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소일
(「제로 웨이스트는 처음인데요」저자,
환경단체 활동가)
지난 4월 우리 집 옆에는 벚꽃 터널이 만들어졌다. 왕벚나무를 심은 지 20년이 훌쩍 지나면서 평범한 도로가 꽃길이 되었다.
꽃을 시샘하는 바람에 벚꽃이 휘날리며 꽃비로 쏟아졌다. 봄이 되면서 팝콘처럼 꽃망울을 터뜨리는 산수유, 벚꽃, 개나리, 진달래, 살구꽃, 배꽃, 앵두꽃 등 공원마다 색을 더하는 꽃 앞에서 자연스레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꽃을 앞에 두니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 촬영하기 위해 바쁘게 지나치던 발걸음이 저절로 멈춰진다.
공원에 사철나무의 새순이 얼마나 연하고 보들보들한지, 슬쩍 새잎을 만져본다.
손끝에 닿는 자연, 생명, 계절에 괜히 벅찬 마음이 들고, 마음은 차분해진다.
필자의 동네 도서관 걸어가는 길에는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25그루, 배롱나무가 5그루, 단풍나무가 10그루, 모과나무, 사철나무 등 다양한 나무가 있는 공원이 있다. 해발고도 200m가 간신히 되는 앞산도 있고, 운동기구를 갖춘 숲속 헬스장이 있는 뒷산도 있다. 봄이면 직박구리, 박새, 쇠박새 등 새들이 찾아 들고 여름이면 매미 소리로 마을이 쩌렁쩌렁 울린다. 매미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종류가 다른 소리가 뒤섞여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매미 소리를 검색해보니, “맴맴맴맴”하고 울다가 ‘미’하고 높은 음으로 마무리 하는 매미 소리는 ‘참매미’, “쐐~~~~애애애애애”하고 우는 매미는 ‘말매미’, “주르르 삐유 주르르 삐유삐유삐유”하고 새처럼 우는 매미는 ‘애매미’라고 한다. 시끄럽기만 하던 매미 소리였는데, 귀를 기울여 그 목소리를 듣고 이름을 알게 되면서는 그 소리가 조금은 정겹게 느껴진다.
우리 동네에는 어떤 생물이 살고 있는지, 그 생물의 이름은 무엇인지, 어떤 소리를 내고 무엇을 먹고 사는지 함께 살고 있는 생물에 관심을 기울인다. 우리 동네 생물다양성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셈이다. 생물다양성이란 지구에서 생존하는 모든 종의 다양성, 이들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다양성, 또는 생물이 지닌 유전자의 다양성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우리 동네를 넘어서 전 지구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자연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생물다양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하지만 전 세계 800만 종 가운데 100만 종이 수십 년 내에 멸종할 것으로 과학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6번째 대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대멸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1993년 유엔 총회에서 생물다양성 인식 제고 및 보전 참여 등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이 5월 22일,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이다.
생물다양성이 가지고 있는 가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생물이 살 수 있는 ‘서식지’가 확보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 서식지는 급격하게 파괴되고 있다. UN 자료에 따르면 현재 매년 1,300만 헥타르의 산림이 손실되며, 건조지의 지속적인 파괴로 인해 36억 헥타르가 사막화 되었다. 현재 토지의 15%까지 보호되고 있지만, 생물다양성은 여전히 위험에 처해 있다. 인간의 활동과 기후 변화로 인한 삼림 벌채와 사막화는 지속가능한 발전에 주요한 차질을 빚고 빈곤 퇴치에 있어 수백만 명의 삶과 생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벌채와 사막화뿐 아니라 ‘산불’도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재난이다. 지난 3월 4일부터 13일까지 10일간 이어진 '동해안 산불'은 역대 최대 피해, 최장기 산불로 기록됐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수십 년간 가꾼 산림 2만 4,940ha가 잿더미로 변했고 창고나 집을 잃은 주민도 많았다. 서울시의 3분의 1에 다다를 정도의 산림이 불에 탔다.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서식지로 만드는 일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에 비해서 자연의 생물다양성이 파괴되는 속도는 너무나 빠르다.
계절의 변화와 생명의 경이로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이 생태계는 먹이사슬로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어 서로 상호작용하고 있는 역동적인 복합체를 이루고 있다. 그 생태계에 나와 우리 인간도 예외일 수 없다. 생물의 다양성이 확보된 건강한 생태계 속에서 인간도 살아갈 수 있다.
식물의 종류가 다양할수록 병충해에 강하다. 이름 모르는 식물을 ‘잡초’로 일컫는데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해서는 잡초를 남겨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농산물 직거래 장터에서 먹거리를 구입해보자. 토종 씨앗, 전통 먹거리, 유기농 먹거리를 구입은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식목일 행사에 참여하여 직접 공원에 나무를 심을 수도 있다. 공원에 어떤 생물이 살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보자. 우리 동네 생물이 다양할수록 동네가 더욱 건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