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ERGY

퇴근길 인문학

<논어>,
좋은 인간관계를 만드는 방법


글_박재희 작가(「마음공부 명심보감」
  저자, 前 POSCO 전략대학 석좌교수)

인생을 살면서 나를 힘들고 지치게 하는 것 중 하나가 관계에서 오는 위기다. 지위가 높아지고, 통장에 돈이 쌓여도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어깨에 힘이 빠지고, 머리는 멍해진다. 아침에 감정적으로 던진 부부 간의 뼈 있는 말 한마디는 하루를 힘들게 하고,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나빠지면 잘나가던 인생도 허무해진다. 직장에서 동료와 상하 간에 관계의 균열이 생기면 출근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지고, 심지어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좋은 인간관계는 좋은 음식보다 중요하고, 꾸준한 운동보다 필요하다.

원활한 인간관계의 덕목 오륜·삼강

유교 경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윤리는 원활한 인간관계다. 오륜(五倫)은 인간관계의 5가지 축을 강조한 것이고, 삼강(三綱)은 그중에서 더욱 중요한 군신(君臣), 부부(夫婦). 부자(父子) 관계를 강조하여 말한 것이다. 관계의 덕목으로는 의리(義), 친밀함(親), 역할 분담(別), 질서(序), 신뢰(信)를 제시한다.

다섯 가지 인간관계의 덕목을 풀어보면, 직장과 직원들은 끝까지 의리를 지키고 생사를 함께 해야 한다.

부모와 자식은 헤어질 수 없는 숙명적 관계이니, 가장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부부는 서로 평생 해로하자고 약속하며 한 가정을 꾸렸으니, 각자 역할을 서로 인정하고 배려하여 좋은 가정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나이 차이가 나는 사람끼리는 서로 배려하며 양보하여 상황에 맞는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 친구는 평생 함께하는 인생의 동지이니 신뢰를 잃지 말아야 한다. 인간사회가 아무리 과학이 발전했다고 해도 변할 수 없는 인간관계의 덕목이다. <논어>에서 말하는 인간관계 5계명을 정리해 본다.

첫째 상대방과 처지를 바꿔 생각하라.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남에게 시키지 말라(己所不欲勿施於人, 기소불욕 물시어인)’.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상대방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남이 나에게 막말하는 것이 싫다면 나 또한 상대방에게 막말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 처지에서 생각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인간관계의 시작이다. 내가 하기 싫은 것은 상대방도 하기 싫기 때문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처지를 바꿔 생각해 보라. 내가 상대방 입장이라면 어떨까? 단 한 번만 고민한다면 지금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명확해진다.

둘째 내가 먼저 상대방을 예우하라. ‘상대방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화내지 말고, 내가 먼저 상대를 알아주지 않고 있음에 분노하라(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 불환인지불기지 환부지인야). 평소에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사람에게 마음이 갈 사람은 없다. 관계는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내가 먼저 상대방을 더욱 이해하고 알아줄 때 상대방은 저절로 나에게 관심을 두고 다가올 것이다. 나는 지금 상대방에게 무엇을 베풀 것인가를 고민해 보자.

셋째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하라. ‘잘못을 알았으면 인정하고 고쳐라.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이 잘못이다(過則勿憚改 過而不改 是謂過矣, 과즉물탄개 과이불개 시위과의).’ 잘못을 하는 것보다 인정하지 않고 잘못을 계속해서 저지르는 것이 진짜 잘못이다. 자신의 잘못을 명확하게 인정하는 일은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잘못했습니다!’라고 먼저 인정하고 두 번 다시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 될 것을,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하려다가 결국 관계는 더욱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된다. 많은 기업이 자신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쉬쉬하며 문제를 덮으려고 하다가는 결국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수는 없다. 얼마나 빨리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하느냐가 중요하다.

넷째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비난하거나 공격하지 마라! ‘자신과 다른 것을 공격하는 것은 자신에게 해가 될 뿐이다(攻乎異端 斯害也已, 공호이단 사해야이).’ 나와 다른 것에 대하여 무조건 비판하고 깎아내린다면 관계는 깨지고, 결국 본인에게 해만 될 뿐이라는 경고다. 이단(異端)은 나와 다른(異) 생각(端)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양성의 인정은 관계의 중요한 시작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할 때, 비로소 좋은 관계가 시작된다. 말끝마다 타인의 단점을 지적하고, 다른 생각을 공격하는 사람과 오랜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다섯째 ‘내 탓이오!’를 외쳐라! ‘군자는 책임을 자기에게서 찾는다. 소인은 책임을 남에게 돌린다(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 군자구저기 소인구저인).’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는 사람을 사람들은 신뢰한다. 떳떳이 모든 책임을 인정하고 모든 것을 내 탓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의 주변에는 늘 좋은 사람들이 몰린다.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타인에게 문제점을 찾거나 잘못을 넘기기보다는 나의 문제점을 과감하게 밝혀라!

존중과 배려로 관계의 방정식 풀어야

평소에 좋은 관계를 많이 만들어 놓은 사람이나 기업은 어렵고 힘들 때 더욱 빛이 난다. 평소 신뢰가 있기에 믿어주고, 잘못을 인정하기에 기회를 주고, 배려가 있기에 존중을 받는다. ‘날씨가 추워져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드는 것을 알 수 있다(歲寒然後 知松栢之後凋也,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 힘들고 어려워져야 비로소 본질을 알 수 있다는 <논어>의 구절이다. 술과 밥 대접으로 관계를 맺은 사람을 주식형제(酒食兄弟)라고 한다. 이런 관계는 어렵고 힘들면 바로 단절된다. 힘 있을 때 만난 관계이기에 힘이 사라지면 관계도 끝나기 때문이다. 급하고 어려울 때 끝까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급난지붕(急難之朋)이라고 한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마음으로 사귄 관계다. 어떤 배경이나 이유가 아닌 마음이 통하는 관계다. 관계의 상처가 깊은 시대다. 지금 나는 관계의 방정식을 제대로 풀어나가고 있는지 성찰해 보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