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Essay

멀리 가려면 쉬어 가라
재충전의 기술

글. 곽한나
참고도서. 리드 헤이스팅스 <규칙 없음>, 니시다 마사키 <쉬는 기술>, 문요한 <오티움>

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어떻게 쉬는 것이 진정 좋은 쉼일까? 쉬는 날조차 잘 쉬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남들이 가는 곳, 남들이 하는 것에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지. 우리 내면을 채우고, 새로운 영감과 아이디어를 주는 재충전의 의미를 들여다본다.

창의 휴가, 무제한 휴가,
워케이션(Work+Vacation)•••
휴식 권하는 기업들

CJ그룹에는 ‘창의 휴가(Creative Week)’가 있다. 유급 휴가 2주에 개인 연차 2주를 더해 최대 4주까지 한 달을 쉴 수 있는 휴가 제도다. CJ그룹은 5년 주기로 쓸 수 있었던 창의 휴가 제도를 작년부터 3년 차와 7년 차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CJ가 창의 휴가 제도를 운용하는 것은 직장인에게 최고의 복지가 ‘휴식’이며, 구성원들에게 최고의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 창의적인 문화와 성과를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제도가 확대된 것은 창의 휴가를 통해 재충전한 구성원들의 창의성과 업무 몰입도가 더 커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CJ는 창의 휴가 외에도 쉬면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성원들이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주요 계열사 사옥에 ‘워크온(Work On)’ 거점 오피스를 운영하고, CJ ENM의 경우 제주 월정리에 거점 오피스를 두고 실행 중이다. 일하면서 휴가의 기분을 즐기는 이른바 ‘워케이션(Work+Vacation)’의 일환이다.

CJ그룹 서울역 거점오피스 ⓒCJ그룹
2024년 여름 추천 도서를 소개하는 빌 게이츠 ⓒ게이츠 노트
게이츠 노트 2024 여름 추천 도서 확인 →

시가총액 300조가 넘는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넷플릭스의 휴가 제도는 어떨까.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의 파격적인 경영법을 담아낸 책 <규칙 없음>에 의하면 ‘규정도 없고, 확인도 하지 않는다’가 답이다. 넷플릭스 담당자는 “복장 규정이 없지만 옷을 벗고 출근하는 사람이 없듯 일일이 휴가를 규정할 필요가 없으며, 자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날에 휴가를 쓰면 된다”고 설명한다. 여기에는 ‘일하는 시간’이 아닌 ‘일의 성과’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경영 전략이 숨어 있다. 직원의 출근 일수가 아니라 무엇을 성취했는가에 집중해 평가하겠다는 의도다.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우리의 유일한 규칙은 ‘넷플릭스에 이득이 되게 행동하라’는 것뿐이다. 우리의 성공 비결은 자유와 책임 문화에 있다”고 말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제너럴 일렉트릭, 드롭박스, 에버노트 등 혁신적인 글로벌 기업도 복잡한 휴가 승인 절차가 없는 무제한 휴가를 운영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는 매년 정기적으로 2주 동안의 휴가를 보낸다. 목적은 오직 ‘독서’를 위함이다. 휴가 기간이 되면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책을 읽는 데만 집중한다. 빌 게이츠는 2023년 북애리조나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내가 여러분 나이일 때는 휴가를 믿지 않았다. 주말도 믿지 않았다. 함께 일하는 이들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강도 높은 일만이 능사가 아님이 분명해졌다. 시간을 들여 관계를 발전시키고, 성공을 축하하고, 패배로부터 회복하는 시간을 가지라, 필요할 때는 휴식을 취하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필요할 때 여유를 주라”고 강연했다.

빌 게이츠는 10여 년 전부터 자신의 블로그 ‘게이츠 노트(Gates Notes)’를 통해 자신이 만난 사람들과 읽은 책들, 배우게 된 것들을 공유하고 있다. 매년 여름휴가에 읽을 책을 추천하는데 올해도 4권의 책과 1편의 TV 프로그램을 소개했다(상단 링크 참조). 국내 번역된 책으로는 데이비드 브룩스의 <사람을 안다는 것>이 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라
삶의 활기를 되찾는 진짜 ‘쉼’

“많은 현대인의 비극은 여가 시간의 부족에 있는 게 아니라 여가 시간을 즐길 줄 아는 능력이 없다는 데 있다.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보상 때문에 무언가를 하는 데 익숙해져 있고, 일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 보이며 살아왔다. 그렇기에 일 이외의 시간이 주어지면 자유로워지는 게 아니라 이내 부자연스러워지고 무질서해진다.”

<오티움> 저자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문요한 작가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연에서 가장 안 좋은 휴식은 ‘휴식 때조차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달리기, 명상 등 자신에게 맞지 않는데도 남들이 휴식할 때 좋다고 하니까 무작정 따라 하는 모습을 예로 든다. 이어 조금 더 나은 휴식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이지만, 이는 에너지를 안 쓰는 것일 뿐 에너지가 새롭게 충전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휴식은 무엇일까. 그는 ‘활동 자체가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휴식’이 진짜 쉼이라고 말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의미다.

어떤 이에게는 악기 연주가, 가죽 공예가, 뜨개질이, 봉사활동이 휴식이 될 수 있다. 문요한 작가는 진짜 쉼을 찾는 방법으로 어린 시절, 자신이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했는지 떠올려보며 휴식 시간에 그것을 시도해 보라고 권한다.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것을 하며 집중할 때, 쉼과 채움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쉼은 긍정적인 연쇄 효과를 가져온다. 나에게도 기쁨을 주지만, 그 기쁨은 타인과의 관계와 삶의 다른 영역에서도 활기를 불어넣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실행하는 능동적인 쉼은 자기 삶을 위로할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느끼게 한다. 깊이 있게 나를 성장시키는 경험을 통해 삶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좋은 쉼은 나의 세계를 축조하는 시간이다. 쉼을 통해 나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만난다. 그렇기에 ‘최고의 나’를 만나는 시간이 된다. 그것은 남들보다 잘하는 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나’를 만나는 걸 의미한다.”

문요한 작가는 쉬는 날조차 온갖 해야 할 것들에 매몰된 이들에게 자신의 내면을 기쁘게 하는 능동적인 쉼을 찾아 누리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재충전 알고리즘 도서
저자 리드 헤이스팅스
출판 알에이치코리아
저자 문요한
출판 위즈덤하우스
저자 니시다 마사키
출판 유노북스

휴식은 전환하는 연습,
회복의 기회
간단하고 작은 실천법

쉬어도 도무지 쉰 것 같지 않을 때가 있다. 워라밸을 외치며 열심히 쉬려고 노력하지만, 쉬는 동안에도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끝없는 자극을 찾다 보니 정작 휴식과는 멀어지는 이들이 많다. 직장인 대부분 ‘이 일만 끝나면 쉬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쉴 수가 없다. 일은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정신과 의사이자 수면의학 전문가인 니시다 마사키는 <쉬는 기술>이란 책에서 ‘진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가 전하는 네 가지 기술은 다음과 같다.

첫째, 머리가 쉬는 기술 – 충분히 대화할수록 충분히 수면할 수 있다! 매일 밤 수면 시간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것은 스마트폰 때문이 아니라 대화 부족 때문이다. 지칠수록 사람과 멀어지고 싶어 하지만, 하루 동안 누적된 고독감은 자기 전에 휴대전화 사용 시간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둘째, 마음이 쉬는 기술 – 일주일에 한 번만 운동해도 충분하다! 운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 또한 하나의 스트레스를 만들기 쉽다.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일주일에 한 번, 최소한의 운동을 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가벼운 산책, 줄넘기, 누워서 하는 스트레칭도 좋다.

셋째, 몸이 쉬는 기술 – 늦잠은 1시간 내, 낮잠은 30분 내로! 안 좋은 휴식 습관 중 하나가 주말에 몰아 자기다. 이는 피곤을 덜기는커녕, 수면 사이클과 생활 리듬을 흐트러뜨린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정해진 시간에 잠드는 습관이야말로 수면의 질을 높이고 잘 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넷째, 내 삶을 되찾는 기술 – 과한 책임감을 내려놓는다! 휴식은 자신을 위한 것이지만, 동료를 위해서도 쉬는 게 낫다. 지친 상태로 일하는 것보다 휴식을 취하고 전환하는 것이 업무 효율에 도움이 된다. 니시다 마사키는 계획 없이 쉬는 날을 일부러 만들고, 충전의 시간을 가지라고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