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박재희 작가(「마음공부 명심보감」
저자, 前 POSCO 전략대학 석좌교수)
출근길, 잠에서 채 깨지도 않은 채 서둘러 아침 식사를 하고, 막히는 길을 뚫고 직장으로의 출근은 아무리 생각해도 힘든 일이다.
직장을 단순히 생존에 필요한 돈을 버는 장소라고 생각하면 아침마다 반복되는 일상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의미(意味)와 재미(在味), 그야말로 맛(味)있는 직장이 될 수는 없을까? 나의 삶과 일이 균형을 잘 이룬다면 직장은 행복한 놀이터가 될 수 있을 터인데. 어떻게 의미와 재미를 만들어 나의 일과 삶이 균형이 잡혀 행복한 인생을 만들까?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출근길의 화두다. 일과 삶의 균형, 동양의 고전, <중용(中庸)>에서 그 답을 찾아보자.
<중용>은 공자의 손자인 자사자(子思子)가 쓴 책의 이름이기도 하며 균형 잡힌 중용적 삶이란 뜻으로 사용된다.
‘중(中)은 치우치지도 않고(不偏), 기울어지지도 않고(不倚) 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상태다(無過不及). 용(庸)은 항상이라는 뜻이다.’ 정리하면, 중용은 균형 잡힌 인생을 살아간다는 뜻이다. 그것도 어쩌다가 한 번이 아니라 언제나 균형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일과 삶의 중용적 삶인가?
중용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중용은 중간(center)이라는 생각이다. 일과 삶 사이에 중간에 서 있는 것이 중용이라는, 기계적이고 수학적인 의미가 아니다. 중용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하는 역동적 삶의 방식이다. 직장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가족과 내 삶이 소홀해진다면 무게중심을 가족과 내 삶으로 옮기는 것이 슬기로운 중용의 직장생활이다. 상황에 따라 나아가고 물러설 줄 아는 진퇴(進退)의 중용, 건강에 따라 몰입하고 휴식을 취할 줄 아는 휴식의 중용, 처지에 따라 침묵하고 발언할 줄 아는 언어의 중용, 사안에 따라 생각하고 실천할 줄 아는 실천의 중용, 상대에 따라 대립하고 타협할 줄 아는 타협의 중용은 마치 저울추가 움직여 좌우로 균형을 잡듯이 유연하게 움직이는 역동적인 균형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역동성이 늘(庸)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자는 이렇게 균형 잡힌 중용의 인생을 사는 사람이 군자(君子中庸)라 하고, 중용을 위반하고 사는 사람을 소인(小人反中庸)이라고 정의한다.
일과 삶의 균형 잡힌 직장생활(work and life balance)을 위해 <중용>의 제안에 귀 기울여 보자.
희노애락(喜怒哀樂)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면 감정의 늪에 빠진다. 덕수궁의 정전인 중화전(中和殿)은 군왕의 감정 조절을 위해 지은 이름이다. 슬픔이 지나치면 상처가 되고, 기쁨이 지나치면 음란함이 된다. 기쁨과 분노를 참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적절하고 분명하게 나의 감정에 충실해지자.
시(時)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시간이다. 과거(昨)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來)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중요한 것은 지금(當)이다.
지금(now), 여기(here)에서 최적의 선택을 찾아내는 것이 시중(時中)의 중용이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 일에 충실해야 여한이 없다. 모든 것은 지금이다.
아무도 보지 않고 듣지 않는 곳에서 홀로(獨) 있을 때 더욱 진실(愼)해야 한다. 남의 시선과 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오직 나에게 진실하고 정직해야 무게중심이 잡힌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나를 속이지 않고 솔직한 것이다.
남들이 한 번 해서 가능했다면 나는 백 번 할 것이고, 남들이 열 번 해서 가능했다면 나는 천 번(己千)이라도 할 것이다. 일과 삶의 중용은 노력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다. 몰입은 저절로 중용의 균형을 만들어낸다.
내가 선택한 최적의 답(擇善)을 굳게(固) 지켜(執)나가는 끈기가 있어야 한다. 이미 배우고, 묻고, 생각하고, 판단한 것이라면, 마지막 남은 것은 실천뿐이다.
부귀한 상황에서는 부귀(富貴)한 자로 살고, 빈천(貧賤)의 상황에서는 빈천에 충실해야 한다. 지위가 높아지든 낮아지든,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나(自)를 맞출(得) 수 있는 사람을 흔들 수 없다. 승진이든 탈락이든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찾을 수 있는 것이 자득(自得)이다.
모든 일은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작은 일(曲)에 정성을 다하면(致) 저절로 드러나고, 빛이 나고, 감동하고, 변화한다. 세상의 모든 변화는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중용 23장이다.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중용의 균형은 없다.
좋은 답은 물음을 기다린다. 묻기(問)를 좋아하는(好) 사람은 균형의 답을 찾아낸다. 상사에게 묻고, 동료에게 묻고, 후배에게 물어라.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좋은 답을 찾아낼 수 있다.
맛(味)을 알고(知) 사는 것이 중용의 삶이다. 음식을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면 단순히 배만 채우는 것이다. 직장이나 가정에서도 맛을 알지 못하면 그저 살아가는 것이다. 뜻이 있는 맛을 의미(意味)라 하고, 흥미 있는 맛을 재미(在味)라 한다. 오늘 나의 삶은 어떤 맛을 갖고 있는가를 물어라.
사람들은 함정으로 다가가면서 자신이 함정에 빠질지 알지 못한다. 미리 위험을 알고(知) 피(避)할 줄 아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다.
일과 삶의 균형, 중용의 삶을 살아가는 힘은 하늘이 부여한 인간의 위대한 능력이다. 내 안에 설계된 균형의 DNA를 확신하고, 믿음을 갖고 전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