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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개발에 대한
끈기와 열정으로
현장의 안전을 확보하다

원자로 스터드 홀 자동
세척장치 신기술 개발


왼쪽부터 박영재, 서동운, 문영준, 이우규, 백민수, 김창훈(위), 김동일(아래)

현장에서 땀 흘리는 작업자들의 효율적인 업무 수행과 안전을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하고 탐구하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9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신기술 인증을 받은 ‘원자로 스터드 홀 자동 세척장치’ 역시 그들의 기나긴 노력 끝에 탄생한 것. 현장을 위해 밤낮없이 기술 개발에 매달리고 신기술 인증까지 획득한 사람들을 만나 신기술 개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글_임혜선  사진_김인규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 개발된
로봇청소기

‘원자로 스터드 홀 자동 세척장치’는 자동화 장치를 활용해 스터드 홀을 청소함으로써, 고방사선 구역에서 작업자의 피폭을 최소화하는 장치다. 장치 개발에 참여한 종합기술원 전략기술개발센터 김창훈 선임연구원은 이를 ‘로봇청소기’에 비유했다.

“가정에서 쓰시는 로봇청소기도 간단한 제어를 통해 집안을 청소해주잖아요. 이번에 신기술 인증을 받은 원자로 스터드 홀 자동 세척장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원자로 플랜지면 위를 이동하며 스스로 홀을 인식하고 홀 내부를 청소하는 로봇이죠.”

신기술 인증을 받은
원자로 스터드 홀 자동 세척장치

원자로는 핵연료로 직접 열을 생산해내는 장치다. 그렇기 때문에 열과 압력이 높아 원자로의 체결력은 안전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손꼽히는데, 이 체결력을 유지시켜주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원자로 스터드 홀이다. 문제가 생겼을 시 교체가 되지 않는 원자로처럼 원자로 스터드 홀 또한 교체가 불가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와 청소가 중요하다.

기존에는 원자로 스터드 홀을 청소하기 위해 작업자가 방호복을 착용하고 직접 고방사선 구역에 출입해야 했다. 문제는 작업 시 납 조끼, 방호복, 방호 마스크 등을 착용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 능률이 낮고 방사능 노출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것. 이는 원자로 스터드 홀 자동 세척장치 개발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우리 회사 기술직으로 근무하신다면 크고 작은 차이가 있지만 스터드 홀은 많이 접하게 되는 장치일 겁니다. 그러나 작업하는 곳이 고방사선 구역이기 때문에 피폭에 대한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죠. 실제로 피폭선량 관리가 주기적으로 이루어져 스터드 홀 세척 작업에서 피폭선량이 높을 경우 다른 작업의 참여가 제한되기도 합니다. 이 장비를 개발하게 된 이유가 이것입니다. 방사능으로부터 작업자를 보호하려는 것이었죠.”

안전과 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원자로 스터드 홀 자동 세척장치는 원자로 플랜지면 위를 주행하며 작업자가 원하는 위치의 스터드 홀을 청소하는 역할을 한다. 세척유닛과 제어유닛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척유닛에는 주행축, 브러쉬 모듈, 센터링 모듈이 있다. 이 장치는 주행 및 센터링, 브러쉬, 세척제의 분사 및 회수에 대한 부분에서 특허를 획득하기도 했다.

2015년 10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총 4년의 기간 동안 연구에 몰두하면서, 개발팀은 현장 작업자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고자 했다. 세척 과정 및 관련 노하우, 필수 구비사항 등에 대한 조언을 들으며 ‘과연 내가 쓴다면 어떨까’하는 마음으로 장비의 품질을 높이고자 했다고. 그러나 사람이 한다면 자연스럽고 세밀하게 판단할 수 있는 부분들을 로봇에게 적용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사람이 눈으로 보면서 스터드 홀 세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세척 대상 홀과 사람이 넣는 브러쉬 간에 정렬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람이 한다면 쉬운 작업이지만 로봇이 수행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정렬이 안 된 상태에서 브러쉬가 삽입되지 않아 플랜지면 바닥면을 밀며 로봇자체를 들어 올릴 수도 있고, 삽입이 되었더라도 회전에 따른 진동에 의해서 로봇의 파손을 유발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죠. 이런 우려 상황들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 어떤 안전장치를 둘 건지를 고민했습니다.”

종합기술원 전략기술개발센터 김동일 책임연구원은 세척 시 원심력에 의한 브러쉬 손상과 반발력을 감소시키기 위해 원자로 스터드 홀 자동 세척장치만을 위한 개별 브러쉬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사람이 사용하던 브러쉬는 스터드 홀보다 큰 사이즈였는데, 지속적으로 사용할 시 브러쉬 와이어 길이가 짧아지고 세척력이 약해져 브러쉬를 교체해야 했다. 그러나 원자로 스터드 홀 자동 세척장치에 적용된 브러쉬는 세척을 위한 회전 시 개별적으로 돌출되어 브러쉬의 길이가 감소해도 처음과 같은 세척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스터드 홀의 삽입 시 반발력을 최소화시켜 로봇의 오작동 위험을 줄이는 역할도 한다. 상하 이송에 따른 개별 브러쉬의 자연스러운 회전으로 각각의 브러쉬를 전체적으로 고르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게 된다.

원자로 스터드 홀 자동 세척장치의 개발로 안전은 물론, 작업의 간소화를 통한 효율성과 편의성 향상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스터드 홀 하나를 세척하는 데도 많은 도구가 필요하고 그에 따라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홀을 청소하는 데에만 해도 세척제와 와이어브러쉬, 전동공구가 필요한데 작업이 마무리 된 후에는 세척제를 회수한 뒤 혹시 모를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진공청소기까지 준비해야 했던 것. 이 과정을 모든 스터드 홀을 청소할 때까지 반복했기 때문에 고방사선 구역에서의 체류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그러나 원자로 스터드 홀 자동 세척 장치는 모든 구성품이 개별이 아닌 하나의 대차 위에서 운반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별도의 준비 없이도 장비를 세척 위치에 이송시키기만 하면 손쉽게 스터드 홀 세척 작업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또한 다양한 사용자를 고려하여 Auto 모드, Manual 모드 등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현장에서 얻은 자신감,
신기술 인증으로 이어지다

4년이란 개발 기간 동한 많은 고비가 찾아오기도 했다. 기존 기술에 대한 기능을 추가하고 개선하고자 시작된 개발이 연구 1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기술 적용으로 바뀌어 어려움이 많았다고. 김창훈 선임연구원은 자면서도 연구 개발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며 그때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수많은 테스트 과정을 거쳐 처음 현장 전문가들을 초대해 품평회를 시행했을 때는 4년간의 고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다고. 당시 품평회에 참석했던 대부분의 현장 전문가들이 원자로 스터드 홀 자동 세척장치에 대한 만족을 표한 것이다. 원자력정비기술센터 이우규 주임은 고객사인 한수원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연구과제 기술사업화를 위해 한수원 및 사업소를 대상으로 장비 시연회를 3회 개최했습니다. 장비를 개발할 당시 사업소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작업자의 높은 피폭량 및 피로도 등과 같은 불편사항과 고충들을 파악하고 관련된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었는데요. 그 덕분인지 장비 시연회를 통해 한수원 및 사업소 분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이때 얻은 자신감은 자연스럽게 신기술 인증 신청으로 이어졌다. 신기술 인증이란 새롭게 개발한 기술의 조기 상용화 및 신규시장 조성 촉진 목적으로 운영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정책사업이다. 2년 이내 상용화 가능 기술이거나 제품의 생산성 혹은 품질을 현저히 향상시킬 수 있는 공정기술이 신청대상이며, 1년에 3번의 신청기회가 있다. 최근 5년 동안 신기술 인증 신청건수는 무려 2,314건. 그러나 이 중 신기술로 인증받은 건 356건에 불과하다.

신기술 인증을 준비했던 종합기술원 기술전략실 서동운 차장은 합격률이 15%밖에 안 되는 신기술 인증에서 우리 회사의 기술이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것은 현장의 안전성 확보는 물론, 회사의 매출 증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기술 인증이 되면 그 기술을 적용한 제품은 인증 유효기간 동안 수의계약이 가능하게 됩니다. 그리고 공공기관에서는 신기술 제품을 구매할 시 회사 경영실적 계량점수 부분에 도움이 되죠. 아마 잠정적 주 고객사는 한수원이 될 텐데요. 고객사에게는 경영평가에 기여할 수 있고, 우리 회사는 수의계약을 통해 지속적인 매출 발생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정비 시장에서의 활약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우규 주임은 원자로 스터드 홀 자동 세척장치가 발전정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근거를 크게 두 가지로 꼽았다.

“첫 번째는 물론 안전입니다. 기존에 수동으로 작업했던 방식에서 전체 자동화가 가능한 장비를 개발함으로써 기존 기술 대비 세척 작업 시간과 고방사선 지역 체류시간 등을 줄일 수 있게 됐죠. 따라서 작업 능률 향상 및 작업 피폭량 감소를 통한 작업자의 안전 향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둘째로는 Simpelkamp(독일)社 장비의 경우 Westinghouse Type 원자로에 특화되어 있는 반면, 본 장비는 OPR100 및 APR1400 Type 원자로에 모두 적용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국내 원자로 약 16기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 약 4기(BNPP 기준)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죠.”

다시 새로운 기술을 고민하다

우리 회사는 이번 기술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새로운 기술 개발을 통해 정비 현장의 안전을 확보하고 정비품질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예정이다. 김창훈 선임연구원은 현재 스터드 홀 검사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스터드 홀 청소와 더불어 청소 후 스터드 홀의 상태를 확인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것도 중요한 사항 중 하나입니다. 스터드 홀 상태를 확인할 때는 정밀 가공된 게이지 형태의 볼트를 삽입하게 되는데 작업자가 직접 회전시켜야 하기 때문에 피로도가 높은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삽입 후 정확히 삽입했음을 기록할 수 있는 객관적인 도구가 없어 앞서 언급 드렸던 볼트 고착 등이 발생했을 때 나사산 검사유무를 의심받게 됩니다. 이를 해결하고자 작업자의 안전과 피로도 저감, 나사산 검사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 확보를 위한 기술 개발을 진행 중에 있으며 현재 프로토 타입 형태의 구성이 완료된 상태입니다. 향후 개발이 완료되면 원자로 스터드 홀 자동세척 장치 사업화와 연계하여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현장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도,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원들도 모두 ‘안전’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갖고 매일을 성실히 보내고 있다. 이번 신기술 인증은 안전을 기반으로 완벽한 정비품질을 만들어가는 우리 회사 구성원의 열정이 빚은 값진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Mini Interview


종합기술원 백민수 원장

Q. 신기술 인증을 획득한 직원들에게 격려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신기술 인증은 한전KPS의 기술력을 외부기관으로부터 검증을 받은 것입니다. 개발과 인증을 위해 수고해주신 종합기술원 직원에게 축하와 함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 기술은 발전정비기술의 고도화로 회사 성장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정비효율성 향상, 작업자의 안전성을 높여주는 중요한 기술입니다. 적극적 사업적용과 지속 기술고도화 노력을 아울러 부탁드립니다.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모두 자랑스럽습니다.

원자로 스터드 홀 자동 세척장치
개발 및 신기술 인증의 핵심멤버들!
오랜 시간 동고동락한
그들의 소감을 들어봤다.

종합기술원 전략기술개발센터 로봇자동화개발팀

김동일 책임연구원

연구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를 하나씩 극복해 나가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또한 신기술 인증까지 받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심사과정과 절차가 까다로워서 처음에는 어려운 도전이라 판단하였으나 종합기술원장님, 전략기술개발센터장님 등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성공하여 우리 회사의 저력을 드높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런 큰 결실이 모든 분들과 함께한 결과라 더욱 행복합니다.

종합기술원 전략기술개발센터 혁신공정개발팀

김창훈 선임연구원

제가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한 기술이 대내외적으로 우수성을 인증 받았다는 것에 개발자로서 무척 뿌듯하며 이번 인증이 로봇 판매에 좋은 마중물이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현장에서 작업하시는 분들이 겪고 계신 문제점이나 개발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부탁드립니다. 성심성의껏 대응하여 새로운 기술 개발에 매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종합기술원 전략기술개발센터 로봇자동화개발팀

문영준 선임연구원

이번 스터드 홀 청소로봇의 신기술 인증을 받게 되어 기쁘며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지원과 도움을 주신 종합기술원장님과 종합기술원 모든 분들의 성과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도 도전적이며 혁신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사람과 협업할 수 있는 로봇 자동화 장비개발에 힘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종합기술원 기술전략실 기술운영부

박영재 부장

이번 기회에 우리 회사 기술력을 널리 알릴 수 있고, 이를 통해 매출성과를 올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정말 기쁘게 생각합니다. 2015년 이후 매년 인증 도전을 했지만, 항상 최종관문의 문턱을 넘기 힘들었는데 6년 만에 이런 쾌거를 이룰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 아마도 연구개발, 사업, 지원부서 간의 하나 된 협업이 없었으면 오늘의 큰 성과를 얻기 힘들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종합기술원 기술전략실 기술운영부

서동운 차장

신기술 인증 업무는 올해부터 맡게 되었는데 이런 큰 성과를 얻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물론 그만큼 시스템이 잘 되어있고, 특히 2차 평가 때 종합기술원장님을 비롯해서 기술전략실장님, 기술운영부장님 그리고 기술전략실 모두의 지원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원자력정비기술센터 구매제작사업팀

이우규 주임

우선, 기술개발부터 신기술 인증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함께 해주셨던 종합기술원 연구원 분들과 기술운영부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끈끈한 결속력으로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달려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같이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더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신기술 인증은 앞으로 우리 회사 기술력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또 다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