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수빈
참고도서. 박용후 <관점을 디자인하라>, 조나 버거 <보이지 않는 영향력>,
제임스 클리어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경쟁에서는 아주 근소한 차이가 승패를 가르는 열쇠가 된다. 즉 남들과 다른 1%가 결실과 성과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차별성을 갖춰야 할까. 목표를 뛰어넘어 성공으로 도달하는 삶의 자세에 대해 알아본다.
최근 외식업계에는 ‘뉴사이클(Newcycle) 마케팅’이 대세다. 새로움을 뜻하는 New와 재탄생을 뜻하는 Upcycle의 합성어로, 기존 제품에 새로움을 더해 이색 제품을 출시하는 것을 뜻한다. 세대를 거쳐 사랑받아 온 오리온 초코파이는 출시 50년 만에 처음으로 케이크 속에 마시멜로 대신 크림을 넣은 ‘초코파이
하우스’ 2종을 선보였다. 익숙한 초코파이에 새로운 식감과 맛을 더한 제품은 출시 20일 만에 누적 판매량 450만 개를 돌파하는 성공을 거두었다. 1981년 처음 선보인 해태제과의 홈런볼은 기존 초코 크림맛 대신 마롱크림 맛, 피스타치오 맛을 잇달아 출시했다. 1983년 선보인 롯데웰푸드의 빼빼로는 남해유자,
해남녹차, 블루베리 요거트 등 새로운 맛을 계속 추가하는 중이다. 이렇듯 뉴사이클 마케팅이 주목받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익숙함을 선호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참신함에서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스쿨의 마케팅학 교수인 조나 버거는 ‘애착 이론’을 제시한다. 자주 보고 익숙해지면 자연스레 애정이 생겨난다는 것인데,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 연구 결과 기존 모델과 비슷한 디자인이 판매량이 더 높다는 것을 밝혀냈다. 너무 새로운 것보다는 적당히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요소를 가미한 것이
차별성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수세미 하나로 미국 청소용품 시장의 강자로 자리 잡은 스크럽 대디. 그저 평범했던 스펀지를 스마일 표정으로 만들고, 눈과 입에 구멍을 뚫었다. 눈에는 손가락을 넣어 컵처럼 깊은 곳을 세척하도록 했고, 입 모양에는 숟가락이나 주걱 같은 조리도구를 넣어 깨끗이 씻어낼 수 있게 했다. 여기에
따뜻한 물에서는 부드럽고 차가운 물에서는 딱딱해지는 성질을 이용해 물 온도로 주방용품을 더욱 깔끔하게 씻을 수 있게 만들었다. 결과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미국 주방에 없어서는 안 될 아이템으로 자리 잡더니, 연 매출 3,300억 원을 기록하며 국민 청소용품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처럼 한 끗 차이의 참신한 요소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 익숙함에 매몰되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새로운 무언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때다.
우리는 개인의 크리에이티브가 전략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렇다고 창의성을 단순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 단정 짓기는 어렵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이 있듯 상상과 창조 활동은 만들어진 토대 위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 이미 수많은 창작물에 의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바로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는 훈련이다. 세상을 바꾼 0.1% 천재들의 업적은 관점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는 모든 틀에서 완벽하게 비켜나 있는 인물이다. 캔버스 대신 세계 곳곳의 거리와 담벼락, 지하도 등에 그라피티 작품을 남기며 대중의 시선을 끈 것을 시작으로 전쟁과 자본주의 비판 등의 사회적 메시지를 담으며 폄하 받던 그라피티를 공공예술로 끌어올렸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인
<풍선과 소녀>는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과 동시에 파쇄되며 더욱 유명세를 탔다. 현대 미술 시장의 거래 관행을 조롱한다는 의미를 담았는데, 뱅크시는 자신의 SNS를 통해 ‘파괴의 욕구는 곧 창조의 욕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1980년 설립된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 역시 통념을 탈피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름 속의 ‘무인(無印)’은 브랜드가 없다는 뜻으로 제품 어디에서도 브랜드 로고는 찾아볼 수 없다. 디자인 요소를 최대한 비워낸 덕분에 튀지 않고 유행을 타지 않아 어디에나 어울린다. 심지어 마케팅도 하지 않는다. ‘노 로고, 노 디자인, 노 마케팅’ 대신 양품(良品)에 집중하는 것이 그들의 철학이기 때문이다. 차별화되지 않은 디자인은 역으로 그들의 차별점이 되었다. 덕분에 경제 호황 가도를 달리던 일본 경제가 붕괴하며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리는 경제 위기 속에서도 무인양품은 매출 440% 증가, 경상이익 1만 700% 증가를 달성했다. 일반적인 당연함을 거부하는 것,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는 것, 관찰자의 입장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생각의 각도를 1%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복기는 바둑에서 한 판을 두고 난 다음 다시 처음부터 그대로 두며 수를 돌아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묘수와 문제수, 승부수를 발견하고 검토하며 다른 수는 없었는지 반성하기도 한다. 복기에는 ‘회고’, ‘반성’, ‘탐구’, ‘향상’이라는 4단계가 있으며 마지막 단계인 ‘향상’은 복기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복기의 중요성은 비단 바둑뿐만이 아니다.
야구 역사를 새로 쓴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는 아이패드에 훈련 내용과 생각을 매일 일기처럼 기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기 성적이 좋았던 날도, 나빴던 날도 모든 내용을 글로 남기며 좋을 때는 어떤 느낌으로 했는지, 나쁠 때는 무엇이 원인이었는지 기억을 더듬다 보면 답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행동이
당장의 시즌뿐 아니라 다음 시즌을 위한 힌트가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복기는 조직의 성공을 좌우하는 근간이 되기도 한다.
1986년, LA 레이커스는 역사상 가장 재능 있는 농구팀이었지만 플레이오프 탈락 후 NBA 챔피언십에서 뛰지 못했다. 이에 수석 코치였던 팻 라일리는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CBE(Career Best Effort)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선수마다 적절한 기량을 찾고, 이를 토대로 적재적소에 선수를
배치했다. 이후에는 각 선수에게 한 시즌 동안 1%의 향상된 결과를 보여줄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8개월 후 LA 레이커스는 NBA 챔피언 팀이 되었다. CBE 프로그램의 핵심은 숙고와 복기에 있었다. 이미 선수 개개인은 훌륭한 기량을 갖추고 있었다. 그럼에도 한 번 더 분석하고 체크해 가진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처럼 복기는 모든 습관에서 장기적 증진을 돕는다. 실수를 깨닫게 해주며 실력을 향상시키는 경로를 알려주어 성과에 도달할 수 있는 나침반이 되어주는 것이다. 남다른 성과를 얻기까지 대단하거나 거창한 계획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두 같은 조건이라면 남들과는 다른 1%의 차이가 결과를 만들어내는 법이다.
미세하지만 매일 반복하는 변화가 우리를 성장시키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