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박홍규(前 한전KPS 원자력연수원장)
■ 리더는 ‘가자’고 권하지만
보스는 ‘가라’고 명령한다
■ 리더는 앞에서 이끌지만
보스는 뒤에서 호령한다
■ 리더는 지지자를 만들고
보스는 부하만을 만든다
■ 리더는 존경을 모으고
보스는 복종을 요구한다
■ 리더에게는 귀가 여러 개 있으나
보스에게는 귀가 없다
- 홍사중 ‘리더와 보스’ 중에서
직장생활의 연륜이 쌓이다 보면 여러 유형의 상사와 일하게 된다. 때로는 권위적인 상사를 만나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한다. 어려운 과제는 아랫사람에게 넘기는 상사가 있는 반면에 과제 해결의 지침과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 주는 상사도 있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희비는 엇갈린다. 조직에서의 리더는 목표를 달성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불확실한 변화와 경쟁이 심화된 경영환경하에서 구성원들이 변화를 통하여 조직목표를 달성하도록 리더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을 리더십이라고 한다. 리더는 사무실, 작업현장의 어디서든 존재한다. 팀을 이끄는 간부, 현장 근무자를 독려하여 작업을 완결해 가는 주임·조장들, 후배들을 이끄는 선배 모두가 리더의 영역에 속한다.
리더와 보스는 다르다. 리더는 솔선수범하고 조직의 미래비전을 제시하며 희망을 보여준다. 또한 아랫사람들이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며, 목표를 향해 그들을 이끌어 간다. 내용물이 다양한 식재료가 어울려 비빔밥이라는 독특한 결과물을 얻는 것처럼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독창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리더는 자신보다는 구성원들과 조직을 우선시한다. 참다운 리더와 근무하는 직원들은 리더의 식견과 언행을 배우며 자기 성장의 기회를 얻게 된다. 보스는 어떠한가.
‘보스’하면 검은 조직의 우두머리(두목)가 연상되는 부정적인 단어이지만 어떤 조직에서든 보스는 있다. 다만 리더와 성격을 달리한다. 무엇보다 보스는 자신의 안위와 욕망의 실현을 중시하며 누리는 것에 익숙하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권력으로 착각하고 공사 구분 없이 아랫사람을 부린다. 일방적인 지시와 복종을 원하기 때문에 대화와 타협은 없다, 아랫사람을 숨이 막히게 함으로써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아랫사람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고 조직은 병들어 간다. 보스가 만연한 조직에서 구성원들이 느끼는 직장이란 지옥(Hell) - 그 자체이다.
때로는 회사에서 직급이 높거나 동일 직급의 팀원을 이끄는 경우가 있다. 특정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임시조직인 전담반(태스크포스 Task force)이 그렇다. 경영평가 부장으로 임명되어 지표별로 구성(각 부서의 근무자)된 경영평가전담반을 이끌며, 실장이 팀원으로 참여하여 난감했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작업을 주관하는 입장에서 지시와 보고서 수정이 반복될 것에 대한 양해를 구하니 흔쾌히 공감한 선배와 반원들의 노력 덕분에 작업은 진행되었다. 외부용역을 주던 관행을 깨고, 자력으로 보고서를 만들고자 했던 도전은 반원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공동의 작업 방향과 결과물을 얻기 위한 전담반원들의 열의와 반복된 보고서 수정과 피드백의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2년 연속 꼴찌에서 경영평가 1위 달성! 성과에 대한 보상은 있어야 할 것 아닌가(우여곡절 끝에 전담반원 23명 전원이 사장상을 받았다).
진정한 리더의 역할은 구성원들에게 일할 의욕을 일으키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이다. 그 다음에는 목표를 향해 팀원들을 아우르며 이끌어 가는 것이다. 결국 리더십이란 사람을 이끄는 기술이다. 사람을 이끌기 위해서는 리더 자신의 자기관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말과 행동의 일치, 팀원들에 대한 배려, 늘 먼 곳을 바라보며 팀원들을 격려하며 인도하는 것이 리더의 덕목이다.
홍사중(문화평론가)은 저서 「리더와 보스」에서 말한다. ‘리더가 가져야 할 지도력의 기본은 ① 사람을 볼 줄 안다 ② 사람을 쓸 줄 안다 ③ 사람의 말을 들을 줄 안다 ④ 사람을 움직일 줄 안다 ⑤ 이 네 가지를 바탕으로 실천할 줄 안다’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이 없는 사람은 사람을 쓸 자격이 없다. 리더는 권위 의식을 내려 놓고 서로의 생각을 나눠야 한다. 이것이 소통이다. 일방적인 지시는 팀원들의 의욕을 꺾어 놓는다. 서로를 믿는 마음, 감정적이고 인간적인 교감까지 나누게 된다면 일할 맛을 느끼고 사기는 오르게 된다. 상사(선배)가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며 참된 리더의 모습으로 앞서 나갈 때, 후배들은 긍지와 보람을 느끼며 따르게 된다. 함께 일하던 후배가 승진할 때 늘 해주던 말 - “재능있는 후배들을 부하로 만들지 말고, 재목으로 잘 키우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