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향아 사진. 이성원
소설 <향수>에는 ‘향을 다스릴 줄 안다는 것은 삶의 여유를 즐길 줄 아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나만의 이야기가 담긴 향을 고르고 그 향으로 일상을 채우는 것은, 우리 삶을 여유롭고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다. 싱그러운 여름날, 나만의 향을 찾기 위해 공방을 찾은 한빛1사업처 네 명의 직원. ‘기분 좋은 향기’로 기억될 특별한 하루를 살짝 엿보았다.
한빛1사업처의 송재학 주임과 박준후 직원, 오성민 직원, 이어령 직원이 나만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공방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코끝을 스치는 달콤한 향기에 긴장이 스르르 풀린다. 각자의 목표에 집중하며 달려온 상반기를 지나서 2024년의 반환점을 돈 시점. 향기로운 공간에서 보내는 하루는 열심히 달려온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자, 하반기를 알차게 채워가기 위한 ‘쉼표’다.
‘나만의 향수 만들기’는 다양한 향을 직접 맡아보는 ‘시향’에서부터 시작된다. 테이블 위에 놓인 다양한 조향 베이스 중 원하는 향을 선택해야 하는데,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는 향료 중에서 ‘나만의 향’을 택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이렇게 다양한 향을 맡아보는 게 처음이에요. 이 향을 맡으면 이게 좋고, 또 다른 향을 맡으면 그 향이 좋고, 그렇게 계속 향을 맡다 보니 어느 향이 가장 좋았는지 기억이 안 나고··· (웃음).”
박준후 직원은 수십 개의 향을 처음부터 다시 시향하며, 인상 깊은 향을 꼼꼼하게 메모하는 중이다. 세상에서 가장 기분 좋은 향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다.
“여자 친구를 처음 만났던 때가 오늘처럼 하늘이 맑은 여름날이었는데요. 첫 만남부터 대화가 끊이지 않을 만큼 서로 잘 맞았죠. 같이 있는 사람에게 기분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 그런 여자 친구를 처음 만났던 여름날을 닮은 향수를 만들 생각입니다.”
향수를 좋아해서 길을 걷다 향수 공방이 있으면 꼭 들어가 본다는 이어령 직원은 빠르게 3가지 향을 선택했다. 평소 선호하는 향이 분명한 만큼, 선택이 수월했던 모양이다.
평소 달콤한 과일 향을 좋아한다는 그는, 달콤한 과일 향에 싱그러운 바다 내음을 더한 향을 골랐다. 코끝을 스칠 때마다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 느껴지는 향. 이어령 직원은 직접 조향한 첫 번째 향수에 ‘Deep blue sea’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2023년 가을, 합격 통지를 받고 첫 출근을 하던 날 버스에서 봤던 풍경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혹시나 늦을까 봐 새벽 일찍 집을 나서서 버스를 탔는데, 회사에 가까워지면서 창문 너머로 푸른 바다가 펼쳐지더라고요. 바다를 보면서 ‘과연 잘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은 사라지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성장하는
사람이 되어야지’하는 마음이 들면서 가슴이 두근거렸죠. 그날의 두근거림을 향수에 담았으니, 이 향을 맡을 때마다 그날의 초심이 떠오르지 않을까요?”
수월하게 자신만의 향을 담아낸 이어령 직원과 달리, 오성민 직원은 여전히 선택이 어렵다. 선택이 어려울 때는 본능에 솔직해지는 것이 최선이다. 코끝을 스치는 순간 본능적으로 ‘좋다’라고 느껴지는 것을 고르면 후회가 없는 법. 오랜 고민 끝에 오성민 직원이 선택한 향은 묵직하면서도 편안한 향이다.
“지난해 9월에 입사했으니, 아직은 무(無)향이 아닐까요? 선배님들을 보며 배우고 실력을 쌓아가면서, 저만의 색과 향을 만들어가야죠. 이왕이면 누구에게나 신뢰와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향을 선택했습니다. ”
무(無)라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지금은 그 가능성을 하나씩 찾아가는 시기. ‘오성민이 용접한 것은 빈틈없이 단단하다’는 신뢰를 쌓겠다는 각오가 담긴 묵직한 향. 그래서 오성민 직원이 만든 향수의 이름은, 어떤 공격에도 뚫리지 않는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에 사용된 가상의
물질 ‘비브라늄’이다.
가장 마지막까지 신중하게 향을 고른 송재학 주임은, 때와 장소는 물론 그날 날씨에 따라 향수를 선택할 정도로 ‘향’을 사랑하는 남자다.
“어느 날 길을 걷다가 뒤돌아보게 하는 인상 깊은 향을 경험했어요. ‘향을 통해 누군가에게 나를 인식시킬 수도 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꾸준히 향수를 모으고 있는데요. 다양한 향수가 있지만, 조금씩은 부족한 느낌이었거든요. 오늘은 100% 마음에 드는 향수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에 선택이 늦어지네요.”
타인에게 나를 각인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인 만큼, 나만의 특별한 향을 갖고 싶다는 욕심은 자연스러운 일일 터. 송재학 주임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우직한 나무 향이 느껴지는 향수를 완성했다. 업무상 중요한 출장을 가게 될 때마다 애용하게 될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향수다.
“향수 이름은 ‘슈퍼 이끌림’이라고 지었어요. 출장을 자주 다니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는데요.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나를 각인시킬 수 있는 저만의 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상대가 이 향을 떠올렸을 때, ‘맡겨진 일은 반드시 책임지는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기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오늘 네 사람이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향수는, 며칠 간의 숙성 기간을 거쳐야 각각의 향이 조화를 이뤄 깊은 향을 낼 수 있게 된다. 시간이 쌓일수록 깊어지는 향처럼, 네 명의 직원들도 자신만의 멋진 향을 더해나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