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더하기 > 트렌드 인사이트

행복한 마음도 습관이다
초긍정 사고

글. 박상미(심리상담가)

‘오히려 좋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에 이어 최근 유행하고 있는 사고가 있다. 모든 상황을 낙관적으로 해석하는 이른바 ‘원영적 사고’다. 젊은 층으로 시작해 다양한 세대가 주목하고 있는 초긍정 사고에 대해 함께 살펴본다.

긍정도 학습이 되나요?

계획했던 일이 잘 안 풀려 실패했을 때 자기 비관에 빠져 우울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번에는 실패했지만 다음엔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응원하며 다시 일어나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차이점은 어디에서 발생하는 것일까. 심리학과 뇌과학에서는 행복한 마음도 불행한 마음도 모두 습관이라고 설명한다. 상황을 판단하는 자동사고가 부정 혹은 긍정, 어느 방향으로 습관화되어 있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자세가 다르다는 것이다. 인지 치료의 창시자 아론 벡은 이러한 자동사고의 관점을 ‘스키마’라고 이름 붙였다. 스키마에 따라 비관적인 사람과 낙관적인 사람으로 나뉘게 된다는 것. 때문에 우울과 불안을 떨치고 싶다면 먼저 자동사고의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년 가을 걸그룹 아이브(IVE)의 유튜브 채널에 멤버인 장원영이 스페인의 빵집에 방문하며 화제를 모은 영상은 매우 인상 깊다. 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장원영은 바로 앞에선 사람이 원하던 빵을 모두 사가는 바람에 품절되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앞 사람이 제가 사려던 빵을 다 사가서 너무 러키(Lucky)하게 제가 갓 나온 빵을 받게 됐지 뭐예요? 역시 행운의 여신은 나의 편이야!”

바로 빵을 사지 못하고 구워진 빵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되는 상황임에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장원영의 모습은 곧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퍼지며, 긍정적 태도를 대표하는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 ‘원영적 사고’로 이어졌다. 긍정적 사고 습관을 대표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심리학자인 서은국 교수는 그의 저서 <행복의 기원>에서 “행복은 기쁨의 강도보다 빈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단한 행복감에 한 번 압도되는 것보다 소소하지만 작은 행복을 자주 느끼는 것이 훨씬 좋다는 뜻이다. 그러려면 일상의 작은 행복을 발견하고 감사할 수 있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내면의 힘을 길러주는 긍정 효과

이러한 마음 습관은 정신 건강은 물론 신체적 건강까지 영향을 끼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의 바버라 프레드릭슨 교수는 긍정 감정의 효용에 대해 구체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긍정적인 감정이 사회 적응 능력을 향상시키고 갈등 조절 능력을 높이며, 근력과 심혈관계 건강을 증진시키고 심리적·지적·사회적 능력까지 모두 확장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긍정 감정은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주며,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속도를 높이고, 새로운 관계를 쉽게 형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또한 창의력·기획력을 증가시키며, 미래 지향적인 인지 기능까지 향상시킨다고 하니 긍정적 사고는 백해무익한 습관임에 틀림없다.

연습을 통해서 긍정적인 경험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즐거움에 몰입하는 경험을 해본다면 우리는 뇌를 바꿀 수 있다.

물론 ‘앞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밝게 살아야지.’라고 결심한다고 해서 평소의 습관이 단번에 바뀌지는 않는다.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생각과 행동을 좌우하는 자동사고를 바꾸려는 훈련이 필요하다. 연습을 통해서 긍정적인 경험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즐거움에 몰입하는 경험을 해본다면 우리는 뇌를 바꿀 수 있다. 안 좋은 감정이 밀려올 때마다, 부정적인 생각이 밀려올 때마다, 잠깐 생각을 멈추고 감정의 스위치를 바꾸려는 시도를 계속해서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우울하고 슬픈 감정, 좌절과 패배감이 무조건 행복과 반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유념하자. 오히려 뇌는 실수와 실패에서 의미를 발견한다. 또한 부정의 감정을 슬기롭게 조율하는 법을 익힐 때 한 단계 성장하기도 한다.

긍정의 힘이 필요한 현대인

누구나 긍정 마인드가 좋다는 걸 알지만 실제로 초긍정 사고를 하기란 쉽지 않다. 이는 우리의 뇌와 연관이 있다. 오랜 세월 생존을 위해 뇌는 부정성 편향, 즉 부정적인 상황을 과장해서 받아들이는 쪽으로 발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정적 사고를 계속하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박동과 호흡이 빨라지며 혈압이 상승한다. 면역반응이 억제되고 염증 호르몬 수치도 급증한다. 현대 의학에서 만병의 근원으로 스트레스를 꼽는 까닭이다. 반면에 긍정적인 반응을 선택하면 우리의 뇌와 몸은 균형을 되찾는다. 더 나아가 품성도 변화시킨다. 인간의 도덕성을 연구하는 뉴욕대학교 조너선 하이트 교수는 긍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도덕적이고 선한 행동을 하고 싶은 욕구를 증가시켜서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혀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위로하고 공감하는 것’
그래야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성장 욕구가 생기고 자존감이 높아진다.

초긍정 사고를 기르기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에게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자기 자비(Self-compassion)라고 한다. 고통스러운 순간, 과도하게 자기를 비난하기보다 너그럽게 이해하는 자세를 지니려 노력해야 한다. 현대인은 타인에 대한 자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스스로에게는 인색한 경향이 있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야 타인에게도 자비를 베풀 수 있다. 때문에 긍정적 사고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위로하고 공감하는 것’이다. 그래야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성장 욕구가 생기고 자존감이 높아진다. 자존감이 높아지면 뇌가 건강해진다. 건강한 뇌는 작은 불안과 걱정을 이겨내는 선순환을 일으킨다. 나를 위해,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긍정적인 사고를 습관화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