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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in 에너지

매일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가
에너지가 된다면?

영화 <백 투 더 퓨처>


글_조행만 과학 칼럼니스트

영화 <백 투 더 퓨처> (출처: 네이버 영화)

현실이 되고 있는 <백 투 더 퓨처> 속 상상력

지난 1985년 개봉된 영화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는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여행하는 SF코미디 영화로, 개봉하자마자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다. 이후 4년 뒤인 1989년 개봉한 <백 투 더 퓨처 2>는 세계적인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을 맡아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 리뷰 기자들은 이 영화의 흥행 비결로 기발한 시나리오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시간 여행이란 엄청난 주제를 통해 주인공이 부모, 그리고 지인들과 과거에서 뒤죽박죽 얽히는 이야기는 그 이전도, 이후에도 좀처럼 나오기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인기 비결이 있다면 지금 봐도 기발한 과학적 상상력이 아닐까 싶다. 이 영화에는 다양한 발명품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도 타임머신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백 투 더 퓨처 1>에선 상상 속의 타임머신 자동차 ‘드로리언(Drolean)’이 소개된다. 주인공 마티(마이클 J. 폭스)는 힐 밸리(Hill valley)라는 미국의 전원 마을에서 여자친구 제니퍼(엘리자베스 슈)와 사귀며, 록 음악과 스케이트보드 그리고 스포츠카에만 관심을 두는 평범한 고교생이다. 순수한 마티는 마을에서 괴짜 발명가로 불리며, 외톨이 생활을 하는 브라운(크리스토퍼 로이드) 박사와 친하게 지내는데 박사가 개발하려고 하는 것은 바로 타임머신이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어느 날 브라운 박사는 마티에게 외친다. “시간 여행을 하려면 1.21기가와트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러려면, 핵폭발을 위한 플루토늄이 있어야 해!” 이에 대해 마티는 “플루토늄이 마트에 가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라며 어이없어한다.

그러던 어느 날 번개를 맞고 잠시 미래로 갔다가 돌아온 드로리안을 보고, 박사는 자연적인 번개를 순간적으로 맞으면 타임머신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영화에서 마티는 드로리안을 타고 가다 우연히 벼락을 맞고 자신의 부모가 결혼하기 전 시대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1편이 1985년에서 30년 전의 1955년으로 갔다 오는 설정이었다면, 2편은 1985년에서 30년 후인 2015년의 미래로 가는 설정이다.

영화 속 마티가 미래 여행을 떠났던 2015년, 실제로 한 방송에선 이 영화에 나온 발명품 중에 실제 제작된 것을 알아보기도 했다.

(출처: 네이버 영화)

마티가 영화 속에서 신었던 전자 끈 운동화는 나이키에서 실용화됐다. 이 운동화는 끈이 자동으로 조여진다. 또한, 영화에서는 마티가 극장 앞을 배회하다가 갑자기 덮쳐오는 백상아리의 공격에 매우 놀라는데 이는 3D 입체 광고로 상용화된 지 오래다. 영화에서 나왔던 공중을 나는 스케이트보드 ‘호버 보드’는 당시 실험 단계에 있었다. 마티가 사용했던 웨어러블 글래스 역시 구글에서 제작돼 상용화를 연구 중이다.

바나나 껍질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쓰레기로 에너지를 재생하는 영화 속 기술은 2015년 당시엔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화석연료가 고갈되고 있는 지금은 가장 중요한 기술로 부상했다.

영화에서는 드로리안을 타고 미래로 가기 전 연료가 필요하자, 브라운 박사가 쓰레기통을 뒤져서 먹다 버린 바나나 껍질과 빈 깡통에 남아있던 맥주를 ‘미스터 퓨전(Mr. Fusion)’ 시스템이라는 기계 장치에 넣는다. 쓰레기들은 이 장치에 들어가서 섞이고, 자동차 연료가 된다.

(출처: 네이버 영화)

이 장면에서 우리는 바나나 껍질 같은 식물을 에너지로 재생산하는 ‘바이오매스(Biomass)’ 기술의 힌트를 엿볼 수 있다. 바이오매스란 태양에너지를 받은 식물과 미생물의 광합성에 의해 생성되는 식물체·균체와 이를 먹고 살아가는 동물체를 포함하는 생물 유기체를 뜻한다. 이 바이오매스를 직접 또는 화학적, 물리적으로 변환시켜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바이오에너지 기술이 새로운 대안에너지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연구되고 있는 기술이 30여 년 전 영화에서 등장했다는 것을 보더라도 <백 투 더 퓨처>의 상상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가늠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바이오에너지는 얼마나 연구되었을까? 곡물의 씨앗이나 폐식용유를 가공해 얻는 바이오디젤의 경우, 현재 유럽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이다. 오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37%로 줄이려는 우리나라에서도 바이오에너지 기술을 활용한 사례가 눈에 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9월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가축분뇨처리지원사업을 개편하여 가축분뇨 에너지화 사업을 확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농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충남 홍성군 원천마을은 가축분뇨 바이오가스와 발전 폐열을 활용하여 마을 단위 RE100¹을 추진하고 있으며, 열병합발전소와 제철소 등 산업계에서도 가축분뇨 고체연료를 활용하여 화석연료를 대체하거나,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¹ Renewable Energy 100(재생에너지 100)의 약자로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추세라면 영화에서 그랬던 것처럼 음식물쓰레기를 그 자리에서 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도 머지않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쓰레기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영화 <백 투 더 퓨처>를 보며 좀 더 친환경적인 미래를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