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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합성으로 에너지를 만들수 있을까?

<유리정원>으로 보는 식물에너지


태양열, 지열, 풍력, 수력 등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가 미래 세대를 책임지는 에너지로 주목받으며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와 꽃 등 식물에서는 에너지를 얻을 수 없는 것일까?

글_조행만 과학 칼럼니스트

‘녹혈구’를 연구하는 과학자의 이야기 <유리정원>

스크린에선 상상이 현실이 된다. 지난 2017년 개봉한 영화 <유리정원>은 “인간이 나무가 될 수 있을까?”란 물음을 던지며 ‘녹혈구’라는 생소한 생명공학 소재를 다뤘다. 얼핏 과학영화 같아 보이지만 마치 할리우드 영화 <미저리>를 연상시키듯, 줄거리는 스릴러 장르 쪽으로 전개된다.

주인공 ‘재연’(배우 문근영)은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으로 생명공학연구소에서 묵묵히 연구에만 전념하는 평범한 여성 과학도다. 그녀는 매우 독특한 신념을 갖고 있다. 인간의 적혈구처럼 나무에는 녹혈구가 있어서 푸른빛을 띠고 이를 사람 몸에 적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그녀의 연구 주제는 녹혈구로 만드는 인공혈액이며, 이를 통해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어려운 연구는 그녀를 연구소에 틀어박히게 만들지만, 한 가닥 행복은 같이 일하는 정 교수와의 사랑이다. 더디긴 해도 성공적인 연구 결과물도 그녀의 삶을 지탱해주는 한 조각 희망이다.

하지만 그녀의 작은 행복은 오래 가지 못한다. 정 교수가 자신의 후배와 사랑에 빠지면서 철저하게 버림받는다. 더군다나 그의 묵인 속에 후배는 재연의 연구 성과마저 가로챈다. 이후 모든 것을 버리고 숲속으로 떠난 재연은 어릴 적 살았던 곳에 유리정원을 짓고, 오로지 연구에만 몰두한다. 과연 그것이 전부일까?

또 한 명의 등장인물 무명작가 ‘지훈’(배우 김태훈)이 개인적인 부와 명예를 위해 그녀의 뒤를 쫓는다. 결국, 이 작가에 의해 유리정원의 충격적인 비밀이 밝혀진다. 이 비밀은 직접 영화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식물 에너지 ‘Plant MFC’

영화 <유리정원>은 주로 저예산 영화를 통해 사회 고발을 담은 작품을 배출해온 신수원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의 결말을 조금 얘기해보자면, 마지막에 주인공 재연은 자신이 개발한 녹혈구로 이뤄진 인공혈액을 스스로 몸에 주입한다. 이로써 인간으로서의 신체 기능이 정지한다. 이 행위는 극단적 선택에 해당하고 영화는 불행한 결말을 맞는 듯하다. 하지만 녹혈구로 이뤄진 인공혈액을 맞은 그녀의 머리에서 나무가 자라기 시작했다. 이는 그녀의 연구가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영화 <유리정원>은 보는 관점에서 장르적 해석이 달라진다. 즉, 복수를 그린 스릴러가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으로 환생하는 해피엔딩의 과학영화가 아닐까? 그녀는 동물적 욕망으로 가득 찬 이 사회에서 버림받았지만, 자신의 연구를 통해 깨끗이 정화된 나무로 다시 태어난 셈이다.

(출처: 네이버영화)

하지만 과학적으로 본다면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과연 녹혈구로 만든 인공혈액을 사람이 맞으면 나무가 될 수 있을까? 영화 <유리정원>에서도 정확한 과학적 설명은 없다. 이 역시 영화적 상상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과학계에서 식물을 활용한 연구는 끊임없이 진행돼왔다. 그중 하나가 바로 식물에서 에너지를 얻는 ‘Plant MFC(Microbial fuel cell, 미생물 연료전지)’다.

이는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할 때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전자를 포집해 전기 에너지로 만드는 장치다. 즉, 미생물을 촉매로 사용해 유기물질이 분해되고 생성된 전자를 전극으로 이동시켜 전기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원리다.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유기물은 축산 분뇨, 오수, 농수산 폐기물 등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또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식물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는다.

살아있는 식물의 광합성과 호흡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24시간 에너지 공급이 가능하고 환경에 무해하다.

이 미생물 연료전지는 도시, 농촌 마을뿐 아니라 외딴 섬과 같은 곳에도 청정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어 향후 친환경 에너지로도 주목받을 전망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식물 에너지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영화 <유리정원>에서 보여준 환생의 비밀이 현실에서도 밝혀지는 그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