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ERGY+

미디어 in 에너지

70년대 청춘남녀의 이야기 속
수소 에너지에 대한 상상력을 담다!

영화 <맹물로 가는 자동차>


글_조행만 과학 칼럼니스트

영화 <맹물로 가는 자동차> (출처: 네이버 영화)

70년대 청춘남녀 로맨스에 담긴 에너지 위기 메시지

지난 1974년 개봉한 영화 <맹물로 가는 자동차>는 얼핏 들으면 SF 공상과학 영화 같지만, 70년대 젊은 남녀들의 로맨스를 다룬 청춘 코미디 영화다.

이야기는 에너지를 연구하는 물리학도 원대(신영일 분), 체대에서 운동을 전공하는 철권(신일룡 분), 드럼을 치며 살롱에서 노래를 부르는 윤수(김세환 분) 등 남자 셋이 모여 사는 판잣집 옆집으로 글을 쓰는 문희(나하영 분), 미술을 하는 미경(오수미 분), 노래하는 수애(장미화 분) 등 여자 셋이 이사를 오면서 시작된다.

이 6명의 남녀는 이사 온 첫날부터 서로 은근한 관심을 두다가 남자들의 집에서 나온 소음으로 인해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수애가 윤수와 우연히 같은 살롱에서 노래하게 되고, 철권이 과외 교사로 있는 집에서 미경이 미술 지도를 하고, 문희가 원대의 일에 관심을 갖게 되는 플롯의 마력으로 두 남녀 그룹의 관계는 꼬인 실타래처럼 엉켜든다. 이런 대립각 속에서 남자들은 다방을 차리고, 여자들은 주점을 차리게 되는데 근처에 살던 불량배가 여자들의 주점 영업을 방해하다가 철권이 이를 해결해주면서 6명의 남녀는 급격하게 친해지게 된다.

한편, 대체 에너지를 연구하던 물리학도 원대가 우연히 맹물에서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를 발견하고, 그들은 이 맹물 연료를 넣은 자동차를 타며 함께 축하 여행을 떠난다.

“영화는 현실의 거울이다”란 말이 있다. 이 영화가 탄생한 시기는 국내적으론 군부의 강권 통치, 국외적으론 전 세계를 강타한 석유 파동이 한국 사회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특히, 70년대에 발생한 1·2차 석유 파동은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한반도에 커다란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시대를 앞서가는 영화제작자들은 이런 이슈를 놓치지 않고 영화를 만들었지만, 그 속에 에너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메시지를 담을 수밖에 없었다.

비평가들은 “이 영화는 대중 영화의 오락적 기능을 가지면서도 당시의 오일 쇼크로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에 부응하는 영화”라고 평가했다. 이 영화가 탄생한 지 거의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인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지금은 맹물로 가는 자동차를 과연 만들 수 있을까?

맹물에서 얻는 수소 에너지가 관건

영화 속에서 주인공 원대는 물리학을 전공하며 다소 엉뚱한 환상을 가진 청년 과학도다. 그는 수없이 실패를 거듭하다가 결국 성공에 이르지만, 영화 밖의 현실은 매우 달랐다. 석유 파동 이후 전 세계적으로 맹물로 대체연료를 만들겠다고 시도한 과학자들이 여럿 있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맹물 에너지는 정말 대체연료가 될 수 없는 것일까? 과학자들에 따르면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H2)와 산소(O2)를 얻을 수 있다. 이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키면 폭발적으로 작용해 막대한 에너지가 얻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도 에너지화할 수 없었던 것은 기술 부족 때문이다. 수소는 지구상에 무진장한 자원이고, 그 분리 방법도 생각 외로 단순하다. 반면에 특유의 폭발성으로 인해 저장의 어려움이 있는데 액체수소는 영하 253℃의 최저온도에서만 보관할 수 있어 자동차 연료로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몇 년 전까지도 이 문제는 높은 장벽이었다. 결국, 맹물 에너지 개발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져갔다.

그러나 오일 쇼크가 끝났어도 화석연료가 고갈되면서, 대체 에너지는 다시 과학자들의 관심사로 올라섰다. 그리고 영화 <맹물로 가는 자동차>가 나온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엔 수소 연료전지 개발에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과학자가 매달리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도 서서히 그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2017년 3월 과학 저널인 네이처 머티어리얼스(Nature Materials) 誌 온라인판에는 한미 공동 연구팀이 “촉매 없이도 수소 저장능력이 월등하고, 공기 중에 안정적인 마그네슘 나노 복합체를 개발했다”라는 내용이 실리기도 했다. 이 연구팀에는 울산과기대 친환경 에너지공학부 문회리 교수, 전기·전자공학과 전기준 교수, 그리고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제프리 어반(Jeffrey Urban) 박사 등이 참여했다. 과학자들은 수소를 저장하기 위해 산화타이타늄이나 고압 마그네슘 또는 특수백금 등의 금속 수소화합물로 만든 특수 연료탱크를 만드는 기술을 발전시켜왔고, 이제 그 결실을 거두어가는 중이다.

수소 에너지가 곧 맹물 에너지란 등식이 성립되기엔 아직 이르지만, 현대 과학은 영화 속 상상의 맹물 연료에 점차 다가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