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Essay

또 다른 결실로
이어지는 지속의 힘

글. 한수빈
참고도서. 짐 콜린스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 게리 켈러 <원씽>

봄부터 새순을 틔우고 여름 태풍을 견디며 가을 무렵 마침내 열매를 맺은 나무는 겨울에도 생동을 지속하며 다음 해를 준비한다. 이처럼 결실 이후 또 다른 성과를 불러오는 건 다름 아닌 ‘지속하는 힘’이다. 성공은 한 번 성취했다고 해서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해야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성과,
다음 도전을 향한
징검다리

어떤 일을 통해 이뤄낸 결과를 뜻하는 성과. 우리는 어릴 때부터 크고 작은 도전을 거듭하며 성과를 이룩해 왔다. 그리고 어려운 실행 과정을 거쳤을수록 그 끝에 맛보게 되는 열매가 더욱 달콤하다는 것도 배웠다. 문제는 여기서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인생은 두 갈래로 나뉜다. ‘지금까지 고생했다’며 만족하고 그치는 사람과 이를 발판 삼아 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사람. 후자의 경우 당연히 다음 성공을 이룰 가능성이 커진다. 수익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예상치 못한 위기에 빠지느냐, 또 다른 성공을 거머쥐느냐는 성과 후의 행보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세계를 주름잡던 기업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중에는 성과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성공 블록 쌓기에 실패한 경우가 많다. 일명 ‘스타텍(StarTAC)’이라는 휴대전화로 유명했던 모토로라를 기억하는지. 1990년대 중반까지 시장 점유율이 50%에 육박하던 세계 1위 휴대폰 제조사 모토로라는 1999년 점유율이 17%까지 추락했고 결국 2011년 구글에 인수되고 말았다. 모토로라의 말로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스타텍이 흥행하던 당시, 이미 시장은 디지털 기술로의 전환을 맞이하고 있었음에도 성공에 취해 아날로그 기반을 고집했던 것이다. 한때 전 세계 필름 시장을 선도했던 코닥 역시 성공에 도취되어 변화를 게을리하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지만 브랜드 가치를 맹신한 채 필름과 인쇄사업에 중점을 두었고 그 결과 파산을 맞이한다. 세계적 경제학자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이 몰락하는 과정 중 첫 번째를 ‘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겨나는 단계’로 분석했다. 많은 기업이 성공한 뒤 능력과 장점을 과대평가하고, 발전을 게을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성과는 끝이 아니라 다음 도전을 향한 징검다리라는 것을 명심해야 하는 이유다.

성과는 끝이 아니라 다음 도전을 향한
징검다리라는 것을 명심해야 하는 이유다

지속,
가능성을 만드는 원동력

꿈과 희망을 선물하는 기업의 대명사로 통하는 월트 디즈니 컴퍼니.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일찍이 성공 가도를 달리던 그들은 디즈니랜드 건설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화면에서만 보던 미키마우스와 신데렐라가 실제로 움직이고 춤추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열광했고, 디즈니랜드는 홍콩, 일본, 파리 등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 하지만 월트 디즈니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스포츠 채널인 ESPN을 인수하고 영화, 라디오, 음악, 출판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OTT 서비스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까지 만들며 경쟁이 치열한 OTT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여행자가 현지인의 집을 빌려 생활할 수 있는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는 사업 초기 부족한 자금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고객의 니즈를 지속적으로 파악하며 끈질기게 실행하는 능력을 발휘했다. 그 결과 월 매출 5,000달러에서 5만 달러로 10배 이상 상승시켰으며, 이를 발판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다. 월트 디즈니와 에어비앤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성과를 지속하는 것은 가능성을 만드는 것과 같다. 하나를 툭 건드리면 연쇄적으로 반응하는 도미노는 각각 일정한 양의 잠재적 에너지를 갖고 있다. 이는 더 많이 세울수록 더 많은 잠재 에너지를 축적하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투자개발 회사 켈러 윌리엄스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게리 켈러는 저서 <원씽>에서 남다른 성과를 얻고 싶다면 이 ‘도미노 효과’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훌륭한 성공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봇물 터지듯 발산된 잠재력은 성공 위에 성공을 쌓는다. 더 많이 세울수록, 더 많은 잠재 에너지를 축적해 갈수록 큰 도미노를 쓰러뜨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골에 도달하는 시간도 빨라진다. 그러니 성과를 얻고 싶다면 지속해서 도미노 세우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성과를 얻고 싶다면
지속해서 도미노 세우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끈기,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이라 불리는 스페인의 북서쪽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약 800km의 도보길에는 1년에 27만 명 이상이 걷기 위해 모여든다. 그들의 목적은 종교적 이유 외에도 건강이나 마음의 안정 등 다양하지만 목표는 단 하나, 완주에 성공하는 것이다. 성인 걸음 기준 하루에 20~35km, 6~7시간을 걸었을 때 약 한 달이 넘는 기간이 소요된다. 순례자들은 무거운 배낭을 메고 바닷가를 지나기도 하고, 언덕을 넘기도 하며 험난한 길을 매일 조금씩 걷는다. 저녁마다 발가락 물집을 터트리고 소독약을 발라야 하지만 ‘오늘의 성공’을 치하하며 뿌듯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든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모여 마침내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도착하면 완주를 증명하는 순례증명서를 받게 된다. 지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지속한 사람만 받을 수 있는 성공 증서다.

삶과 일도 마찬가지다. 성과를 쌓는 것도,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도 어찌 보면 멈추지 않고 지속하는 끈기에 달려있다. 팬데믹 이후 각종 매체에는 ‘루틴’의 중요성을 다루는 콘텐츠가 쏟아졌다. 루틴이란 평정심을 유지하고, 이로 인해 최상의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을 뜻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반복해서 지속하는 것’에 있다. 매일 실행과 성취를 하나씩 늘려가는 루틴이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집단일수록 더 빛을 발한다. 구성원 개개인의 노력과 성장이 모여 팀의 성과를 만들고, 나아가 회사의 지속가능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명징한 사실이다.

수많은 계획과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매년 이맘때면 열매를 수확하듯 성과를 마무리하며 노고를 치하하기 바쁠 것이다. 과거를 돌아보고 현실에 감사하는 자세도 물론 중요하다. 다만 지금의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다음 세대를 준비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성공으로 가는 진정한 정도(正道)라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