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향아 사진. 조병우
올림픽은 꿈의 무대다. 전 세계에서 모인 선수들이 꿈을 향해 질주하는 뜨거운 축제의 현장. ‘2024 파리패럴림픽’에서 누구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낸 강선희 선수가, 땀과 노력이 담긴 메달을 목에 걸고 한전KPS 본사를 찾았다. “한전KPS 임직원들의 응원이 있어 멋진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는 강선희 선수. 영웅의 멋진 귀환이다.
10월 2일 오후, 한전KPS 본사에서 ‘2024 파리패럴림픽 보치아 종목에서 은메달(혼성 페어)과 동메달(여자 단식)을 획득한 강선희 선수를 위한 환영식 및 격려금 전달식이 진행됐다. 행사장에는 한전KPS 김홍연 사장과 경영관리본부 조영래 부사장, 박철승 인사혁신처장, 광주광역시 장애인체육회 김현성
사무처장, 광주광역시의회 김용임 의원 등이 멋진 승부를 펼친 강선희 선수를 축하하기 위해 참석했다.
파리패럴림픽에 참가하기까지 흘린 강선희 선수의 땀과 노력, 패럴림픽에서의 감동적인 경기 장면을 다시 보는 것으로 행사가 시작됐다. 혼합 페어 결승전에서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지만, 상대 선수를 향해 진심 어린 축하를 보내는 모습,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를 확정 짓고 크게 환호하는 강선희
선수의 모습은 몇 번을 봐도 짜릿하고 감동적이다.
이후 진행된 전달식에서는 2024 파리패럴림픽에서 대한민국과 한전KPS의 이름을 널리 알린 강선희 선수에게 격려금과 지원 물품 등을 전달했다.
한전KPS 김홍연 사장은 축사를 통해 “패럴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대회가 아니라, 인내와 용기, 그리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달하는 축제이며 그 중심에 강선희 선수가 있음을 한전KPS 임직원 모두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강선희 선수에게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아울러 “오늘 전달하는 격려금은 강선희 선수가 그동안 흘린 땀방울과 성취를 인정하고, 앞으로의 여정에 힘을 보태기 위한 작은 마음”이라고 밝히며, “강선희 선수가 쏟은 열정과 노력의 결과는 단순히 개인의 성취를 넘어, 우리 사회가 장애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강선희 선수에게 패럴림픽은 오랜 꿈이었다. 보치아 운동을 시작하고 8년 동안 ‘국가대표’가 되어 올림픽에 참가하는 순간을 꿈꿔왔고,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참가한 생애 첫 올림픽은 매 순간이 감동이었다. 시상대 위에서 애국가를 듣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패럴림픽을 준비하며 정말 철저하게 훈련했습니다. 기술, 전략, 체력을 모두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특히 멘탈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저 스스로 세계 최고라고 생각하고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지난해부터 한전KPS 소속으로 뛰게 된 것도, 강선희 선수에게는 큰 전환점이 됐다. 보치아를 시작한 후부터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 강 선수에게 여러 실업팀에서 이적 제의를 했었다. 국내 랭킹 2, 3, 4위 선수가 모두 실업팀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경기를 뛸 때도, 랭킹 1위인 강 선수는
‘광주시장애인체육회’ 소속으로 활동했다. 지역의 실업팀에서 뛰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지만, ‘나도 어딘가에 소속되어 안정적인 환경에서 훈련하고 싶다’는 갈망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때 한전KPS의 감사한 제안으로 계약을 하게 되었고, 이는 제게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안정적인 급여와 소속감을 통해 경제적 걱정 없이 훈련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고, ‘든든한 서포터’가 있다는 사실은 심리적인 안정감도 주었습니다. 패럴림픽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 중요한 힘이 된 것은
물론이고요. 오늘도 본사에 들어오자마자, LED 전광판에 걸린 제 사진과 환영 인사말을 봤는데요. ‘이분들이 패럴림픽 때도 나를 응원해 주셨구나’하는 생각에 감동과 감사가 교차했답니다.”
속도와 화려함으로 승부하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보치아는 뛰어난 전략과 집중력으로 신중하게 공을 굴려야 하는 스포츠다. 공을 던질 목표를 설정하고 의도한 방향대로 공이 정확히 도달했을 때의 희열과 성취감. 강선희 선수가 8년째 보치아와 동행하는 이유다.
“사고 후 신체 활동을 위해 생활체육으로 탁구를 시작했어요. 동료 선수들이 패럴림픽에서 멋진 승부를 펼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스포츠로 큰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중증장애인으로 선택할 수 있는 스포츠는 많지 않았죠. 그러던 중 사회복지사 현장 실습을 위해 방문한 장애인
자립센터에서 보치아를 처음 접했습니다. 뛰어난 전략과 전술을 세울 수 있다면, 보조 선수와 함께 얼마든지 도전 해볼 수 있겠다 싶었어요.”
스포츠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 강선희 선수. 그렇게 보치아는 강 선수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이 되어주었고, ‘국가대표가 되어 국위를 선양하고 싶다’는 꿈도 갖게 됐다.
‘국가대표’가 되어 꿈을 이루기까지 걸린 8년의 세월. 그 시간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했던 국가대표 선발전은 좌절과 도전의 무한한 반복이었다. 특히 서로의 호흡이 중요한 경기 보조 선수가 바뀌었을 때는 ‘꿈을 향한 여정을 멈춰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 만큼 힘들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남편이 보조 선수로 함께했지만, 첫 국제 대회를 3일 앞두고 갑자기 건강에 문제가 생겨 경기에 불참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함께 훈련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보치아를 그만둘까 고민했지만, 그동안 쏟은 노력과 병상에서 회복 중인 남편을 위해 국가대표가 꼭 돼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이후 이번 패럴림픽에서 함께한 박세열 선수를 만나 함께 훈련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주변의 따뜻한 지지가 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패럴림픽 국가대표’라는 첫 번째 목표를 멋지게 완수한 강선희 선수는 이미 다음 목표를 향한 레이스를 시작했다. 휠체어 위에서 훈련하며 보낸 무수히 많은 시간, 그 시간을 함께 버텨준 소중한 동료, 그리고 묵묵히 믿고 응원 해준 소중한 가족과 많은 사람들. 이 모든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낸
패럴림픽 메달임을 알기에, 기쁨만큼 책임감도 크다.
“앞으로의 목표는 다음 패럴림픽에서 더 높은 성과를 거두는 것입니다. 특히 금메달을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더욱 철저히 준비할 계획입니다. 계획을 향해 나아가는 걸음에 여러분의 격려와 믿음이 큰 힘과 원동력이 됩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모습으로 여러분의 기대에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헬스트레이너를 꿈꾸던 학생 시절, 선희 누나가 “졸업하고 나랑 같이 보치아 안 할래?”라는 제안을 했죠. 오랜 고민 끝에 승낙했고, 이후로 6년 동안 최고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날의 선택이 저는 물론이고 누나에게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도록 말이죠. 이번 패럴림픽이 누나에게 얼마나 중요한 무대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어요. 누나의 실력을 믿었기에, 경기 전 “누나가 최고야”라는 말로 자신감을 심어주었죠. 금메달을 놓친 것은 아쉽지만, 이번 패럴림픽에서 누구보다 멋진 승부를 펼쳤다고 생각해요. 이제 시작입니다. 앞으로도 누나의 손과 발이 되어 함께 뛰면서,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박세열 경기 보조 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