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테마 인터뷰

나누는 행복과
성장의 기쁨을 수확하는

KPS Happy Farm의
‘쭈니네 텃밭’ 3인방을 만나다


왼쪽부터 이서준 차장, 김원배 실장, 최기준 차장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농사만큼 이 말이 잘 어울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기꺼이 땀 흘리며 흙을 만지고 작물을 기르다 보면 어느새 품 안에는 내 몸과 마음을 배부르게 하는 결실이 가득하니 말이다.

우리 회사 주말농장 Happy Farm에서 2년째 작물을 기르는 세 초보 농부를 만나 수확의 과정과 기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글_임혜선  사진_김인규  사진제공_최기준

쭈니네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

지난여름, 신사업개발처 사무실에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와 함께 웃음이 가득 퍼졌다. 여름이면 생각나는 옥수수 파티가 열린 덕분이다. 직원들은 삶은 옥수수를 나눠 먹으며 잠시 업무의 피로를 풀었다. 그리고 이번 옥수수 농사가 정말 잘 된 것 같다며 맛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모습을 보고 가장 흐뭇했던 사람은 신사업개발처 사업기획실의 김원배 실장, 최기준 차장, 이서준 차장이다. 직원들이 나눠먹던 옥수수는 세 사람이 우리 회사 주말농장 Happy Farm에서 정성껏 기른 것이다.

쭈니네에서 수확한 옥수수를 직원들과 나눠먹었어요!

우리 회사는 직원들의 건전한 여가활동과 소통을 위해 지난해 2월, 주말농장 Happy Farm의 문을 열고 참여자를 모집했다.

물 좋고 공기 좋고, 산세까지 좋기로 유명한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최기준 차장은 Happy Farm 공고를 보자마자 참가 신청을 결정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 따라 밭에 나가서 일손을 돕고, 농사를 직접 지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코로나19가 계속되자 일상생활도 무기력해지고 하루하루가 침울하던 중 주말농장 참여자 모집을 보고는 이거라고 생각했죠. 어릴 적 경험이 있기도 했고, 일상의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최기준 차장은 퇴직 후 작은 농장을 얻어 작물을 키워보고 싶다던 김원배 실장과 이서준 차장에게 Happy Farm 신청을 권유했다. Happy Farm을 통해 부서원이 공감을 이루며 유기농 채소도 직접 키우고, 동시에 주말농장을 직원 간의 소통공간으로 활용하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해서 우리 회사 Happy Farm 한 곳에는 세 사람의 주말텃밭인 ‘쭈니네’가 생겼다. ‘쭈니네 1, 2, 3’ 세 개의 텃밭에서는 2년째 계절마다 다른 작물이 자라는 중이다.

그렇게 농부가 된다

세 사람은 1명당 4평 남짓한 공간에 각자 키우고 싶은 모종을 선택하고 공동으로 텃밭을 운영하고 있다. 시기별로 심는 종자가 달라 쭈니네 텃밭에서 자란 작물을 세려면 열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다. 3~4월에 심은 작물만 해도 감자, 고추, 부추, 토마토, 가지, 상추, 고구마, 옥수수, 쑥갓, 들깻잎, 수박, 레드비트, 오이, 양배추 등 종류가 다양하다. 8월에는 배추, 무, 상추, 레드비트를 재배하고 있다.

“감자나 옥수수, 양배추 같은 채소는 풀만 잘 메어주고 물만 충분히 주면 잘 자라서 손쉽게 작물을 수확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고추나 토마토, 수박, 오이 같은 채소는 곁순도 제거해야 하고 웃거름도 줘야 하고, 물도 주기적으로 신경 써서 줘야 하죠. 평소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하고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그만큼 수확할 때 얻는 기쁨은 두 배입니다.”

김원배 실장의 말처럼 항상 수확이 잘 되면 좋겠지만, 작물이 생각보다 잘 자라지 못하고 열매를 맺지 못해 마음이 조급해질 때도 있다고 한다. 그러면 세 사람은 부족한 게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때로는 유튜브를 통해 해결방법을 찾으며 결실을 보기 위해 꾸준한 정성을 쏟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재미가 쏠쏠합니다. 말 못 하는 식물이긴 하지만, 관심을 가져주는 만큼 보답이 돌아오니 조금 일찍 나와 출근 전에도 들르고, 퇴근 후에도 찾아와 물도 주고, 풀을 뽑곤 했죠.”

세 사람 모두 초보 농부인 만큼 시행착오도 있었다. Happy Farm 주말 농장은 진흙 토양이라 비가 많이 오면 흙탕물이 되기 쉽다. 그런데 이런 흙의 성질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부추를 심었다가 낭패를 본 것이다. 지금은 지나간 일이라 웃을 수 있다며 이서준 차장이 그때 상황을 설명했다.

“부추는 수시로 물만 듬뿍 주면 3~4주 정도에 수확할 수 있거든요. 조그마한 평수에 조금이라도 더 심어보겠다는 욕심으로 밭고랑을 낮게 올린 후 부추를 촘촘히 심었습니다. 그런데 장마철이 지나고 보니 진흙탕이 부추 위를 전부 덮었더라고요. 그래서 밭고랑을 높게 올려 부추를 다시 심은 적도 있었습니다. 덕분에 이제는 흙의 성질에 맞게 작물을 재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확에서 나눔의 즐거움을 배우다

사계절 내내 기른 작물은 때가 되면 거두어야 한다. 품 안 가득 작물을 수확할 때면 보람도 느끼지만, 세 사람이 꼽는 가장 좋은 점은 그 결실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최기준 차장은 특히 아내가 좋아한다며 뿌듯한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얼마 안되지만 농장에서 수확한 작물을 집에 갖고 갈 때면 아내가 기뻐하는데 그게 너무 좋더라고요. 아내는 제가 수확한 작물을 한 봉지씩 담아서 동네 이웃들을 일일이 방문하여 조금씩 나눠주었고, 우리 남편이 기른 유기농 채소라고 자랑하기 바빴습니다. 그 덕분에 이웃들에게 맛있게 잘 먹었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죠.”

동고동락하는 신사업개발처 동료들도 수확의 기쁨을 함께한다. 기른 작물을 같이 먹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쭈니네 텃밭은 신사업개발처 사람들의 모임 공간이기도하다. 이곳에서 직원 공감토크, 안전기원제, 런치타임 등 각종행사를 진행했다. 쭈니네 텃밭이 곧 신사업개발처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셈이다. 지난해 11월에는 나주시 양로원에 김장배추 70포기를 기부하며 이웃사랑도 실천할 수 있었다.

주말농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즐거운 런치타임!

나주시양로원에 직접 기른 배추를 기부했어요!

작물을 키우고 나누는 행복을 느끼면서 세 사람의 마음도 함께 자랐다. 농작물을 직접 재배하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작물마다 심는 시기, 물 주기, 거름 주기 등 재배관리 방법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많이 배우고 경험해야 한다. 이 과정이 사람과 소통하고 관계를 쌓아가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Happy Farm 주말 농장을 통해 쑥쑥 자라나는 작물을 보면서 직원 동료들과 각자 알고 있는 농업기술을 공유하기도 하고, 서로 교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업무를 떠나 자연스레 훨씬 더 친해질 수 있었죠.”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주말농장을 통해 큰 힐링을 얻었다는 세 사람. 우리 회사 사우들도 도심을 벗어나 자연을 만끽하고 땀 흘리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면 주말농장만한 취미도 없다고 적극 추천한다.

“물론 농사라는 것이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긴 합니다. 그러나 주말농장을 가꾸다보면 가족들과 나들이도 할 수 있고, 아이들도 자연에 대해 배울 수 있죠. 내가 기른 싱싱한 작물을 먹을 수도 있고, 또 이웃과 나눌 수도 있으니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나의 몸과 마음이 정신적으로 건강해지고요.”

인터뷰를 마친 후에도 세 사람은 텃밭에 남아 현재 재배 중인고추를 위해 풀을 정리하고 흙을 다듬었다. 늦여름의 햇볕은 여전히 뜨거웠지만, 수확을 기다리는 세 사람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