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 KPS 클래스

터프팅 공예 체험
‘탕탕’ 집중하여 완성하는 나만의 작품

글. 박향아   사진. 엄태헌

(왼쪽부터) 고결 주임, 전성근 직원, 장석희 주임, 신민욱 주임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한 상반기를 보낸 직원들이, 한 단계 도약할 하반기를 위해 잠깐의 ‘쉼표’를 갖기로 했다. 탕탕탕 경쾌한 리듬에 맞춰 색색의 털실을 수놓는 ‘몰입의 시간’. 4명의 직원들의 터프팅 공예 도전기를 소개한다.

‘탕탕’ 색색의 실을 심다

터프팅의 터프(Tuft)는 ‘다발’이라는 뜻. 그러니까 터프팅은 여러 가닥의 털실이 합쳐진 다발을 천으로 된 캔버스에 심는 직조 기법을 일컫는다. 초등학생 시절 한 번쯤은 해봤을 ‘스킬 자수’를 떠올려 보면 쉽다. 바늘에 실을 꿰어 한땀 한땀 수놓는 것이 ‘스킬 자수’라면, 터프팅은 터프팅 건을 활용해 재봉틀처럼 실 다발을 심는 방식이다. ‘탕탕탕’ 터프팅 건을 쏘면 앞면이 아니라 뒷면에 몽글몽글 털실이 올라오는데, 총을 쏘듯 실을 심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쾌감이 제법 짜릿하다.

터프팅은 원하는 도안을 하얀 캔버스 위에 옮기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귀여운 캐릭터를 좋아하는 고결 주임은 곰돌이 모양, ‘심플 이즈 베스트’라고 생각한다는 장석희 주임은 물결 무늬의 거울을 만들기로 했다. 미니 러그를 만들기로 한 신민욱 주임이 선택한 도안은 말랑말랑한 고양이 발바닥, 여자친구를 위한 선물을 만들 예정인 전성근 직원은 평소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꽃을 선택했다.

각자의 도안을 더욱 돋보이게 해줄 실의 색상을 고르고 터프팅 건 사용법까지 배웠으니, 이제 모든 준비 완료. ‘탕탕탕’ 경쾌한 소리와 함께 색색의 털실이 하얀 캔버스 위를 촘촘히 심기기 시작했다.

여자친구를 위한 선물을 만들 예정인
전성근 직원은 평소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꽃을 선택했다

여름휴가 끝,
다시 몰입의 시간

손으로는 색색의 실을 수놓는 와중에도 ‘수다 타임’은 포기할 수 없는 법. 고결, 장석희 주임은 최근 여름휴가로 다녀온 스페인 자랑에 여념이 없다.

“입사 첫해에는 업무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고, 2년 차가 되면서는 코로나로 인해 하늘길이 막혔거든요. 그래서 해외로 휴가를 떠난 게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와인을 마시던 스페인의 밤 풍경을 잊을 수가 없어요. 입사 후 5년 동안 열심히 달려온 저를 위한 선물 같은 밤이었죠.”

먼저 스페인에 다녀온 고결 주임의 여행 팁 덕분에 맛집을 찾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는 장석희 주임에게도 스페인 여행은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처음 가본 스페인, 새로운 공간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이방인’으로 보내는 시간이 묘하게 좋았어요. 3년 전 첫 출근날이 생각나기도 했고요. 떨리는 마음으로 정장을 입고 출근해 동기들과 인사를 다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스페인의 아름다운 풍경과 여유로운 시간을 에너지 삼아, 이제는 각자의 업무에 몰입할 시간. 두 사람은 하반기에 있을 ‘사업소 행사’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낼 예정이다.

“코로나로 인해 축소됐던 체육대회가 이번에는 대규모로 진행되거든요.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멋진 행사를 만들 수 있도록 열심히 고민하고 치열하게 준비해 보겠습니다.”

해외로 휴가를 떠난 게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와인을 마시던 스페인의 밤 풍경을
잊을 수가 없어요. 입사 후 5년 동안 열심히 달려온 저를 위한 선물 같은 밤이었죠

원자력 발전소 정비 때 물속에 들어가서
게이트를 막는 작업을 하는데,
물속에서는 어떤 돌발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작업에 몰입해야
하거든요. 자칫 집중이 깨지게 되면
나의 안전은 물론 정비의 안정성까지
헤치게 되기 때문에, 일터에서는 늘 몰입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한 단계 도약할 하반기를 위한 즐거운 몰입

멋진 추억으로 남은 여름휴가와 열심히 채워나갈 하반기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니, 비어 있는 캔버스가 털실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이제 서로 다른 길이의 털실을 가위로 가지런히 다듬어 줄 차례. 자칫 집중이 깨지면 ‘땜빵’이 생기기 때문에 고도의 몰입이 필요한 시간이다.

얼마나 집중해서 다듬느냐에 따라서 완성본의 퀄리티가 달라지는 것 같다는 신민욱 주임은 집중력을 요하는 잠수 업무를 맡고 있는 만큼 가위질도 잘해낼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선보였다.

“원자력 발전소 정비 때 물속에 들어가서 게이트를 막는 작업을 하는데, 물속에서는 어떤 돌발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작업에 몰입해야 하거든요. 자칫 집중이 깨지게 되면 나의 안전은 물론 정비의 안정성까지 헤치게 되기 때문에, 일터에서는 늘 몰입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캔버스에 털실을 수놓고, 세심한 손길로 다듬어서 ‘꽃 모양의 러그’를 완성한 전성근 직원은 올 여름휴가를 내년으로 미뤘다.

“내년 3월에 결혼을 하거든요. 멋진 신혼여행을 위해 올해는 긴축재정을 하며 업무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퇴근 후 자격증 공부, 운동 등을 통해 자기 개발도 열심히 할 거고요. 오늘 만든 러그는 여자친구에게 선물할 생각인데, 조금 어설픈 모양이긴 하지만 제가 한땀 한땀 만든 거라는 걸 알면 분명 기뻐하겠죠?”

공간을 가득 채웠던 타프건의 경쾌한 리듬에 이어 사각사각 가위 소리가 더해지더니, 어느새 각양각색의 ‘터프팅 작품’이 완성됐다. 오늘 경험한 ‘즐거운 몰입’이 하반기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