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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에게

나무가 들려주는 경영이야기 3

겨울을 지키는 상록수(常綠樹)


겨울이 되면 나무들의 모습도 변한다. 잎을 버리고 새로운 봄을 기다리는 나무와 홀로 푸른 상록수에서 또 어떤 배움을 얻을 수 있을까?

글_단국대학교 경영대학원 박홍규 교수 (前 한전KPS 원자력연수원장)

비움의 가을풍경을 지나 눈 덮인 마당풍경은 고즈넉하다. 한여름 풍성한 그늘을 주었던 수많은 잎들을 버리고 벌거숭이로 겨울을 보내는 나무들은 장엄한 묵언수행자의 모습이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에 맞서 황량한 풍경을 보듬어 주었던 늘 푸른 나무, 상록수. 낙엽 지는 나무들 위주로 나무를 심는 경우 겨울의 공간풍경은 더없이 쓸쓸해진다. 그래서 헛헛한 겨울풍경에 활력을 주기 위해서는 상록수를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이 좋다.

겨울의 빈 곳을 채워주는 상록수는 상록활엽수와 상록침엽수로 구분된다. 중부지방에서는 키우기가 어렵다고 알려진 남부수종의 상록활엽관목 중에는 중부지방에서도 잘 적응하는 것도 있다. 마당 한편에서 오롯이 자기만의 색을 드러내는 꽝꽝나무와 홍가시나무, 남천나무가 그렇다. 특히 남천은 찬 바람이 불면 붉은 잎과 열매로 겨울의 민낯을 풍요롭게 하며 새들을 부른다. 남창장(울산 울주군)에서 데려온 검은 줄기의 오죽(烏竹)도 겨울바람에도 푸름을 잃지 않고 풍취를 더해 준다. 상록수의 존재감은 겨울이면 빛을 발한다.

방하착(放下着) - 마음속의 집착을 내려놓다

계절이 지나며 문득 자연은 우리에게 묻는다. 나무는 겨울을 대비해 잎을 버리며 몸을 가볍게 하는데 왜 인간은 겨울을 위해 두툼한 옷과 많은 것들을 저장하느냐고, 자연은 버리려 하는데 왜 인간은 가지려만 하느냐고. 추운 겨울의 칼바람은 우리에게 욕심의 그릇을 비우라고 채찍질한다. 잎사귀를 내려놓은 고목이 주는 원만함과 안정감처럼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 우아하게 나이 드는 비결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버리지 못하는 배움의 욕심은 젊음과 조직의 건강을 유지해주는 활력소가 된다.

사회의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지식의 변환 주기는 빨라진다. 조직이 성장하는 만큼 조직 내부의 담당자들은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여 현업에 적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에 제정된 규정이 변화한 법규와 경영환경에 적합한지, 규정 간에 상충되는 것은 없는지, 담당부서만이 알고 있는 오래된 운영기준들은 없는지를 가려서 바꿔야 한다. 몸집은 커졌는데 과거의 규정으로 인하여 조직의 성장을 저해하는 현상이 거듭될수록 성장통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외형을 키우는 것만큼이나 내실을 다져 기초체력을 다지는 것이 장기성장에는 유익하게 작용한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관습에서 축적된 반복적인 익숙함은 새로운 것을 습득하는 데 장애물이다. 주어진 일에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면 학습과 성장이 멈추었다는 징후이다. 지난 서류철을 뒤적이며 동일한 방법을 통해 반복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면 자신과 조직은 병들어 있다는 신호이다. 새로운 것을 익힌다는 것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미래의 관점에서 현재를 보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많을수록 조직은 건강해진다. 자기만의 색을 지니고 황량한 겨울을 지키는 상록수와 같은 인재가 조직을 살린다.

Corona Blue - 낯선 외로움

겨울풍경 속에서 상록수의 오롯한 존재감은 외로움일까 고독함일까. 장기화된 코로나 감염상태에서 비롯된 단절의 시간은 많은 흔적들을 남겼다. 출장·회식의 감소, 행사축소, 재택근무와 원격근무라는 근무 형태의 변화, 비대면 소통방식의 변화, 새로운 스타일의 리더십 요구 등 전반적으로 일하는 방식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기획·인사·총무 파트는 이것을 조직에 어떻게 녹여낼 것이며 기술 현장에서는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블루’라는 우울감이 깊어져 불안한 감정들이 분노로 이어지는 ‘코로나레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현대인들은 홀로 있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모양이다. 외로움(Loneliness)과 고독(Solitude). 외로움은 타인에게서 고립됐을 때 느끼는 부정적 감정이고, 고독은 혼자 있을 때 느끼는 긍정적 감정이라고 한다. 위해요인이 많은 현장에 이러한 심리적인 불안이 스며들지 않도록 교육·안전파트의 고민도 깊어져야 한다.

혼자만의 고독한 시간 속에서 자신과 회사에 대한 소중한 느낌과 감정들을 건져 올려보자.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외로움이 퍼져있는 불편한 현실을 이겨내도록 우리들의 마음방역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