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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in 에너지

영화 <천사와 악마> 속
반물질, 대체에너지로
사용될 수 있을까?


글_조행만 과학 칼럼니스트

반물질을 둘러싼 거대한 음모

영화 <천사와 악마>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댄 브라운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천사와 악마(Angels & Demons, 2009)>는 영화 <다빈치 코드(The Da Vinci Code)>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전형적인 종교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다. 명배우 톰 행크스, 이완 맥그리거 등이 주연을 맡고, 론 하워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처음부터 매우 긴장감이 넘친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유능한 과학자 실바노 박사는 빅뱅 실험 도중에 반물질(Antimatter)을 발견하고, 흥분에 휩싸이지만 곧 암살된 채 발견된다. 범인들은 실바노 박사의 가슴에 ‘일루미나티(Illuminati)’의 상징인 앰비그램으로 낙인을 찍어 자신들의 소행임을 의도적으로 나타냈다.

일루미나티는 계몽주의 시대에 설립된 비밀결사 조직으로 과학을 숭배하기 때문에 교황청과는 정반대의 입장에 선 단체다. 그들은 훔친 반물질로 교황청을 폭파하겠다는 협박문을 바티칸에 보내고, 이어 교황 후보인 추기경 4명이 납치된다. 새 교황 선출의식인 ‘콩클라베(Conclave)’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과학과 종교의 전쟁에 불이 지펴진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종교기호학 교수인 주인공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은 이 전대미문의 사건에 교황청의 부탁을 받고, 급히 바티칸으로 날아온다. 여기서 또 다른 과학자 베트라(아예렛 주러) 박사를 만나 반물질이 도난당했음을 알게 된다. 랭던은 자신의 종교적 지식을 이용해 일루미나티의 암호이자, 고대 과학의 4원소(흙·공기·불·물)의 비밀을 풀어서 반물질 폭탄을 찾아내고, 추기경 4명도 구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추기경들이 차례로 살해된 채 발견되어 랭던과 베트라 박사는 좌절하지만, 결국 마지막 추기경을 구하는 데에는 성공한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그 후 랭던과 베트라는 일루미나티가 궁극적으로 교황청 궁무처장(이완 맥그리거)의 목숨을 노리는 것을 알아채고 그를 구하지만, 반물질 폭탄이 다시금 그들을 위기에 빠트린다. 랭던은 추리를 통해 성 베드로 성당 지하에 있는 폭발 일보 직전의 반물질 폭탄을 발견하는데, 궁무처장이 헬기를 사용해 이를 공중에서 폭발시킨다. 낙하산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그를 바티칸 광장에 모인 성직자와 신도들은 차기 교황으로 추대한다.

이로써 모든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베트라 박사가 우연히 한 비디오 영상을 발견하면서 거대한 음모와 반전이 드러난다. 이 반전은 직접 확인해보도록 하자.

아직은 생산과 보관이 어려운 반물질

이 영화는 종교와 과학의 해묵은 논쟁을 이용해 자신의 야망을 달성하려 한 자의 종말을 그린 작품이다.

그런데 작가는 왜 하필이면, 수많은 폭탄 중에서도 ‘반물질’을 설정했을까? 반물질은 아직도 첨단 과학의 영역에 속해있기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우선 반물질에 대해서 알아보자. 반물질이란 ‘반입자’로만 구성된 물질을 뜻한다.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물질인 양성자, 전자와 같은 소립자들은 질량 등 물리적 성질은 동일하지만 자신과 반대의 전하를 갖고 있는 반입자를 갖는다. 예를 들어 전자(-)의 반입자인 양전자(+)처럼 말이다.

이 반물질 이론은 1928년 영국 물리학자인 ‘폴 디랙’에 의해 정립되었으며, 이후 1932년에 ‘칼 앤더슨’이 반물질을 구성하는 반입자 중 하나인 양전자를 발견하면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게 된다.

<천사와 악마> 속 반물질 폭탄(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과학자들에 따르면, 이런 반물질은 물질의 입자와 반응하면 이른바 ‘쌍소멸(Pair annihilation)’ 현상을 통해 엄청난 에너지를 생성한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과학자들이 빅뱅으로 인한 우주 탄생의 비밀을 알아내고, 동시에 무한한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고자 반물질을 연구 중이다.


반물질은 우주가 생겨난 초기에 많았다고 알려졌지만, 오늘날에는 입자가속기 안에서 소량으로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선 거대한 입자가속기로 고에너지의 입자들을 충돌시켜서 반양성자와 양전자들로 구성된 수소 반원자를 만든 적이 있다. 다만 이처럼 반물질을 만드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과 어려움이 수반되기 때문에 아직은 대체에너지로서의 가능성이 희미한 편이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먼 미래에 우리가 반물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때에는 영화에서처럼 폭탄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인류를 에너지 걱정에서 해방시킬 수 있는 대체에너지로 활용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