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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in 에너지

달에서 미래 에너지를 채굴하는 남자

영화 <더 문>


글_조행만 과학 칼럼니스트

영화 <더 문> (출처: 네이버 영화)

홀로 달에 남은 남자

지난 2009년에 개봉한 영화 <더 문(The Moon)>은 지구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달에 홀로 남은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SF영화다.

지금으로부터 먼 미래, 주인공 ‘샘 벨(Sam Bell)’은 달에 있는 ‘사랑(SARANG)’ 기지에서 미래의 에너지 ‘헬륨3(3He)’을 채굴하는 작업을 관리하는 우주비행사다. 이 기지는 미국의 에너지 생산기업 ‘루나’가 건설했는데 그는 3년 계약으로 파견됐고, 2주 뒤 지구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의 일상은 탐사선을 타고 나가서 암석을 채굴하는 거대한 ‘하비스터’와 도킹한 다음에 그 내부에서 채취한 헬륨3이 담긴 소형 컨테이너를 수거해 지구로 가는 우주선에 담아서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암석 채굴의 전 과정은 거의 자동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그는 달기지에서 혼자 생활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달과 지구를 연결하는 통신 위성마저 고장 나 지구와는 완전히 단절된 채다. 그의 유일한 친구는 인공지능 컴퓨터 ‘거티(Gerty)’뿐이다. 거티는 아침이 되면 “굿모닝 샘!”하고 인사하며 아침 식사를 준비해주기도 하고, 긴 로봇 팔로 이발, 의료 등 모든 것을 책임지는 매우 친절한 AI로봇이다.

샘에게 한 가닥 낙은 지구에서 보내는 부인 테스와 딸 이브의 홀로그램 영상을 보고, 대화를 나누는 것뿐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처음 보는 여자의 환영을 보다 뜨거운 커피에 데는 등, 자꾸 환영에 시달리는 것이다. 이후 이야기는 서서히 반전을 준비한다.

(출처: 네이버 영화)

지구로의 귀환 2주를 남겨두고, 가족을 만날 생각에 들떠있는 샘은 어느 날 채굴기 ‘하비스터’ 한 대의 고장 신호를 감지하고 수리를 위해 이동한다. 그러다가 전에 나타났던 여자의 환영을 보고 놀라서 그만 하비스터에 끼는 큰 사고를 당한 채 의식을 잃는다.

샘은 부상당한 채 거티의 도움으로 기지 의무실에서 깨어난다. 거티는 “구조팀이 사고를 복구하기 위해 기지로 올 것”이라며 그에게 외부로 나가지 말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그는 거티를 설득해 외부로 몰래 나가고 자신과 똑같이 생긴 또 다른 샘을 발견한다.

두 사람은 서로 자신이 오리지널 인간이고, 한 사람은 복제인간이라고 주장하며 다툰다. 이후 거티를 통해 진실을 알게 된 샘은 현실에 맞설 다짐을 한다. 이 진실이 무엇인지는 영화를 통해 직접 확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 속 ‘헬륨3’, 에너지 고갈을 해결할 대안이 될까

이 영화는 기억 조작, 복제인간의 생성 등 첨단 과학기술들을 다루지만 한편으로 과학기술의 미래에 숨은 인간성 상실이라는 어두운 측면을 부각시킨다.

시종일관 암울한 미래를 그리고 있는 이 영화에서 한 가닥 희망적인 면이 있다면 에너지 고갈에 시달리고 있는 지구에 ‘헬륨3’과 같은 대체 에너지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다.

(출처: 네이버 영화)

헬륨3은 핵융합 발전에 없어선 안 될 원소로 달 표면의 암석에 널려있다. 미국 로체스터 대학의 지구물리학과 존 타두노(John Taduno) 교수는 언론에 “달 표면에는 과거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은 헬륨3이 저장되어 있다”라며, “헬륨3은 미래의 연료 공급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에 따르면, 헬륨3은 지속적으로 태양풍에 의해 달에 퇴적되고 있어, 고갈 우려가 거의 없다. 또한, 헬륨3을 활용한 핵융합 발전은 삼중수소가 아닌 비방사성 연료를 연소시키기 때문에 1% 이하의 중성자 방사선을 방출한다. 우라늄이나 토륨을 기반으로 한 원자력보다 효율이 5배 높으면서도 유해 방사능 폐기물이 나오지 않아 친환경적이라는 주장이다.

과학자들은 “헬륨3 반응은 전기적으로 충전된 원자핵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해 원자핵을 직접 전기로 전환하는 발전의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재 달에 묻힌 헬륨3은 대략 100만 톤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헬륨3 1g은 무려 석탄 40t과 비슷한 에너지를 내는데 약 100만 톤이면 지금 인류가 쓰는 전기를 1만 년 동안 공급할 수 있고, 우주선에 한가득 싣고 와도 지구촌 전체가 1년 정도 전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주장이다.

(출처: 네이버 영화)

최근 들어 헬륨3의 잠재적인 가치가 알려지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중국, 인도, 일본 등과 같은 우주 강국들의 달 탐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조만간 영화 <더 문>에 나온 달 기지를 볼 수 있지 않을까? <더 문>에는 복제인간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담겨 있어 과학의 양면성을 다루고 있다. <더 문>의 달 기지가 실현되는 날에는 이런 슬픔 대신 미래 에너지에 대한 희망만 가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