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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에게

나무가 들려주는 경영이야기 5

식목일(植木日)을 기억하며


변화가 빠른 시대다. 그러나 변화에 적응해나가기는 쉽지 않다. 변화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번 호에서 박홍규 前 원자력연수원장은 환경에 적응하는 나무를 통해 우리에게 변화에 대한 자세를 알려준다.

글_단국대학교 경영대학원 박홍규 교수 (前 한전KPS 원자력연수원장)

이상기후 – 나무는 부단히 적응한다

4월 5일은 제76회 식목일이다. 이상기후로 인하여 나무의 생육 한계선이 북상하고 꽃피는 시기도 빨라졌다. 3월 말 마당의 나무들은 꽃이 피고 잎이 돋았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3월 기온이 높아져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이 증가하면서 지난달 산림청에서는 식목일 날짜변경 타당성 검토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1946년에 제정된 식목일 이후로 70년 동안 3도가량 기온이 상승했다고 한다.

올봄, 서울 여의도의 벚꽃 개화 시기가 9일 앞당겨졌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20일가량 빨라졌다고 한다. 당연히 기온이 오르면 나무들의 봄맞이 활동은 빨라진다. 4월 초순 이후 잎과 꽃이 돋은 상태에서 나무를 심으면 뿌리내림이 수월하지 못하게 된다. 지상의 잎과 뿌리가 균형점을 잃게 되면 고사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산림청에서 밝힌 지역별 나무 심는 시기를 보면 난대(제주, 남해안)는 2월 하순~3월 하순, 온대 남부(전남, 경남)는 3월 초순~4월 초순, 온대 중부(충청, 전북, 경북)는 3월 중순~4월 중순, 온대 북부(경기, 강원)의 경우 3월 하순~4월 하순이다. 나무 심는 시기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전국의 산림조합에서 매년 운영하는 나무시장은 보통 3월 둘째 주부터 시작해서 한달가량 진행된다. 식목일 즈음에 나무시장을 찾으면 좋은 나무들은 이미 선택되어 나가고, 잎과 꽃이 움튼 나무들을 보게 될 것이다.

지난 3월 초부터 오가는 길목에 나무시장(여주, 이천, 양평, 홍천)에서 새 식구들을 데리고 왔다. 운룡매(매화), 화이트핑크 셀릭스, 플라밍고 셀릭스(삼색버드나무), 남경화, 샤인머스켓(포도), 목련화 등이 마당에 자리를 잡았다. 계절을 지나며 스탠다드 미니장미, 팥꽃나무, 유럽분꽃나무는 과습의 피해를 입었고, 올해 들어 낮에는 포근하고 밤에는 영하의 날씨가 반복되면서 겨우내 싱싱했던 오죽, 남천, 홍가시나무의 잎들이 낙엽이 지며 마른다. 혼돈의 기온변화가 나무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었는가 보다.

경영환경 변화 – 모두가 풀어야 할 과제

기후변화에 못지않게 경영환경의 변화도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기 위한 대응책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 성장의 ‘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ESG 경영을 예로 들어보자. 지금까지는 기업의 재무정보를 통해 성과와 성장성을 보았다면 ESG는 비재무적 성과에 대한 것을 살핀다는 것이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라는 기업의 3대 비재무 지표를 의미한다.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면 ESG 경영을 통해 얼마나 멀리 내다보며 전략과 행동이 한 방향으로 가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담당 부서만의 고민과 단순한 실적의 나열이 아니라는 점이다. 구성원들의 사고방식을 함께 바꾸는 생각의 전환을 의미한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제도와 규정이 새로운 경영환경 변화를 수용하고 있는지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10여 년 전에 회사에서 요구했던 핵심역량이 지금도 통용될까? 환경이 바뀌면 요구되는 역량도 달라져야 한다. 핵심역량은 고과 평정과 교육 부문을 비롯해 여러 부문에서 판단 및 평가의 기준점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접근이 시급하다.

기업은 생명체이다. 따라서 생존을 위해서는 성장해야 하고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각자가 맡은 분야에서 변화의 흐름을 간파하고 변화를 선도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단히 자료들을 읽고 분석하여 회사에 접목 가능한 연결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제시된 의견이 치열한 토론을 통해 공론화되고 시행된다면 신바람 나는 일이 아닌가. 변화 주도형의 개인역량을 키우는 길은 많이 보고 많이 듣는 것이다. 개인역량의 총합은 회사역량이다. 역량의 유기적인 조화가 회사를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끈다.

나무가 묻는다

나무들은 생존의 3요소(햇빛, 바람, 물)에 민감하다. 다들 알고 있지만, 그런데도 키우던 화초를 죽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무와 화초의 특성(생육조건)을 알고 생존의 3요소를 적절하게 균형을 이뤄 공급한다면 풍성하게 커갈 것이다.

우리도 그렇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오늘보다는 내일 한 뼘씩 발전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자.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기후변화를 감지하고 적절하게 시기를 맞추어 꽃을 피운 나무는가을이면 결실을 볼 것이다. 지금의 시련이 훗날 회사가 필요로 하는 거목으로 성장하기 위한 적응과정이라고 생각하자. 나무가 묻는다.

“당신은 언제쯤 인생의 개화기를 맞이할 것입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할 것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