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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기 에너지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 ‘스팀 펑크’


증기 에너지는 이전부터 지금까지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증기기관은 산업혁명을 꽃피웠으며, 증기기관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는 ‘증기터빈’은 발전소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늘은 이 증기 에너지가 영화 속 상상력과 만나 어떻게 표현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글_조행만 과학 칼럼니스트

꾸준한 영화 소재였던 증기 에너지

21세기 들어서 공상과학 영화(SF)는 이제 하나의 영화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 공상과학 영화는 특정한 과학기술이 지배하는 먼 미래사회의 모습을 조망하면서 볼거리와 재미 그리고 상상력을 키워준다.

1982년 제작된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는 주인공 복제 인간 ‘로이’를 통해서 핵전쟁 이후, 혼돈과 무질서로 휩싸인 미래사회를 그리고 있다.

1993년 선보인 할리우드 영화 <데몰리션 맨>에서는 행동공학 기술로 인간의 모든 부분을 감시하는 암울한 사회를 조망한다.

그렇다고 공상과학 영화가 반드시 먼 미래의 기술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SF 영화 중에 스팀 펑크(Steampunk) 장르는 산업혁명의 꽃을 피운 증기기관을 신기술과 접목해 새로운 공상과학 영화를 창조했다.

사실 증기기관이 영화의 소재로써 사용된 지는 꽤 오래전이다. 1925년 세르게이 예이젠시테인 감독이 연출한 소련의 무성 영화 <전함 포템킨>은 제정 러시아 수병들의 선상 반란 사건을 다룬 사회주의 프로파간다 영화다. 이 영화는 거대한 증기엔진의 역동적인 모습을 통해서 소용돌이치는 공산주의 혁명의 혼란과 공포를 표현해냈다.

이후에도 증기기관을 소재로 한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수없이 만들어졌다. 증기 열차는 스피디한 액션 영화의 단골 메뉴가 됐으며,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질주하는 증기열차의 옥상에서 펼쳐지는 주인공과 악당의 대결은 최고의 액션 장면으로 꼽혔다.

지난 1997년에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영화 <타이타닉>을 통해 19세기 증기 여객선의 모습을 화려하게 재현해냈다.

<스팀 보이> 속 증기 에너지

스팀펑크 SF 영화는 증기기관과 같은 기계를 미래사회에 적용하면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장르다.

일례로, 지난 2018년 개봉된 스팀펑크 장르 영화 <모털 엔진>에서 인간들은 멸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움직이는 이동도시를 개발한다. 그런데 이 이동도시의 동력은 증기기관이다.

스팀펑크 영화들은 실사보다 애니메이션에서 더욱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다. 지난 2004년 제작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스팀 보이>는 SF 스팀펑크 장르지만 시대적 배경은 19세기 중반의 영국이며, 증기기관 소재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 스팀 보이의 주인공 ‘레이’는 19세기 영국 맨체스터의 공장수리공이다. 그는 폭발 일보 직전의 직조기 증기엔진을 멈출 정도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어느 날 레이에게 할아버지 ‘로이드’가 보낸 금속 볼이 도착한다. 동시에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따라와 금속 볼을 가로채려고 한다.

이들은 오하라 재단에서 일하는 아버지가 보낸 괴한들이다. 이에 레이는 금속 볼을 가슴에 안고 자신이 만든 외바퀴 증기차를 타고 도망간다. 하지만 이 남자들도 증기 톱니바퀴 열차를 타고 레이를 추격한다. 등장인물들이 정체불명의 스팀 볼을 두고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는 가운데 영화는 다양한 증기 작동 기계들을 선보인다.

<스팀보이 속> 증기 에너지의 모습(출처: 네이버영화)

증기로 나는 비행 장치, 증기로 움직이는 자전거 등이 바로 그것. 정체불명의 금속 볼도 초고압의 증기를 고밀도로 압축한 무서운 에너지 공으로 밝혀진다. 이 스팀 볼만 있으면 타이타닉에 다는 거대한 증기엔진도 매우 작게 만들 수 있다.

물론 현재의 기술로는 팽창하는 증기를 고밀도로 압축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SF 영화는 이렇게 불가능한 기술을 상상력을 통해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재미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