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민선 <아주 작은 시작의 힘> 저자
누구나 시작을 계속 미루거나 해보기도 전에 포기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전문가들은 시작도 습관이라도 이야기한다. 시작이 쉬워지는 방법, 그리고 그것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해 살펴본다.
올해 초 세운 새해 계획이 벌써 작심삼일로 돌아갔다면 주목해 보자.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새해 목표를 세운다. 주로 어학, 운동 등이 목표에 오른다. 그런데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 보통은 세 가지 이유 중 하나다. 목표 설정이 잘못되었거나, 환경적 요인이 뒷받침되지 않거나, 지속가능성을 위한 기록과 회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사회는 탈진할 때까지 자신을 밀어붙이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모든 중독 중에서 유일하게 일 중독은 환영할 만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때문에 회사 일이 많은데 집안일과 새해 계획 실천까지 겹치면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다. 사람을 포함한 동물은 위협 앞에서 투쟁 혹은
회피(Fight-or-Flight) 반응을 일으킨다. 하지만 위협이 너무 압도적이라서 두 가지 모두 불가능할 것 같다고 느낄 때 멈춤(Freeze) 반응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너무 놀라서 두뇌가 멈춰버린 것이다. 마치 고속도로 헤드라이트 불빛을 받은 사슴처럼 우리 두뇌는 목숨이 위협을 당하는 수준까지 느낀다.
시작을 지속적으로 미루게 된다면, 먼저 할 일은 자신을 다그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을 위한 자비가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논문도 있다. 스스로를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대해 보자.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매일 출근하고 할 일을 마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누구나 하는 일이라고 해서 그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자신의 밥벌이를 스스로 해결하는 것, 혹은 가정 경제에 보탬이 되는 것만으로도 이미 훌륭하다. 회사에서 사소한 실수를 했다고 스스로를 심하게 질책한 경험이 있다면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야 한다. 평생 데리고 다닐 내 친구를 친절히 대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가 힘들 때는 나만 이렇게 힘든 경험을 하거나 내 능력이 부족해서 그렇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영화 <스코어: 영화음악의 모든 것>에는 대가들이 얼마나 작업을 무서워하며 마감을 미루는지에 대한 예시가 나온다. 작곡가 엘리엇 골든탈은 “정말 무서운 건 지하철을 타러 갔는데 음악 작업을
반밖에 못 한 내 이름이 포스터에 나와 있는 걸 발견했을 때”라고 고백했다. <인터스텔라>, <라이온 킹>, <듄>의 음악을 만든 한스 짐머도 “감독이 떠나면 혼자 생각에 잠긴다. 어떻게 할지 전혀 감이 안 잡히는데, 그냥 감독한테 전화해서 다른 사람 쓰라고 할까?”라며 비슷한 불안을 털어놓는다.
잘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는 사람, 책임감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압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눈에는 보이지 않는 중력을 견디고 있다.
여태껏 세웠다가 실패한 목표를 한 번 되짚어 보는 자세도 중요하다. 생각해 보면 그 목표가 사실은 나의 목표가 아닐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실제로 내가 원하는 게 아니었다면 내적 동기가 부족해서 실천을 지속하기 힘들 수 있다.
진짜 나의 목표와 가까워지려면 진짜 나의 욕망에 가까워져야 한다. 나의 욕망을 알 수 있는 힌트들이 있다. 최근에 누군가를 보고 부럽다고 느꼈다면, 혹은 크게 화나거나 기뻤던 경험이 있다면 자신이 느낀 감정 안의 욕망을 추적해 볼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평소 하던 고민을 적어 보는 것이다. 해결해야 하지만 바쁜 생활에 밀려서 모른척했던 것을 크든 작든 적어 보자. 그리고 그것을 위한 해결책도 함께 적어 보면 좋다. 예를 들어 중간관리자로 승진하고 싶다는 고민을 적는다면, 이를 위해 커뮤니케이션 능력 기르기라는 해결책을 함께 적는 것이다. 팀장이
되면 보고받고 회의를 주재하는 비율이 팀원일 때보다 압도적으로 많아기지 때문이다.
더불어 실제 행동하기 위해서 자신의 가치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장’, ‘돈’, ‘건강’, ‘관계’, ‘워라밸’ 등 솔직하게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목표가 영어 공부인데 ‘관계’가 중요한 사람이라면 영어 공부하는 것보다 친구 만나는 것이 더 우선순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어 공부의 목표는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마음 맞는 친구와 주기적으로 만나 영어로만 대화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감자칩이 맛있는 이유는 기름에 튀긴 것도 있겠지만 얇아서 바삭한 것도 있다. 목표를 감자칩 수준으로 얇게 쪼개보자. 피곤해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간 관리자급이라면 직급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말을 끝까지 듣는 연습부터 해볼 수 있다. 인기 프로그램을
제작한 나영석 PD와 김태호 PD 모두와 같이 일해본 작가가 두 PD의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모두 상대방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다 듣고 얘기한다고 답했다. 그만큼 잘 듣는 것이 커뮤니케이션과 리더십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스스로를 위한 보상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무엇인가를 이루려면 꾸준히 무엇인가를 하는 시간이 담보되어야 한다. 100일간 쑥과 마늘을 먹으며 인간이 되기를 꿈꿨던 곰과 호랑이의 이야기가 담긴 단군신화를 보아도 알 수 있다.
같은 장소와 시간에 반복되는 일을 해보자. 주 6일 1시간 10분을 낼 수 있다면 7시간이 된다. 회사에서 하루 일하는 시간이 8시간임을 감안하면 일주일마다 하루에 가까운 시간이 생기는 것이니 무시할 수 없다.
특정 활동을 할 때 일정한 환경을 만드는 것도 좋다. 운동할 때 주로 듣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든다 거나 책을 읽을 때 향초를 켜는 것처럼 무엇을 하는 행위에 의식(Ritual)을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이는 동기부여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가 목표를 포기하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함께 뛰어주는 코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때 기록하는 것이 코치 역할을 해줄 수 있다. 목표에 대한 계획과 고민, 실천한 것을 기록하는 ‘주제 노트’를 적어보자. 기록을 하면 주 5일 실천하기로 한 계획을 주 2일 실천했을 때 그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다. 또한 기록을 통해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요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과거에는 힘들게 해냈던 것을 능숙하게 해내게 된 능력 향상을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자신감을 얻는 계기로 이어진다. 기록하고, 기록하는 것을 반복하면 성장을 통해 성공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