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들 > 라떼 이야기

꿈을 펼칠 무대는 넓다!
해외사업의 확산을 기원하며


글. 해외발전사업처 김인헌 前처장

한 가지 기술에 통달할 만큼 전념하고 작은 부분까지 심혈을 기울이는 정신을 일컫는 장인 정신이 귀한 시대다. 때문에 오랜 시간 한전KPS에 몸담으며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한, 그야말로 장인 정신을 선보인 선배들의 이야기는 타의 귀감이 된다. 해외발전사업처에서 오랫동안 업무하며 활약했던 김인헌 前처장의 이야기를 통해 업무 몰입의 즐거움과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본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성장의 시간

나에게 우리 회사, 한전KPS는 단순한 직장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1985년에 입사해 2019년 정년퇴직을 하기까지, 34년이라는 세월을 동고동락한 소중한 동반자이자, 꿈을 펼칠 수 있었던 든든한 울타리였기 때문이다. 특히 재직 기간 중 16년을 근무했던 해외사업처는 세계 무대에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깊은 애정이 남아 있다.

해외사업처와의 인연은 시간을 거슬러 회사에 입사했던 1985년에 시작됐다. 입사하자마자 발령받은 해외사업처는 매우 분주했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전력청으로부터 사우디주베일 공업단지 지역의 해수 냉각설비 유지보수(SWCS:Sea Water Cooling System) 사업을 수주하면서 인력과 각종 장비, 자재를 현지에 송출하는 일로 많이 바쁠 수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덕분에 부서에는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에이스라 불리는 선배들이 많았다. 밤과 낮, 평일과 휴일도 가리지 않고 업무에 집중하는 선배들의 모습에 하루라도 빨리 업무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조급함이 들었다. 나와 함께 입사한 동기들은 적응을 위해 전동 타자기와 텔렉스(무선인쇄전신기) 등 생소한 기기의 사용법을 배우고 해외 업무에 필수인 영문 계약서 번역 업무를 익혀나갔다. 그렇게 단순한 업무에서 점차 인력 송출을 위한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비자 발급과 문서 공증 외에도 은행과 공항에서 처리해야 하는 업무로 분야를 늘려갔다. 그야말로 차곡차곡 배움을 쌓아가던 시간이었다. 낯선 업무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은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이 보람차게 느껴지던 신입사원 시절의 기억은 아직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가능성이 열려있는
세계 무대

우리 회사가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시설본부였던 1980년대 초 수행한 이라크 발전설비 복구사업과 사우디주베일공업단지 유지보수 사업은 해외사업의 기반을 닦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회사는 1990년대 중반 한국전력과 함께 필리핀 말라야 화력발전소 복구사업과 현대중공업이 인도 첸나이 지역의 GRM 발전소에 납품한 디젤 발전기 운전·정비 공사(O&M)를 수행하며 본격적인 해외사업 확장에 나섰다.

해외사업의 본격적인 성과는 2000년대에 들어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필리핀,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마다가스카르, 우루과이 등 많은 나라에서 발전소 운전 정비사업은 물론 발전소 오버홀, 복구공사, 기술 용역 의뢰까지 우리 회사와 함께하고 싶어 했다. 이는 업무 역량을 성장시킬 수 있는 직원과 매출 실적을 올릴 수 있는 회사뿐 아니라 나아가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루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꼈다.

인도 GMR발전소 전경
필리핀 말라야 화력발전소 전경

리더의 소양을 배우는 방법

국내 발전사업에서 우리 회사는 주로 정비 사업을 맡고 있기 때문에 업무상 보수적으로 임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업무의 특성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주인 의식을 갖고 일한다면 업무 효율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는 해외사업소에 가면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된다. 해외에서는 발전소 운전 정비는 물론 계측제어, DCS(분산제어시스템)등 운영 업무까지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주도적으로 일하는 환경이 만들어지다 보니 개인의 역량도 늘어난다. 뿐만 아니라 사업소장 또는 팀장으로서 수많은 현지 인력을 통솔해야 되니 자연스럽게 리더십도 쌓을 수 있다. 그러니 해외사업소에 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망설이지 말고 세계 무대의 주인공이 되길 추천한다.

특히 연차가 올라갈수록 팀을 관리하는 관리자가 되어야 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이 리더십이다. 나는 감사하게도 사장님 수행비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4년간 회사 최고 경영진의 리더십과 경영관리 역량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인생에서도 업무에서도 뜻하지 않은 돌발 상황이나 극복하기 어려워 보이는 위기 상황을 만날 때가 있다. 그 돌발 상황과 위기 상황을 극복해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바로 리더십이다. 때문에 넓은 시각을 갖고 다각화해 생각해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지혜를 미리 기르는 한전KPS인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여러분의 희망이 자부심으로 이어지길

올해로 퇴직한 지 벌써 3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가끔 현역시절 현장에서 일하는 꿈을 꾼다. 주도적으로 업무에 임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며 보람을 느끼던 그때 그 시절이 그리운 까닭인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이미 퇴직한 회사에 무슨 미련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여전히 나는 한전KPS라는 이름을 들으면 가슴이 벅차고, 업무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회사 설립 40주년을 맞이하는 2024년이 다가오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불혹의 나이, 그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 동안 사명 변경과 민영화 추진, 전력 시장 구조 개편, 주식 상장 등 수많은 고난을 잘 버텨내고 여기까지 왔다. 그 굽이굽이 이어진 역사에 동참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이 글을 읽고 있을 후배들도 맡은 분야 소임을 다해 회사의 길고 긴 역사에 주역들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