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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감독하는 인간
호모 프롬프트

글. 김우정(벡터그룹 한국지사 수석 컨설턴트)

인공지능은 이제 복잡한 프롬프트를 해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내러티브를 구성해 놀라운 결과물까지 만들어 낸다. 이를 위해 모든 인간은 검색창에 자신이 원하는 명령어를 입력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명확한 결괏값을 낼 수 있도록 정교하고 정확하게 말이다. 앞으로 우리의 업무는 대부분 인공지능을 감독하는 일로 바뀔 것이고 업무 효율은 곧 우리가 입력하는 명령값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영화처럼 바뀐 생성 인공지능의 시대

2022년 12월 생성형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후, 매일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이 쏟아지고 있다. 덕분에 많은 직장인들에게 인공지능은 업무에 유용한 도구이자, 일자리를 빼앗아 갈 수 있는 경쟁자가 됐다.

지난 5월 13일, 오픈AI가 발표한 보고 듣고 말하는 인공지능 ChatGPT-4o는 그런 점에서 또 한 번 우리를 놀라게 했다. ChatGPT-4o는 영화 <그녀(Her)>의 인공지능 ‘사만다’와 영화 <아이언맨>의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를 현실에 옮겨놓은 듯 정교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의 진화 속도보다 빠른 인공지능의 발전 앞에 인류는 새로운 자질을 요구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호모 프롬프트(Homo Promptus)다. 인간을 의미하는 ‘호모(Homo)’와 사용자의 지시와 명령어를 뜻하는 ‘프롬프트(Promptus)’를 합친 말로, 인공지능을 능숙하게 다루는 인간의 능력을 강조하는 신조어다.

대부분의 업무를 인공지능으로 처리하는 시대를 눈앞에 둔 지금, 호모 프롬프트가 대두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가 경험하고 사용할 기술이 이전의 것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2차 산업 혁명 이후 과학기술의 발달은 생산 가동을 돕는 공장형 기술이 주를 이뤘다. 첨단 시스템의 등장은 대부분 육체적 노동을 대체했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한 시대의 기술은 무려 인간의 고유 능력이라고 자부하던 ‘지능’을 언급하고 있다.

때문에 인간은 프롬프트에 능숙한 관리자가 돼야 한다. 인공지능이 처리할 수 있도록 명령어를 입력하고, 진행의 모든 과정을 통솔하는 책임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 그것이 바로 호모 프롬프트다.

호모 프롬프트,
인공지능을
감독하는 인간

인공지능을 배우에, 우리의 역할을 영화감독에 비유해 보면 이해가 쉽다. 영화감독은 하나의 비전을 가지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요소를 통합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 감독은 편집, 음악, 미술, 조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한다.

감독과 함께 일하는 전문가들은 감독의 비전을 구체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지금의 인공지능에 비유한다면 편집 감독은 ‘Runway’가 음악 감독은 ‘Udio’가 미술 감독은 ‘Dall-E’가 맡게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인간은 전체적인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고, 인공지능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적인 작업을 수행한다. 인공지능은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솔루션을 제안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콘텐츠의 생성과 디자인, 사용자 경험 향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이 요구하는 목적을 실현하는 데 기여한다. 그러나 최종적인 결정과 창의적인 방향 설정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인간은 영화감독처럼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결정을 내리고, 전체적인 목적을 유지하며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협력은 인공지능의 기술적 능력과 인간의 창의적 사고가 결합할 때,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직장인에게 필요한 인공지능 활용법

이를 위해 직장인들은 인공지능과 대화하는 기술 ‘프롬프팅(Prompting)’을 습득해야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이 프롬프팅하는 기술을 ‘프롬프트 스토리텔링’이라고 한다. 프롬프트 스토리텔링 훈련에서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

먼저 기존 검색 엔진을 대하던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키워드형 검색어다. 인공지능은 엔진이 아니라 지능이다. 단어가 아니라 문장을 입력해야 하고, 대화를 나누는 이야기의 구조로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오늘 날씨”라는 검색 입력어와 “나는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쌍문동에 살고 있어. 오늘 우리 동네의 날씨에 대해 시간대별로 알려줘”라는 프롬프팅의 결괏값은 다르다.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생각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기계가 아닌 인간과 대화하는 태도를 지녀야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다.

다음으로는 텍스트를 쓰면서 가상의 이미지를 떠올리거나 인물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영어 문법 알려줘”가 아니라 “너는 나의 영어 선생님이야. 하지만 직장 동료인 제니의 캐릭터로 나와 대화할 거야. 제니는 외향적인 30대 여성으로 어렵지 않은 단어만 사용해서 묻고 대답하는 인물이야. 또한 인문학적 소양이 넓어 대화의 주제를 다양하게 끌어 내. 지금부터 제니가 돼 점심을 먹는다고 가정하고 질문을 던지며 내가 답하는 문법의 오류를 교정해 줘”가 더 나은 프롬프팅이다.

우수한 답변을 이끄는 것은 똑똑한 질문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인공지능을 다루는 능력은 딥러닝과 머신러닝을 프로그램적으로 배우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호모 프롬프트는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능력과 동시에 역사와 철학, 법학, 언어학,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이해하고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인공지능이 내놓은 결과물이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명령어를 입력하는 인간 호모 프롬프트는 통찰력을 지녀야 한다. 통찰력은 직관에 근거한 인간의 사고법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통찰하는 능력을 말한다. 인공지능이 체계적인 사고법(Systematic)을 사용해 논리적인 오류를 걸러낸다면 인간은 인공지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통찰력 있는 질문 또는 명령어를 입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보다 나은 결괏값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은 끝이 없고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위기의 순간은 기회의 계기가 되듯 막연하게 생각한 인공지능의 시대는 발전과 혁신의 도움닫기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에게 어떠한 방향의 질문을 어떻게 던질지, 또 그 답변을 우리의 삶에 어떤 식으로 적용할지 중요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