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주희(여행 자유기고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오랜만에 다시 찾은 소중한 일상이 반갑기만 하다. 바쁜 일상 속 에너지 충전을 위해 반가운 쉼표를 찍어보면 어떨까? 휴가철을 맞아 상황별 맞춤 여행지를 소개한다. 나 홀로 훌쩍 떠나도, 가족, 친구와 함께 떠나도 좋은 보석 같은 여행지를 만나보자.
복잡한 머릿속을 비워내는 데 산책만큼 좋은 것이 또 있을까. 자연과 긴밀하게 호흡하는 시간을 통해 오롯이 ‘나’에게 집중해 보자. 전남 화순의 세량지는 나 홀로 산책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우거진 나무와 풀 그리고 호수의 수면이 잔잔하게 일렁거리는 회화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특히 짙은 녹음이 펼쳐지는 여름에는 자연의 생명력을 온몸으로 감각할 수 있다. 물가를 따라 호젓하게 산책하거나 전망대에 오르는 것도 좋지만, 둘레길도 추천한다. 세량지 주변으로 둘러진 약 800m의 길을 천천히 거닐며 사색을 즐길 수 있다. 곳곳에 놓인 의자에 앉아 청량한 산그늘도 누려보길. 싱그러운 녹음이 따뜻한 위로로 치환될 것이다.
세량지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생태공원도 둘러볼 만하다. 더위를 식혀주는 분수대와 정자에서 쉬어가기에 좋다.
경남 거창 우두산 자락에 위치한 거창 항노화 힐링랜드는 다양한 방법으로 힐링을 누릴 수 있도록 조성된 공간이다. 무장애길은 피톤치드 가득한 숲길로 약 1.4km 구간의 길목에 명상장, 해먹장, 쉼터 등이 자리한다. 해먹장에서는 해먹에 누워 바람과 풀, 벌레 소리를 들으며 혼자만의 명상을 즐길 수 있다. 견암폭포에서는 웅장하고 장쾌한 물줄기를 마주하면서 ‘물멍’을 만끽해볼 것. Y자형 출렁다리도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 해발 620m 자락의 세 개의 봉우리를 알파벳 Y자 모양으로 이은 산악 보도교로 총 길이 109m에 이른다. 끝 지점에 있는 전망대에서 각기 다른 각도로 기암절벽과 협곡을 바라보면 더욱 다채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거창 항노화 힐링랜드는 숲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명상, 혈액순환 촉진, 오감 자극,
스트레스 회복 등의 프로그램을
경험해 보자. 사전 예약은 필수.
올여름, 가족들과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강원도 삼척을 추천한다. 투명 카누, 스노클링, 해상 케이블카, 해양 레일바이크 등 다채로운 바다 체험이 가능하다. 특히 수심 1m 안팎의 장호해변은 파도가 잔잔해 가족 여행에 제격이다. 소박한 항구와 신비로운 기암절벽이 아름답게 조화된 장호항은 어촌 체험으로도 유명하다. 맑은 바닷속을 훤히 내다보는 스노클링부터 투명한 배 밑바닥을 통해 물고기 떼가 지나는 광경을 감상하는 투명 카누 체험 등이 가능하다. 장호해변 언덕에 위치한 장호비치캠핑장에서 캠핑을 누려도 좋다. 바로 앞에 해수욕장이 자리해 해안 풍경을 감상하며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삼척해상케이블카 장호역에서 출발해 삼척해양레일바이크 용화역까지 이르는 장호항 해안산책로를 거닐어도 좋다.
도보 여행을 통해 천혜의 자연 절경과 청정해변을 더욱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경기도 여주는 남한강의 수려한 경관을 품은 여행지다. 특히 강변을 따라 위치한 캠핑장은 가족 여행 명소로 이름나 있다. 이포보캠핑장은 남한강과 가까이 자리한 덕분에 시간대별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해 질 녘에는 붉은 노을빛이 드리운 물결을, 칠흑 같은 밤에는 돗자리에 누워 별을 감상하는 등 캠핑의 묘미를 오롯이 즐길 수 있다. 금은모래캠핑장 또한 추천 장소 중 하나. 바비큐장과 물놀이장에서 가족들과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다. 시에서 운영하는 공공시설로 가격 또한 합리적이다. 인근 강천섬에서 가족만의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거나 남한강 변에서 수상 레포츠를 체험하는 것도 좋다.
캠핑장 예약 전에는 원하는 뷰, 편의시설, 놀이터 위치 등을 미리 체크하면 좋다.
편의시설과 가까운 곳은 소음이 많이 발생하므로 프라이빗한 캠핑을 원한다면 조용한 곳을 예약하는 것도 방법.
여행에도 트렌드가 있다. 요즘은 휴식과 스포츠를 동시에 누리는 스포츠케이션(Sportscation)을 선호하는 여행객이 많은데, 올 여름 더위를 날려줄 서핑 여행은 어떨까? 파도에 몸을 맡긴 채 리드미컬하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짜릿한 쾌감이 밀려들 것이다. 서핑 명소 중 하나로 손꼽히는 부산 송정해수욕장은 서핑에 입문하는 초보자에게 알맞은 곳이다. 수심이 깊지 않고 끊임없이 파도가 밀려오는 데다 바닥이 모래로 되어있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주변에 서핑스쿨과 장비 대여 업체들이 즐비해 전문가로부터 강습을 받기에도 좋다.
송정해수욕장 외 다대포 해수욕장, 광안리, 해운대 해수욕장에서도 서핑이 가능하다.
이밖에 부산의 다양한 해수욕장에서는 윈드서핑, 요트, SUP 등의 해양 액티비티를 체험할 수 있다.
부여에서는 하늘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열기구를 체험할 수 있다. 부여는 산이 낮고, 높은 건물이 없기에 열기구 비행에 최적인 지역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열기구 자유 비행이 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금강 둔치에서 이륙해 300m 높이의 아찔한 창공을 7~8km 비행하는데, 부여 시내와 금강 줄기를 비롯해 백제의 유서 깊은 경관들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탁 트인 파노라마 뷰는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을 선사한다. 열기구 여행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시간대는 해 뜰 무렵부터 해가 뜨고 난 후 2~3시간 사이이니 참고할 것.
열기구 체험은 지역 내 벌룬 투어 업체를 이용해서 예약하면 된다. 상공에서는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여름철에도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겉옷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