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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사이
다채로운 낭만을 만나다

글. 김주희   사진. 한국관광공사

고창 메밀꽃밭

무더위가 한발 물러선 여름의 끝자락, 자연을 누비며 가을 채비에 나서 보자. 선선한 바람과 아직 따사로운 햇볕, 적당한 그늘이 드리워진 길목에서 새로운 에너지와 활력을 충전할 수 있다. 여름과 가을 두 계절의 멋과 분위기가 공존한 여행이 감흥의 깊이를 더해줄 것이다.

가을 초입에서 만난 하얀 꽃 천지 전북 고창 메밀꽃밭

선선한 가을바람 따라 낭창낭창 흔들리는 꽃구경에 나서 보자. 청보리밭으로 유명한 전북 고창군 선동리 학원농장은 가을이 되면 하얀 꽃밭으로 탈바꿈한다. 초가을의 청명하고 맑은 하늘 아래 하얀 물결을 이룬 장관이 펼쳐진다. 매년 9월쯤 메밀꽃 축제를 진행하는데,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와 함께 더욱 풍성한 경험을 선사한다.

고창 메밀밭은 드라마 속 로맨틱한 장면으로 자주 등장하는 곳이기도 하다. 넓고 완만한 곡선으로 이어진 구릉 위를 수놓은 광활한 꽃밭은 마치 눈발이 흩날리는 듯한 풍경을 자아낸다. 여느 메밀꽃 명소와는 달리 ‘열린 공간’이라는 점도 특별하다. 주변에 높은 산이 없어 탁 트인 개방감을 선사하는 것. 어디에서 보더라도 막힘없이 펼쳐진 꽃밭을 감상할 수 있다. 아늑하고 평화로운 밭뷰와 호젓하고 고즈넉한 원두막뷰 등 각도와 방향에 따라 다른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꽃들 사이를 거닐어도 좋다. 길을 따라 흙 내음을 맡으면 자연과 어우러진 기분이다. 원두막에서 목을 축이며 그림 액자 같은 인증샷을 남기고 전망대에 올라 거대한 풍경화 같은 메밀꽃밭을 한눈에 담을 수도 있다. 구릉과 구릉이 맞닿은 곳에 자리한 저수지도 거울처럼 파란 하늘을 비추며 낭만을 더한다.

🔍 전라북도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길 154
📞 063-564-9897

늦여름 밤 밝히는 빛의 향연 충북 제천 의림지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늦여름에는 밤도 점점 길어지고 또 깊어진다. 열기가 잦아든 여름밤, 물과 빛이 어우러진 장관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우리나라 대표 수리시설로 알려진 제천 의림지는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저수지와 유려한 물줄기의 용추폭포가 대비된 풍경이 매력적이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를 소나무와 야생화, 정자들이 메우며 운치를 더하고 있다.

의림지에 조성된 한방 치유숲길은 비룡담 저수지와 용두산 산림욕장을 순환하는 둘레길이다. 빼어난 수변과 피톤치드 가득한 숲을 가까이에서 누릴 수 있다. 총 4구간으로 이뤄졌는데, 비룡담 저수지부터 한방 생태숲을 도는 ‘물안개길’은 경사가 완만한 데크 산책길이라서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솔밭공원에서 비룡담 저수지까지 이어지는 소나무 자연림 ‘솔나무길’은 짧은 거리로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이곳의 백미는 자연폭포인 용추폭포다. 전망대 다리 난간에 분수와 경관조명이 설치된 덕분에 야간에도 폭포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바닥의 매직유리는 폭포 위를 산책하는 듯한 기분과 짜릿한 스릴을 선사한다. 미디어파사드 쇼도 놓치지 말자. 형형색색 화려한 불빛과 자연을 스크린 삼아 저수지 전체가 빛의 세계로 변한다. 의림지의 며느리바위, 거북바위 등 설화를 재해석한 작품과 의림지의 사계절을 담은 영상이 밤을 찬란하게 수놓는다. 미디어파사드 쇼는 저녁 3차례 상영되는데, 시즌마다 시간이 다르니 미리 체크해볼 것.

🔍 충청북도 제천시 모산동 241
📞 043-651-7101

청정 갯벌 위 붉게 물들다 인천 강화 장화리 해넘이마을

소란했던 여름을 뒤로하고 일몰 여행으로 복잡한 머릿속을 차분하게 정리해 보는 건 어떨까. 가장 높은 곳에 떠 있던 해가 가장 아래를 향해 몸을 낮추는 시간, 눈높이에서 해와 마주할 수 있다. 제 몸을 한껏 불태운 황금빛 일몰은 새로운 계절을 향한 아름다운 예고편이 되어줄 테다.

동해와 달리 서해의 일몰은 오밀조밀하게 모인 섬과 바다, 갯벌이 어우러진 풍경을 자랑한다. 인천 강화도 서쪽 끝에 자리한 장화리 해넘이마을은 일몰 명소로 유명하다. 일몰을 볼 때에는 시간대에 따라 밀물과 썰물 2가지 각기 다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데, 썰물 때 드러나는 갯벌과 지는 해가 어우러진 풍경은 서해 일몰 특유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드넓은 갯벌과 솔섬을 배경으로 저물어가는 태양이 섬 전체를 붉게 물들인다. 갯벌 사이사이 좁은 길목에 갇힌 바닷물이 햇볕에 반사되면서 영롱한 여운을 선사한다. 강화도 갯벌은 철새들의 서식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운이 좋은 날에는 철새와 꼼지락거리며 갯벌 구멍을 드나드는 게도 포착되는데, 신비롭고 역동적인 자연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해넘이마을은 강화 나들길 7코스이기도 하다. 해변을 따라 길게 산책로가 이어지고 나무 데크에는 일몰을 다채롭게 감상할 수 있는 프레임과 조형물도 마련돼 있다. 마을 안으로 들어와 논과 밭 위로 저무는 해를 바라보면 바다 일몰과는 또 다른 정서와 감흥을 만끽할 수 있다.

🔍 인천시 강화군 길살면 해안남로 2407
📞 032-832-3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