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Essay

흔들리지 않는 정직한 윤리의식,
청렴의 미학

글. 한수빈
참고도서. 정약용 <정선, 목민심서>, 국민권익위원회 <관아의 오동나무는 나라의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관직 수행 능력과 청렴함을 겸비한 관료에게 ‘청백리(淸白吏)’라는 호칭을 내리고 후손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선조들이 청백함을 칭송하고 기린 까닭은 그 주체가 오로지 스스로의 도덕적 양심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적으로는 사치를 경계하고 공적으로는 소신과 결백함을 지키는 일.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질수록, 업무에 익숙해질수록 점차 흐릿해지는 청렴의 가치를 일깨워보자.

세상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리

청렴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떠오르는 역사 속 인물 다산 정약용.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대표적인 실학자로 수령이 지켜야 할 책무와 통치 기술, 지방 통치 이념을 담은 <목민심서>를 집필했다. 그는 <목민심서> 청심(淸心)편에 ‘廉者 牧之本務 萬善之源 諸德之根 不廉而能牧者 未之有也(염자 목지본무 만선지원 제덕지근 불렴이능목자 미지유야)’라는 글을 남겼는데, ‘청렴은 관리의 기본 임무로, 모든 선의 원천이고 덕의 근본이므로 청렴하지 않고는 훌륭한 수령이 될 수 없다’라는 뜻이다. 평등하고 청렴한 경제로 불평등하고 부패한 경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는 정조에 의해 암행어사로 파견되어 수령들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인물로는 조선 건국 이래 최고의 재상이라 평가받는 황희를 들 수 있다. 태조 때부터 조선 초까지 4대에 걸쳐 영의정만 18년을 맡았던 그는 집에 비가 샐 정도로 청빈한 삶을 살았던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한번은 세종이 그의 집에 갔다가 멍석만 깐 허름한 집에 책과 된장, 고추장만 있는 것만 보고는 가슴이 뭉클해 “등이 가려울 때 멍석에 대고 비비면 시원하겠구려”라는 농담을 건넸다는 일화는 그가 얼마나 욕심 없는 삶을 살았는지 잘 보여준다. 훗날 다산 정약용조차 ‘조선조를 통틀어 청백리의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라고 했을 정도이니 공직자의 청렴함이 후대에 얼마나 큰 울림을 주는지 알 수 있다.

탁월한 전략과 리더십으로 오늘날 리더들에게 귀감이 되는 이순신 장군 역시 늘 검소하고 청렴한 삶을 살았다. 그가 전라 좌수영에 속한 발포에서 만호라는 벼슬을 할 당시, 좌수사가 거문고를 만든다며 관아의 오동나무를 베어 오라 지시하자 “좌수사가 아니라 임금님이라도 오동나무는 공적인 용도 외에 베지 못한다”고 딱 잘라 거절했다고 한다. 예산과 공용물은 공적인 용도 외에 어떠한 경우라도 사용되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자세로 손꼽힌다. 공직자는 물론 기업에 속한 이라면 어떤 작은 물건일지라도 공적인 것은 사사롭게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국립중앙박물관

청렴에도 혁신이
필요한 이유

존경받으면서 오래 존속하는 기업은 모든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일 것이다. 이를 위해 ESG경영과 지속가능성과 더불어 많은 기업과 기관에서 화두로 삼고 있는 것은 바로 ‘청렴’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시대를 관통하며 필수적으로 인정받는 가치이자 갈수록 그 중요성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건전한 국제 상거래 정착을 목표로 OECD가 주축이 되어 만든 ‘부패방지라운드(Corruption Round)’에는 OECD회원국을 포함해 34개국이 협약을 체결했고, 국내외 많은 기업이 윤리경영을 선포하거나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윤리경영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부상했다.

끊임없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며 100년 넘게 영속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윤리경영을 실천해 왔다. 1886년 설립된 미국의 제약회사 존슨앤드존슨은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것이 올바른 일일 뿐 아니라 비즈니스를 위한 길이라 믿는다. 윤리경영 지침으로는 최고의 품질 유지와 상품 가격 유지, 건전한 이익 등 고객들을 위한 것도 있지만 내부 직원들을 위한 지침 또한 잘 마련되어 있다. 직원들은 각자 의견을 개진하거나 고충을 토로하는 데 자유로워야 하며, 채용과 승진, 능력계발 등에서 기회가 균등해야 한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청결하고 안전한 근무환경까지 지침에 포함된다고 하니, 다변화된 청렴의 기준에 이보다 더 부합할 수는 없다.

무려 22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화학기업 듀폰은 어떨까. 화학기업답게 자연과 생명체를 존중하자는 이야기와 함께 과학의 힘으로 인류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을 윤리지침으로 내세웠다. 기업의 궁극적인 역할과 정체성, 책임감을 져버리지 않는 것 또한 청렴의 범주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에는 법적, 경제적, 사회적 책임을 위반하는 것과 부정부패를 청렴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했다면 현대에는 윤리원칙에 따른 경영과 조직의 핵심가치를 내재화하는 것도 수반돼야 하는 이유다.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겸비해야 할 때

청렴윤리경영은 조직이 어떤 계획을 수립하고 문화를 정착시키는 가에도 달려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개인의 윤리의식이다. 한 사람의 그릇된 행동이 조직 전체의 이미지를 해칠 뿐만 아니라 사소한 잘못이 모여 사고로 이어지는 일 또한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은행 직원의 횡령 사건이나 직장 내 갑질 사건, 나아가 많은 사상자를 낸 여러 대형 참사까지 관계자와 담당자의 올바른 윤리의식이 부족해 생긴 일이라 할 수 있다.

청렴의 ‘렴’은 청렴할 염(廉)으로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뜻하는 ‘염치’와 같은 한자를 쓴다. 수치심을 모르고 뻔뻔스러움을 뜻하는 ‘파렴치’, 염치가 없는 줄 알면서도 행하는 ‘몰염치’ 모두 같은 한자다. 이 말인즉슨 청렴함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자기 안의 양심을 마주해야 한다는 뜻이다. 2015년 개봉한 영화 <베테랑>에서는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자존심을 뜻하는 속어)가 없냐’라는 유명한 대사가 나온다. 주인공 서도철(황정민 분) 형사가 양심을 져버린 동료 형사에게 외친 한마디로 직업적 윤리의식을 함축했다. 단 한 문장으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기도 했지만 비윤리와 부정부패가 만연한 사회에서 정의를 바라는 이들에게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기에 아직까지도 회자된다. 많은 이가 깨끗한 조직과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어느 때보다 청렴윤리가 중요한 시점이다. 한전KPS는 청렴윤리경영을 선도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구성원이 동참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기본부터 바꾸려는 혁신을 감행하고 있다. 탄탄하게 쌓은 골조가 거친 풍파를 견뎌내듯 고객과 사회에 대해 지켜야 할 기본적인 도리, 깨끗하고 투명한 윤리의식을 묵묵히 지켜 나간다면 존경받으며 오래 존속하는 글로벌 기업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CJ엔터테인먼트

청렴의 ‘렴’은 청렴할 염(廉)으로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뜻하는 ‘염치’와 같은 한자를 쓴다.
수치심을 모르고 뻔뻔스러움을 뜻하는 ‘파렴치’,
염치가 없는 줄 알면서도 행하는 ‘몰염치’ 모두 같은 한자다.
이 말인즉슨 청렴함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자기 안의 양심을 마주해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