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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에게

나무가 들려주는 경영이야기 4

화합의 상징 자귀나무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는 회사에서 화합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짝을 이루는 잎이 서로 끌어안는 자귀나무를 통해 화합의 자세를 배워보자.

글_단국대학교 경영대학원 박홍규 교수 (前 한전KPS 원자력연수원장)

서로를 끌어안는 자귀나무의 잎

시린 겨울을 보내기 위하여 비가 내린다. 겨우내 움츠렸던 나무들도 기지개를 피며 봄을 기다리는 3월이다. 대부분의 꽃나무는 봄을 화사하게 빛내주지만 지루한 장마철을 거쳐 여름날을 밝혀주는 나무도 있다. 장미목 콩과의 낙엽소교목인 자귀나무가 그렇다.

자귀나무는 해가 잘 드는 양지를 좋아하며 나뭇가지를 넓게 펼치는 특성이 있어 다른 나무들과 조밀하게 심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두 해 전에 어리석게도 어린 세 그루의 자귀나무 묘목을 마당 가운데에 뭉쳐 심었더니 성장하면서 가지들이 겹쳐 그늘이 지고 진딧물로 인하여 그을음병의 피해가 컸다. 분리해서 옮겨 심으려 하니 굵은 뿌리들이 엉키어 뿌리 경쟁이 심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자귀나무는 두 잎을 맞대고 밤을 보내는 특징이 있어 부부의 금실을 상징하는 나무로 합환수(合歡樹)라고도 한다. 자세히 보면 잎줄기에 잎이 많이 달린 대부분의 나무들은 작은 잎들이 둘씩 짝을 맞춰 나고 맨 끝에 잎이 하나 남는데, 자귀나무는 작은 잎이 짝수여서 해 질 무렵 잎을 오므리며 서로를 포옹하면서 홀로 남는 잎이 없다. 그래서 부부 금실을 상징한다. 장미잎은 홀수가 되어 홀로 남은 잎의 시샘 때문에 가시가 돋았나보다.

어린 시절 학교 앞에서 보았던 ‘미모사’는 신기하게도 잎을 건드리면 오므라들며 시든 것처럼 보였다. 자귀나무는 잎을 만져도 움츠러들지는 않는다. 외부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각각의 잎들은 자기 역할을 다할 뿐이다. 6~7월 여름이 시작될 즈음에 원자력연수원을 찾을 기회가 있다면, 분홍색 공작꼬리처럼 화사한 꽃을 뽐내는 용접동 옆에 자리 잡은 자귀나무의 웅장한 자태를 눈여겨보라.

원자력연수원 현관 앞 풍경(왼쪽 용접동 옆의 나무가 자귀나무이다.)

노사불이(勞使不二) - 그 뿌리는 같다

낮에는 각자의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지만 밤이 되면 한 몸이 되어 어둠을 이겨내는 자귀나무를 기억하자. 노사의 실체는 한 뿌리에서 나온다. 노사뿐만 아니라 사무와 기술부문 또한 다를 수 없다. 회사라는 울타리 속 조직들은 운명공동체로서 궁극적으로는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아야 한다. 지향점이 같기 위해서는 회사의 성장을 기반으로 하는 가치를 반드시 공유해야 하며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그러나 말하기는 쉬워도 내부경쟁이 치열한 현실에서는 실천이 어렵다.

모든 나무는 같은 하늘을 본다. 햇볕을 차지하기 위한 나무들의 경쟁을 통해 숲은 군락을 이루게 되며 그늘진 곳의 잡목은 도태되고 잡풀도 드물게 된다. 한 뿌리에서 나온 가지들은 조화를 이루며 하늘을 향해 성장해 나가지만, 길게 웃자라거나 역으로 중심가지 쪽으로 자라는 가지 등은 잘라내어 원하는 아름다운 나무로 가꾸어야 한다. 조직의 역기능적인 요인들을 찾아 수시로 곁가지를 제거해 나가는 것이 조직을 건강하게 키우는 운영법이다.

교목과 관목의 조화로움이 숲을 건강하고 풍성하게 하듯이 우리는 경쟁하면서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숲의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다.

노사는 한 뿌리 생명체이다. 각자가 맡은 분장업무를 시행하는 하부조직의 운영도 마찬가지이다. 서로 경쟁하되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는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 뿌리에서 성장한 조직 간의 갈등이 깊어지면 결국은 조직을 고사시킨다.

그러나 나무는 자멸하는 불행의 씨앗을 만들지 않는다. 물고기가 이르게 하고 싶거든 먼저 물길을 트고, 새가 오게 하고 싶거든 먼저 나무를 심으라고 했다. 갈등의 원인이 되는 걸림돌을 찾아서 먼저 치워보도록 하자. 모든 제도를 시행하기에 앞서 우리 조직문화에 적응이 가능한지를 살펴보고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자기영역을 키우며 경쟁하되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본질은 같은 ‘회사 성장’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마음의 회복탄력성마저도 숨죽이게 만드는 지나친 반목과 불신은 조직을 마비시키고 분열을 일으킨다. 내가 하는 일이 우선이라는 기능우월주의는 조직 내부의 섬처럼 점점 자신을 고립된 존재로 변화시킨다. 이쯤 되면 조직의 각 기능들이 제대로 작동될 수 없다. 골이 깊으면 정상에 오르기 힘들고, 높이 오를수록 골의 깊이는 더욱 깊어질 뿐이다.

자귀나무의 잎들은 생육이 활발한 낮 동안에는 각자가 왕성한 활동을 하지만 저녁이면 살포시 잎을 포개며 잠든다. 회사라는 울타리 내에서 각자의 기능을 발휘하는 조직은 한 꿈을 꾸며 공동으로 지향하는 목표를 위해 마주해야 한다. 자귀나무처럼 꿈과 마음을 하나로 합쳐서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힘이 되어야 한다. 본사 사옥의 마당 어디쯤인가 화합의 상징인 자귀나무를 심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