발전사업이 추진될 예정으로 건설 공사 기간은 2023. 1~2025. 6(착공 후 약 30개월)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A. 호남사업소의 멈춤은 새로운 도약의 시작입니다.
올해 우리 사업소는 기력 2개 호기가 지난 12월말 48년간의 상업 운전을 마치고 퇴역하게 되었습니다. 호남사업소 전직원들은 한전KPS의 명예를 걸고 선·후배님께서 쌓아 놓은 금자탑을 바라보며 정지하는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여 안정적인 발전정지 소임을 다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설비 폐지로 안전에 소홀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안전에 대한 인식 강화 등 안전관리와 코로나19에 따른 방역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발주사의 안정적인 폐지 업무 수행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입니다.
끝으로 임인년 올 한 해도 직원 및 가족 모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A. 존경하는 호남지부 조합원 동지 여러분!
지난 한 해에도 맡은 바 직무에 최선을 다하시고 안전사고, 설비사고 한 건도 없이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건 조합원 동지들이 계시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호남화력 1, 2호기가 지난 12월을 기점으로 약 48여 년이란 긴 시간 동안 안정적인 전력 생산과 공급을 마치고 퇴역을 하였습니다. 너무나 많은 역경과 아쉬움, 그리고 추억이 깃든 설비이지만 국가정책에 따라 새로운 설비의 건설을 기대하면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비록 최소 정비 인력으로 축소되고 모두들 흩어지지만, 마음만은 풍요롭고 건강하길 바라며, 행복한 호남인으로 지속되었으면 합니다.
2022년 임인년 한 해도 호남인이여, ‘파이팅’입니다.
호남사업소는 오랜 역사 만큼이나 수많은 이슈들을 가지고 있다. 1호기 터빈 설치에서부터 마지막 퇴역식까지, 호남사업소의 48년의 기록들을 사진으로 살펴본다.
대한민국을 살리고자 전기 생산을 시작하고 임직원의 보살핌으로 국가와 함께하다. 지구를 살리고자 희생하는 호남화력이여 영원하라!
1989년 호남사업소로 입사하여 지금까지 33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다른 사업소로 이동해 본 적이 없습니다. 많은 선배들도 퇴직하고 후배들도 호남사업소를 거쳐 갔습니다. 어느 사업소보다 오래된 설비로, 제대로 된 도면 하나 없는 호남화력 설비를 정비하기 위해 용기로 과감한 결정을 하며 지내온 호남사업소 선후배님들, 이곳에서의 어려웠던 기억을 떠올린다면 앞으로의 어떤 날들도 무사히 헤쳐나가리라 생각합니다. 파이팅!
신입사원 첫 배치를 호남으로 받아 사업소를 마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마지막을 함께 하게 되어 아쉬운 마음이 크네요. 비록 호남사업소는 없어지지만, 그 뜨거운 열기 속에서 쌓았던 선배, 동료, 후배들과의 추억은 남아있을 것입니다. 호남사업소 직원분들 모두 새로운 사업장에서도 호남의 자부심을 가지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호남사업소 안녕:)
정들었던 호남사업소를 떠나 새로운 근무지에 가게 되었습니다. 호남사업소 선후배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새로운 곳에서도 항상 안전하게 근무하시기 바랍니다.
호남사업소에서 오래 근무하지는 않았지만, 누구보다 깊은 정을 느꼈습니다! 화력발전의 어려움과 고됨을 팀 동료들을 통해 배웠고 화력발전의 끈끈함 또한 팀 동료들을 통해 배울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사업장으로 가시는 모든 사업장 동료분들께 행복과 행운이 가득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