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수빈 사진. 엄태헌
드러나지 않고 숨어있는 잠재력은 일상 속 우연한 경험을 계기로 발현되기도 한다. 태어나서 케이크를 단 한 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다던 서인천사업처의 직원들도 마찬가지. 케이크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자신도 몰랐던 손재주를 유감없이 발휘한 달콤한 시간 속으로 함께 떠나보자.
짧았던 가을이 지나고 겨울의 초입에 막 들어선 어느 날, 인천 부평 케이크 공방에 한전KPS 서인천사업처 직원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체험에 참여할 이들은 전기2부의 김승용 직원, 기계2부의 박연해 직원, 기계1부의 김나영 직원, 전기1팀의 김보경 직원이다. 속한 부서와 맡은 업무가 달라 좀처럼 마주칠 일은 없지만 마음만은 늘 가까웠기에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케이크 만들기에 앞서 손부터 깨끗이 씻고 온 네 사람 앞에 각양각색의 케이크가 준비되었다. 고민 끝에 김승용 직원은 빨간색 하트 모양 케이크를, 박연해 직원은 초록색 하트 모양 케이크를, 김나영 직원과 김보경 직원은 깨끗한 흰색의 둥근 모양을 골랐다. “어제 인터넷으로 미리 시안도 찾아봤어요. 워낙 손재주가 없거든요. 하나부터 열까지 제가 직접 선택해서 꾸며야 한다고 생각하니 잘할 수 있을지 긴장돼요.” 평소에도 요리는 물론 손으로 하는 일에는 통 소질이 없다는 김보경 직원. 그래도 오늘만큼은 가족들에게 예쁜 케이크를 선물하기 위해 아껴 둔 재능을 발휘해 보기로 했다. 어울리는 짤주머니 모양까지 골랐으니 본격적으로 데코레이션을 할 차례. 아무것도 없는 빈 케이크 위, 어떤 장식을 어떻게 올릴지는 이제 오롯이 그들의 손끝에 달려 있었다.
연말을 앞둔 시점인 만큼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장식해 보기로 했다. 먼저 짤주머니를 이용해 케이크의 가장자리부터 꾸미는 네 사람. 잘못하면 크림이 한꺼번에 나올 수 있어 적당히 힘을 주는 게 관건이다. “앗! 잘못했다. 어떡하죠?” 소리의 주인공은 김나영 직원. 힘 조절을 잘못한 탓에 커다란 크림 산이 생겨버렸다. 한 땀 한 땀 수 놓듯 차분히 집중하던 나머지 세 사람도 그 모습을 보고 그만 웃음이 터졌다. “잘못된 부분은 떠서 먹는 게 어때요? 달달한 게 맛있어요!” 가장 막내인 김승용 직원이 엉뚱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하하하, 설마 아까부터 크림을 떠먹고 있던 게 그것 때문이었어요?” 분위기 메이커인 막내 덕분에 왁자하게 웃으며 만들다 보니 어느새 크림 장식이 끝났다. 이제 빈 곳을 좋아하는 토핑으로 채워 마무리하면 끝. 오늘 만든 케이크를 여자친구에게 선물할 예정인 박연해 직원은 색 조합까지 꼼꼼히 따지며 토핑 재료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내 신중하게 올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근사한 케이크를 완성했다. 체험을 앞두고 재능이 없다며 가장 걱정이 많던 그였다. “제가 시쳇말로 ‘똥손’이거든요(웃음). 근데 하다 보니 은근히 괜찮은 모양이 나온 것 같아서 뿌듯해요.” 한전KPS 가족이 되기 위해 오랫동안 취업준비를 할 때도, 입사 후 업무에 적응해 나갈 때도, 오늘처럼 잘하지 못하는 일을 만났을 때 언제나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 그게 바로 그가 가진 진정한 잠재력이었다.
“제 케이크 어때요? 진짜 잘 만들지 않았어요?” 김보경 직원이 뿌듯함을 감추지 못한다. 걱정했던 마음과 달리 멋진 결과물이 탄생했던 것이다. 특히 몰랐던 재능을 발견한 것 같아 오늘 체험이 더욱 값진 시간이었다고. 처음에 크림을 잘못 올렸던 김나영 직원과 망친 부분을 먹어서 없앤 김승용 직원 역시 야무진 손끝으로 판매해도 손색없을 듯한 완성품을 만들어 냈다. 모두 모양도 색도 가지각색이지만 한가지 공통점은 바로 케이크 위에 무한한 가능성을 펼쳤다는 사실이다. 인생도 마찬가지. 올 한해 직원들은 각자 위치에서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수도 없이 일깨웠다. 특히 신입사원인 김승용 직원과 박연해 직원은 하루라도 빨리 제 몫을 해내기 위해 바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덕분에 두 사람 다 말하지 않아도 척척 능동적으로 일을 찾아서 하는 든든한 후배로 성장했다. 입사 4년 차로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김보경 직원과 김나영 직원 역시 외국어 공부와 자격증 준비 등 미래를 위해 가진 능력을 연마하고 있다. 특히 김보경 직원은 한전KPS의 복지 중 하나인 사이버교육 지원을 톡톡히 활용한다. “매년 외국어 강의를 한가지씩 신청해서 듣고 있어요. 영어는 2년 정도 배웠고, 올해는 프랑스어를 들었어요. 내년에는 스페인어에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갈고 닦으면 언젠가 실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영화 속 슈퍼 히어로처럼 어느 날 갑자기 엄청난 힘을 깨닫고 세상을 구하는 것만이 대단한 잠재력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소소한 일상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끊임없이 발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