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ERGY+

후배들에게

나무가 들려주는 경영이야기 2

적재적소(適材適所)


서로 다른 특징과 성향을 가진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만큼, 조직의 팀워크 형성은 쉬운 일이 아니다. 효율적으로 조직의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고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박홍규 前 원자력연수원장이 후배들에게 이에 대한 조언을 들려준다.

글_단국대학교 경영대학원 박홍규 교수 (前 한전KPS 원자력연수원장)

나무를 가꾸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보아야 한다. 심을 나무의 생육조건, 나무의 형태, 성목이 되었을 때의 크기, 꽃과 단풍의 색, 식재지역의 기후와 토양 등을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심어야 한다. 나무의 생육조건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지역의 환경조건에 적합한 나무를 선별하여 환경에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 동백나무와 석류, 홍가시나무는 남부지방에 키우기 적합한 나무로 알려져 있지만 지구온난화로 남부수종의 생육한계선이 많이 북상하여 중부지방에서도 재배가 가능한 나무도 있다. 부산의 도로 중앙분리대에서 보았던 잎이 붉은 홍가시나무는 여주의 시골집 마당 양지바른 곳에서 3년째 잘 적응하고 있다.

식재계획의 시작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적재적소의 원칙을 염두에 두고 나무를 선정해야 한다. 식물은 햇빛, 물, 바람의 조화를 이루면 잘 산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나무의 특성 중에서 햇볕을 좋아하는지 그늘을 좋아하는지, 물을 좋아하는지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 묘목을 심을 경우 실수하는 것은 나무가 자랐을 때의 생육공간을 생각하지 않고 촘촘하게 심는 것이다.

나무들이 밀집해있으면 나무들끼리의 경쟁은 물론 바람길과 햇빛의 방해로 성장은 고사하고 병충해에 시달리기 쉽다. 또한 나무들은 성장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항상 다 자란 나무의 모습을 상상하며 나무들 사이의 공간 확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나 묘목을 심고 보니 듬성듬성한 공간을 메꾸기 위하여 자꾸 나무를 심게 되는 실수를 저지른다.

나무의 특성을 외면하고 주관적인 해석에 따라 심었다가는 훗날 낭패를 보기 쉽다. 물을 좋아하는 수국 곁에 물을 싫어하는 소나무를 심었다면 둘 중 하나는 살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다. 나무를 심고 가꾸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려보고 생태적 특징을 살펴본 후에 심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키우고 있는 나무들을 분류해 보자.

초가 되면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실천의 의지를 다진다. 식재계획은 중장기 경영전략을 세우는 것과 유사한 면이 있다. 일반적으로 중장기 경영전략은 ‘환경분석-방향설정-전략수립(전략과제 선정, 세부시행계획)-시행’의 절차를 거친다. 나무를 심을 지역의 환경과 나무의 특성, 묘목의 구입처 등을 고려해 보는 것은 ‘환경분석’이다. 마당의 풍경을 상록수로 채울 것이냐, 낙엽수로 채울 것인가, 계절마다 이어지는 꽃의 축제를 즐길 것이냐의 여부를 고민해 보는 것은 ‘방향설정’과 다름없다.

환경분석과 전략방향이 잘못 설정되면 추진사업은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식재계획의 시행에 따라 정원의 풍경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르게 나타난다.

‘적재적소(適材適所)’는 특정한 일에 적합한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지위나 임무를 맡기는 것을 말한다. 여러 나무들 중에 어떤 나무를 어떤 장소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와 동일하다. 잘 선정된 인재는 맡겨진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조직을 이롭게 하며 열매(후배)를 잘 키워 풍성한 숲을 이루어 간다. 적재적소의 기술은 필요한 자리에 적합한 인재를 앉혀 이를 따르는 후배들을 양산하고 전문성을 축적하도록 하는 조직발전의 원동력이다. 그래서 인사의 주요 원칙이자 리더의 덕목이기도 하다.

디지털 혁명을 기반으로 과학기술의 융합을 이끌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현대 사회는 특정 영역의 전문성이 무엇보다 큰 경쟁력이 된다. 유능한 인재라고 여기저기 돌리며 배치하는 것은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나무의 위치를 옮겨 심는 행위와 같다. 나무에게는 가혹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고 유능한 인재에게는 전문성을 쌓을 시간적 기회를 빼앗는 것이 된다. 여기에 혈연, 학연, 지연, 인맥까지 개입된다면 최악의 상황이다. 적재적소의 원칙이 배제된 사례가 누적되면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집단 학습으로 이어지게 된다. 관성(inertia)이 혁신의 걸림돌이 되듯이 부정적 집단학습의 결과는 조직성장의 제약요인으로 오랫동안 작용한다. 애초에 각각의 자리에 요구되는 역량과 도덕성 등을 겸비한 인재를 신중히 선별하여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의 흥망은 유능한 인재를 적합한 자리에 배치하고 운영하는가의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다. 미래를 여는 열쇠의 비밀번호는 ‘적재적소’인 셈이다. 적재적소의 완결판인 풍성한 숲으로 갈 것인가, 황폐화된 사막으로 갈 것인가.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