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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in 에너지

수소에너지를 차지하기 위한
숨 막히는 추격 영화

<체인 리액션>


글_조행만 과학 칼럼니스트

가장 유력한 대체에너지, 수소

화석에너지의 고갈은 과학자들에 의해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돼있었다. 미래학자이자 에너지 전문가인 ‘다니엘 예긴(Daniel Yergin)’은 그의 저서 「2030 에너지 전쟁(The Quest)」에서 화석에너지가 고갈되는 먼 미래엔 에너지가 금보다 귀한 존재가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 시대엔 인류가 한 뼘의 땅이 아닌 한 방울의 에너지를 차지하기 위해 싸울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 인류는 오래전부터 대체에너지 개발에 매달려왔다. 태양에너지, 바이오에너지, 풍력에너지, 조력에너지 등 각종 에너지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수소에너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에서 수소를 분리하여 만드는 에너지를 말한다. 온실가스 등 에너지 사용에 따른 환경오염의 걱정도 없고 물에서 생성되기 때문에 에너지 고갈의 문제도 없어 대체에너지 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것으로 꼽힌다.

영화 <체인 리액션> (출처: 네이버영화)

시대를 앞서갔지만 조금은 어설픈 <체인 리액션>

1996년에 개봉된 영화 <체인 리액션(Chain Reaction)>은 일찌감치 수소에너지를 다룬 할리우드 영화다. <스피드>, <매트릭스>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을 맡고, 노련한 연기파 흑인 배우 모건 프리먼이 악당 역을 맡았다. 감독은 영화 <도망자>로 잘 알려진 앤드루 데이비스다.


이 영화는 5천만 달러의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 액션 블록버스터물이다. 그러나 흥행에 실패해 아쉬움이 남는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감독의 전작인 <도망자>와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수소에너지에 대한 설명 부족도 아쉬운 부분이다.

우선 영화 내용을 살펴보자. 늦은 밤에도 연구에 매진한 천재 공대생 에디(키아누 리브스)는 드디어 엄청난 에너지 개발에 성공했다. 그것은 바로 무색, 무취의 무한대 청정에너지인 수소에너지였다. 환희에 찬 그들은 실험에 성공하자마자, 흥겨운 자축 파티를 벌였다. 모두가 취해서 각자 집으로 흩어지고, 에디도 여자 친구 릴리를 바래다준 뒤 다시 연구실로 온다.

하지만 환희는 곧 비극으로 바뀐다. 연구 결과가 공식적으로 발표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실험실은 의문의 폭발로 날아가고 실험의 총책임자 버클리 박사가 살해된 채로 발견되는가 하면, 중국인 과학자 루첸 박사는 실종된다. 더군다나 다음 날부터 에디와 릴리는 버클리 박사의 살해와 실험실 폭파의 누명을 쓰고 FBI로부터 쫓기는 신세가 된다.

이후 영화는 누명을 벗기 위한 주인공 에디의 필사의 도주, FBI와 쫓고 쫓기는 추격전, 음모와 반전 등이 이어지면서 전형적인 액션 스릴러로 흘러가게 된다.

(출처: 네이버영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연쇄반응을 다룬다. 영화에서 말하는 연쇄반응은 물을 형성하기 위해 수소 가스와 산소 가스 사이에 일어나는 화학 반응이다. 이 반응의 전파로 막대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체인 리액션>에서 다루는 연쇄반응이다. 그러나 이외에 수소에너지에 대한 설명은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과학영화가 되려면 과학적으로 관객들을 설득시킬 수 있도록 소재에 대해 타당한 설명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과학영화만의 특색 있는 시나리오 구성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체인 리액션>은 분명 아쉬운 점이 있다. 그러나 <체인 리액션>이 개봉된 90년대 중반만 해도 과학계에서 수소에너지의 아이디어는 나왔지만, 연구는 진척돼있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수소에너지란 소재는 영화 속에서 돈이나 금 같은 평범한 욕망의 대상에 그치고 만다. 시대를 앞서간 영화 <체인 리액션>이 수소에너지에 대한 운용의 묘를 살리지 못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수소에너지, 어디까지 왔을까?

지난 2005년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지는 창간 125년 기념호에서 ‘과학이 25년 안에 풀어낼 수수께끼 25개’를 선정했다. 그중 24번째가 바로 “대체에너지는 언제 나올 것인가?”이다.


2030년이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대체에너지의 리더격인 수소는 지금도 과학자들의 호기심과 야망을 자극하는 신비의 원소지만 서서히 그 베일이 벗겨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소에너지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수소차·연료전지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¹ 지난 2019년에는 정부에서 직접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제시할 정도로 수소에너지에 대한 연구개발은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만약에 지금으로부터 10년 후에 <체인 리액션>이 제작됐다면 수소에너지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다룰 수 있지 않았을까? 여러모로 아쉽긴 하지만 1996년에 제작된 영화에서도 악당들이 탐을 낼 만큼 수소에너지가 중요한 미래자원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¹출처: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국내 수소기술 현황 및 전망’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