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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에게

나무가 들려주는 경영이야기 8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서
나무들의 희망사항


다양한 세대가 함께하는 만큼 인사조직관리는 결코 쉽지 않은 숙제다. 이번 호에서는 식물을 관리하는 방법에서 올바른 인사조직관리의 방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글_단국대학교 경영대학원 박홍규 교수 (前 한전KPS 원자력연수원장)

나무의 푸름을 간직하는 방법

계절이 바뀌고 있다. 여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개망초가 지천으로 피었다. 다 같은 잡초라도 꽃 군락을 이루니 눈은 즐겁다. 개망초의 꽃말이 ‘가까이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멀리 있는 사람은 가까이 다가오게 해준다’고 하니 잡초치고는 제법 근사해 보인다.

유난히도 올해에는 봄부터 비가 잦았다. 이번 주에도 자주 소나기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다. 비 소식에 물주기를 게을리했더니 물을 좋아하는 수국이 시들해져 버렸다. 어찌 시드는 것이 수국뿐이랴. 코로나로 인한 스트레스와 어수선한 나라 분위기는 마음을 시들게 만든다.

어떤 나무와 꽃인들 새잎을 돋우고 싱그러움을 유지하는 것을 마다하겠는가. 초록생명들은 늘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푸름을 간직한다. 나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나무들이 말하는 희망사항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이 좋겠다.

첫째, ‘물, 바람, 햇빛’의 균형을 살펴야 한다.

초록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세 가지 기본요소만 지켜준다면 나무와 화초는 무난하게 잘 자란다. 물을 자주 주어 과습 상태가 되거나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조건(밀폐된 공간, 어지럽게 자란 나뭇가지들)이 만들어지면 병충해로 인하여 성장이 어렵게 된다. 식물이라고 무조건 햇빛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양지, 반음지, 음지를 좋아하는 특성에 맞게 자리를 잡아 주어야 한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육성하는 것과 같다.

둘째, 식물도 ‘생명’이니 포기하지 말자.

다시 살아난 붉은 목련

나무는 쉽게 죽지 않는다. 기다리면 움이 트고 가지를 내밀고 싹을 틔운다. 봄철 이상기온으로 죽은 줄 알았던 매혹적인 보랏빛 열매를 맺는 좀작살나무와 붉은 꽃의 목련(레드퀸), 향 내음이 그윽한 유럽분꽃이 그랬다. 죽은 듯 보였던 묘목들이 부활했다. 기다림이 보약인 셈이다.

셋째, 가끔은 식물에게도 ‘영양제’를 주자.

심기만 하고 열매를 기다리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없다. 나무는 심은 뒤 1년이 지나 영양분을 공급해야 잘 자란다. 뿌리가 자리 잡은 상태가 되어야 영양분의 흡수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좋은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적절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여러 가지 형태의 동기요인이 활기찬 조직을 위한 영양제로 작용할 것이다.

나무 관리와 인사조직관리의 근본은 ‘관심과 애정’

초록생명들처럼 직원들도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보여야 회사의 재목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 그래서 관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하는 나무 관리와 올바른 조직성장을 위한 인사조직관리의 근본은 서로 같다.

맡겨진 직책의 권한을 누리며 부서원 관리와 조직운영을 소홀히 하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윗사람이 공정성을 말하며 불공정을 행사하고, 투명성을 말하며 불투명하게 업무를 처리한다면 불신을 조직에 이식시켜 놓는 일이다.

또한 계층 간 소통을 강조하면서 일방적인 지시로 마무리된다면 소통은 불통의 채널이 되어 입과 귀를 막게 된다. 소통은 먹통이 될 수밖에 없다. 표방하는 가치와 행동이 다르면 조직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악영향이 오랫동안 지속된다. 지위가 높을수록 그 여파는 오래간다.

베이비부머, 386, x·y·z세대가 혼재된 조직 속에서 관심과 애정만으로 사람을 관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람과 조직관리는 직위가 올라갈수록 큰 그림을 염두에 두고 사업과 연계된 균형점을 찾아 능숙하게 전략과 전술을 펼쳐야 한다. 윗사람의 과잉행동을 누그러뜨릴 줄 아는 용기와 설득력, 주변의 의견을 듣고 조율할 줄 아는 유연성, 혼재된 세대들의 특징을 이해하고 공동의 목표로 이끄는 것이 기성세대에게는 필요하다. 이와 같은 윗사람의 일관된 행동은 희망의 메시지로 남게 된다.

‘5분 연설’의 울림

작년, 국회에서 ‘5분 연설’을 통해 초선의원이 쏘아올린 발언은 오랜 여운을 남겼다. “무한한 경쟁 속에 가루가 되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 나날이 변화하고 복잡해지는 세상 속에 내 자리는 없을 것 같은 두려움, 온갖 재난과 불평등으로부터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끝까지 지켜줄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 누구를 타도해야 이 두려움이 사라지는지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청년들이 마주한 벽이란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회사에 몸담고 있다고 이러한 두려움에서 예외일까? 무감각한 현실인식, 앞날을 예측하고 준비하지 않는 무모한 자만심을 두려워해야 한다. 미래를 고민하기 보다는 현실을 즐기고 안주하자는 것이 신세대의 속성이라고 당연시 여기는 고정된 생각을 두려워하자.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는 것보다는 현재의 만족을 위한 행복추구 성향이 더 강하다는 것을 현세대의 특징이라 손꼽지만, 미래는 준비된 사람의 몫이다.

또한 사무직과 기술직, 남자와 여자, 고참과 신참 등 이분법적 잣대로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 것을 두려워하자. 이러한 조직의 벽과 생각의 틀을 바꿔야만 변화가 가능하다. 현재는 과거의 연장이고 미래는 현실이 투영된 것이기 때문이리라.

더 들어보자.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것은 한때 변화의 가장 큰 동력이었던 사람들이 어느새 시대의 도전자가 아닌 기득권자로 변해 말로만 변화를 이야기할 뿐 사실은 그 변화를 가로 막고 있는 존재가 되어버린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더 나쁜 놈들도 있다고, 나 정도면 양반이라고, 손쉬운 자기합리화 뒤에 숨어서 시대적 과제를 외면하는 것을 멈추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온몸을 내던졌던 그 젊은 시절의 뜨거움을 과거의 무용담이 아닌 이 시대의 벽을 부수는 노련한 힘으로 되살려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라고 말했다. 조직에 몸담고 있는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모두가 곱씹어 볼 대목들이다.

여러 세대가 혼재된 조직 내에서 어느덧 자신이 ‘꼰대’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 다행이다. 어제의 청년이 오늘의 꼰대가 되어 직위가 오를수록 책임은 커지고 아랫사람 다루기도 힘들어진다. 여러모로 직장 생활하기가 힘든 세상이다. 그럼에도 나날이 균형 잡힌 변신을 꾀하며 회사가 성장해 나가리라는 믿음이 선배들의 희망사항이다.

여름장마가 끝나면 불볕더위가 시작될 것이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서두를 일이 있다. 심어 놓은 감자를 캐서 말리는 일이다. 텃밭농사도 환경변화를 감지하고 미리 준비해야만 제대로 된 결실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