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유선 사진. 이성원 장소제공. 메리센트
향기는 단순한 체취를 넘어 한 사람의 말투, 습관, 인격 등을 표현하는 말로도 쓰인다. 무색무취였던 우리는 끊임없는 배움과 성장을 통해 ‘향기로운 사람’에 이르려 한다. 지난해 여름 입사한 4명의 신입사원 역시 바지런히 자신들만의 향기를 채워가는 중이다. 모처럼 겨울햇살이 따스했던 날 이들은 잠시 사무실을 벗어나 또 다른 나만의 향기를 만들어본다.
사람보다 먼저 웃음소리가 도착한다. 문밖에서 들려오는 신입사원들의 웃음소리가 벌써부터 정겹다. 나주시에 위치한 석고방향제 체험공방 메리센트에 들어선 네 사람은 2022년
여름 입사한 동기들로 회사생활은 반년을 갓 넘겼다. 때문에 이건민 사원은 한전KPS 일원이 된 사실이 여전히 꿈만 같다.
“나주혁신도시 공사가 한창일 때 건설 관련 일을 하시는 아버지를 도와드리려 몇 번 와본 적이 있습니다. 올 때마다 발전하는 도시를 보며 ‘나도 이곳에서 일해보고 싶다’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죠. 특히 제가 건설현장 아르바이트를 많이 한 터라 현장업무가 많은 한전KPS에서 일해 보면 어떨까 잠깐 상상해봤어요. 그런데 한전KPS 직원이 되다니 정말
신기한 인연인 것 같아요.”
손꼽아 바라던 회사에 입사한 만큼 신입사원들은 부지런히 적응하려 고군분투 중이다. 그런 이들 위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마련했다. 메리센트 김해리 대표는 이날 만들어볼
석고방향제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 후 가장 먼저 원하는 모양과 향을 선택하게 한다. 개성 뚜렷한 MZ세대답게 네 사람이 고른 모양과 향기는 제각각이다. 부서원들 덕분에 많이
웃으며 회사생활을 한다는 정승혁 사원은 자연스레 스마일 모양에 손이 간다.
“사회생활에서 인간관계가 제일 어렵다고들 말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입사 후 제일 좋았던 부분이 인간관계입니다. 부서 선배님들과 좋은 추억이 많이 생겼어요. 이번 겨울에도
첫눈 오는 날 회식을 했는데 무척 즐거웠어요. 특히 선배님들과 요즘 유행하는 인생네컷을 찍었던 일이 기억에 남아요. 그날 찍은 사진을 자리에 두고 자주 보는데 그때마다 좋은
분들과 일하고 있어 참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석고반죽을 배합해 모양을 굳혀볼 차례. 석고가루와 물을 더했다 덜었다 수차례 반복하고, 반죽을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틀에 붓는 손길에 긴장한 기색이 엿보인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만큼 네 사람의 일상에도 불쑥불쑥 긴장이 찾아들겠지만, 하루하루 실수를 덜고 실력을 채우며 스스로의 역할을 굳혀가는 중이다. 정초원 사원은 그 과정에서
무척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일이나 성과보다 중요한 건 사람이라는 것을 매순간 느껴요. 함께하는 선배님들은 업무를 넘어 삶의 멘토로 다가옵니다. 얼마 전에도 생각대로 일이 안 풀려 눈물이 핑 돌 만큼
힘든 순간이 있었어요. 그때 같은 부서 선배님들이 차분하게 방향을 안내해주셨죠. 덕분에 문제도 해결하고 ‘하면 된다’는 자신감까지 얻었습니다.”
회사생활 중 가장 큰 수확은 ‘사람’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네 사람은 어느덧 크고 작은 성취를 이루며 난생 처음 느껴보는 환희도 경험하고 있다. 김지예 사원에게 얼마 전
부서에서 실시한 윤리인권주간행사는 평생 기억될 순간으로 새겨졌다.
“행사기간에 진행할 프로젝트 중 하나를 제가 맡게 됐어요. 혼자 오롯이 계획을 세우고 과정을 준비하며 마무리까지 해본 첫 임무였죠. 행사가 끝나고 부장님께서 “고생했다”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한마디에서 인정, 위로, 격려가 모두 느껴져 가슴이 벅찼습니다.”
어느새 단단하게 굳은 모양에 마지막으로 색과 향을 입힌다. 오랜만에 붓을 잡으니 학창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는 네 사람은 어느 때보다 조심스레 색을 칠한다. 그러나 살금살금
붓질도 잠시, 시간이 흐를수록 요령과 속도가 생겨나고 이내 나만의 석고방향제가 완성된다. 양손에 완성작을 들고 해사하게 바라보는 정승혁 사원은 “석고방향제를 만드는 과정이
단순한 듯 보이지만 얼마나 세심하게 작업하느냐에 따라 완성도가 달라지는 것 같다”며 “가끔 반복적인 업무를 기계적으로 처리할 때가 있는데, 새해에는 작은 부분까지 세세하게
살피고 더 효율적인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말한다. 정초원 사원 역시 “까다롭고 힘든 과정이라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완성에 이를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며 “새해에는 보다 긍정적이고 기운 넘치는 한해를 보낼 것”이라고 다짐을 전한다.
이들이 한층 더 믿음직한 것은 한 해의 다짐을 넘어 미래의 모습까지 그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출근 첫날 온몸이 땀에 젖어 퇴근했을 만큼 심하게 긴장했다던 이건민 사원.
하지만 지금 그는 “제가 맡은 일을 잘하는 것만큼 주위도 잘 살필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며 의젓한 포부를 들려준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입사 6개월이 지났다는
김지예 사원은 “제가 선배님들에게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처럼 앞으로 입사할 후배들에게 멋진 선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밝힌다.
형체도 없던 석고가루는 물과 어우러지고, 시간 속에서 굳어지며, 정성스레 색과 향을 입은 후에야 비로소 방향제로 재탄생한다. 신입사원들이 가야 할 길도 이처럼 여러 단계가
기다릴 것이다. 하지만 지혜로운 네 사람은 소망하는 미래를 위해 매 단계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치열하게 넘어설 것이다. 더 깊고 짙어질 그들의 향기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