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소일 (「제로 웨이스트는 처음인데요」
저자, 환경단체 활동가)
제로 웨이스트 실천 7년 차. ‘윤리적 최소주의자’를 꿈꾸며 살고 있다. 불필요한 물건을 소유하지 않고, 단순하게 미니멀한 삶을 추구해 온 나. 7년간 5,000개 이상의 잡동사니를 비우고, 버리고, 기부했다.
처음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며, 집안을 정리하기 시작했을 때의 일이다.
수많은 물건을 비우고, 또 정리하는데 이상하게 늘 잡동사니는 잠깐 눈을 떼면 그 숫자가 불어나기만 했다. 책상 위를 정리하면, 책상‘만’ 깨끗해지고, 다른 공간은 잡동사니 폭탄을 맞기 일쑤였다. ‘정리’를 한다고 하면서도, 물건을 다른 곳으로 자리를 바꿀 뿐이었다. 아! 집 안에서 위치를 바꿔 돌고 있는 물건을 집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구나! 그래야 우리집이 ‘단순’해지겠다! 종일 물건을 정리하고, 비워내느라 힘이 쭉 빠질 정도였다.
“어? 이상하네? 나는 열심히 정리하는데…. 왜 잡동사니가 줄지 않지?”
물건을 비우고, 기부하고, 버리면서 또, 새로운 물건(곧 잡동사니가 될)을 매일 습관처럼 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하! 우리 집에 들어오는 물건의 ‘소비’를 살펴봐야겠구나.”
그렇게 나의 친환경 소비 생활로의 여정이 시작된다. 나는 ‘내’가 가격, 소재, 브랜드 등 꼼꼼하게 따지는 합리적인 소비자인줄만 알았다. 그런데 웬걸! 아무런 생각 없이, 무의식의 세계에서 소비하고, 감정에 따라 지름신이 쑤욱 들어오기도 하는 보통 소비자였다. 그런 소비 생활이 급변하게 된 것은 “소비 디톡스(해독)”을 실천하면서부터다.
소비 디톡스란? 소비 중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소비의 달과 소비하지 않는 달을 정해둔다. 나는 1월, 4월 7월, 10월을 소비의 달로 정했다. 1월에는 원하는 소비를 하고, 2월, 3월에는 생필품, 경조사비, 경험 소비를 제외한 소비를 하지 않는다.
소비하지 않는 달에는 다음 소비의 달에 어떤 물건을 구입할지, 시간을 두고 천천히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소비하는 달을 정해두니, 소비는 보다 신중해졌고, 그만큼 소비로 인한 만족도가 커졌다. 게다가 경제적으로도 지출이 확연히 줄었다.
오늘날 우리는 이른바 ‘소비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더 많은 수익을 위해 ‘대량생산’하고, 그 물건을 ‘대량 소비’하고 그리고 자연스럽게 ‘대량 폐기’할 수밖에 없는 ‘소비의 쳇바퀴’ 속에서 달리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소비를 멈추라는 뜻은 아니다. 정말 ‘필요한’ 소비인가? 그 소비로 인해 나는 보다 행복해졌는가? 불필요한 자원 사용을 줄여 지구에게도 좋고, 즐거운 소비활동을 하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기 위한 몇 가지 팁을 공유하겠다.
세일 상품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소비 욕구를 부추기는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에는 할인하는 물건을 사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것만 같다. 하지만 기억하자! 아무 것도 사지 않으면, 100% 할인이다. 11월 마지막 주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Buy Nothing Day)' 캠페인이 전 세계적으로 시행된다. 올해는 11월 26일(토)에 시행되니 하루라도 소비를 쉬어가며 나의 소비생활을 돌아보자.
꼭 필요한 소비를 할 때에도, 한 물건이 내 손으로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윤리적 소비, 착한 소비의 시작이다. 품질과 가격만을 기준으로 ‘살까? 말까?’를 결정하는 것을 넘어, 건강, 환경, 사회, 인권 등 ‘윤리’를 소비 결정의 기준으로 고려한다. 그것이 바로 윤리적 소비다. 윤리적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서, 버리는 자원을 새활용(업사이클링)하여, 새로운 가치가 담긴 물건들을 애용한다. 옆에 보이는 유리컵은 해외에서 수입한 병을 잘라 컵으로 제작한 것이다.
소비가 주는 즐거움은 분명히 있고, 나는 소비가 주는 만족감을 익힌 현대의 흔한 소비자이니, 물론 쇼핑을 한다. 그럴 때면, 중고 소비를 즐겨서 하고 있다. ‘당근마켓’을 통해 동네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고 또 판매하는 재미를 중고 거래를 통해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