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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in 에너지

말보단 행동을 택한
어느 환경주의자 가족의 이야기

영화 <노 임팩트 맨>


글_조행만 과학 칼럼니스트

영화 <노 임팩트 맨> (출처: 네이버영화)

지구에 아무 영향도 주지 않는 삶

지난 2009년 9월 11일 개봉한 영화 <노 임팩트 맨(No Impact Man)>은 1년간 지구에 해가 없는 삶을 살기로 한 어느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노 임팩트 맨>의 원작은 작가이자, 이 다큐멘터리영화의 주인공이기도 한 콜린 베번(Conlin Beavan)이 쓴 동명의 책 「노 임팩트 맨」이다.

그가 책으로 먼저 출간한 내용이 입소문을 타면서, 감독인 그의 친구 로라 개버트(Laura Gabbert)와 저스틴 쉐인(Justin Shane)이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을 의뢰했고, 콜린과 그의 가족들이 주인공을 맡았다.

실제 환경운동가이면서, 뉴욕 맨해튼에 사는 베번은 책을 출간하고 5개월 후, 행동주의 작가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자신과 가족이 뉴욕에서 정말 환경에 충격을 주지 않고 생활하는 실험을 계획했다.

그 실험은 자신과 그의 아내 미셸 콜린(Michelle Conlin), 그리고 어린 딸과 반려견까지 동참해 뉴욕에 탄소 발자국을 남기지 않고, 1년 동안 살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비즈니스 위크의 패션 전문 작가인 아내 미셸은 별 두려움 없이 동의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타가 공인하는 쇼핑 중독에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광팬이었다.

그녀는 극 중에 “남편은 나에게 이 두 가지 모두를 끊어야 한다”라고 말했다며 아주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전기, 가스, 음식, 공공 폐기물 처리 등 현대 생활의 모든 안락함을 포기한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부부의 삶은 과연 순탄할 것인가?

커피 한 잔도 지구에 영향을 준다?

드디어 그들의 새로운 뉴욕 삶이 시작됐다. 남편은 지하철 대신에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아내 역시 킥보드를 탄다. 9층에 올라갈 때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딸을 안은 채 층계를 올라간다.

(출처: 네이버영화)

남미 브라질이나, 뉴질랜드와 같은 해외에서 들여오는 식품들은 사지 않는다. 원거리는 탄소 배출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인 그녀는 “에스프레소를 끊는다는 것은 내게 살인행위”라며 은근히 힘들어한다.

어느 날 밤에 급한 원고 작성 때문에 외출해서 커피 한 잔을 사 오겠다는 아내와 베번은 원칙을 두고 말다툼한다. 갈수록 그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진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일주일에 쓰레기 1kg을 먹어 치우는 지렁이를 집에서 키우고, 비닐봉지를 안 쓰기 위해 농장에서 직접 담아주는 유기농 식품만을 사오는 생활이 이어진다. 그래도 휴지를 안 쓰는 문제는 정말 괴로움 그 자체다. 주위 사람들이 위생 문제로 두 사람을 이상하게 보는 시각을 아내 미셸은 견디기 어려워한다.

반면에 남편 베번은 점점 유명해진다. 뉴욕타임스에도 기사가 실리고, 각종 국내 TV 토크쇼와 라디오는 물론 알자지라 등과 같은 해외 프로그램들에서 출연 요청이 쇄도한다. 한 번 출연하면, 이메일이 150여 통씩 날아온다.

하지만 안티팬 역시 늘어나 한 유명지 기자는 책을 팔아먹기 위한 홍보수단이라고 이 프로젝트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일부 환경운동가들도 “콜린의 행동으로 오히려 우리가 욕먹는다”라며 비꼬는 이메일을 보내오기도 했다.

‘노 임팩트’ 여정의 끝에 느끼는 자연과 에너지의 소중함

이에 대해 베번은 친환경 삶의 이점에 대해 설파하면서 반론을 제기한다. “친환경적 삶을 살면, 굳이 헬스장에 안 가도 10kg을 줄이기는 쉽다. 유기농으로 당뇨병을 미리 예방할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참고 견뎌온 미셸은 결국 냉장고 문제로 이 프로젝트의 근간에 대해 베번에게 따진다.

심한 말다툼으로 이어질 뻔했으나, 결국 아이스박스로 대체하면서 일단락된다. 마치 1970년대 초의 한국 사회로 돌아간 모습이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나 혼자만의 변화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지만, 우리 각자가 변화를 추구하면 희망은 있다”라는 것이다. 베번은 영화에서 이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하면서 생활 속의 환경 보호 실천과 에너지 절약법을 이야기한다.

일 년간의 ‘노 임팩트맨’ 생활로 인해 베번과 그의 아내의 생각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끝내는 날, 6개월 만에 두 사람은 집에 전기를 켰다. 마지막으로 베번은 “정말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고 고백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의 생활이 지구환경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할 수 있었다. 물론 영화 속 베번과 미셸이 그랬던 것처럼, 지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극단적인 생활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우리가 왜 친환경 에너지나 신재생 에너지 같은 대체에너지 개발에 지속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대체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 개발로 편안한 삶을 지속해도 ‘노 임팩트 맨’이 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