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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에너지가 되어준
나의 가족같던 동료들에 대하여


글. 전력사업처 차동준 前처장

옛이야기에서 삶의 지혜를 얻었듯이, 때로는 선배들의 소소한 추억에서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전력사업처 차동준 前 처장이 들려주는 그때 그 시절의 따스한 추억을 통해 나와 동료, 선후배를 돌아보고, 함께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방법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시작은 ‘순리와 이치’ 기본에서 부터

회사 생활에 대한 옛 추억과 함께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정리해 줄 수 있겠냐는 부탁을 받고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웠던 시절을 돌아보며 설레는 마음이 드는 한편, 몇 날 며칠을 새우며 이야기해도 모자랄 그 시절의 에피소드들을 어떻게 정리해서 들려주면 좋을까 하는 기분 좋은 고민이 든 것이다.

가장 먼저 떠오른 추억은 시간을 훌쩍 거슬러 올라가 1988년 8월 여름, 입사 무렵의 일이다. 당시 동기들과 함께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유네스코 청년원에서 교육을 받았는데 당시 강사님께서 하셨던 ‘순리와 이치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어찌 보면 회사 생활을 비롯하여 인생에 가장 기본이 되는 말씀이었던 동시에 돌이켜보면 지키기 힘든 진리였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때문에 일을 할 때마다 풀리지 않는 문제나 어려운 업무와 맞닥뜨리게 되면 ‘순리와 이치’에 맞는가를 점검하게 됐고 그때마다 해결점을 찾을 수 있었다.

초심자의 열정에
영원한 장작이
되어준 동료들

신입시절은 회사 생활 중 가장 의욕을 불태우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잘 해내야겠다는 의욕이 만드는 양질의 열정을 어떻게 오래도록 잘 간직하느냐에 따라 업무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나는 그 불씨가 꺼지지 않고 탈 수 있는 배경에 기꺼이 자신의 에너지를 내어주며 서로의 장작이 되어주는 동료들이 있다고 믿는다.

나의 초심도 열정으로 가득했다. 교육 후 영동사업소에 배치되어 낯선 동네에 지낼 방을 얻기 위해 돌고 돌았던 신입 사원은 어느새 업무 현장에서 눈빛만 주고받아도 동료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낼 만큼의 시간을 쌓아 올렸고 후배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조언을 제공할 수 있는 선배로 성장했다. 그 시절 하루의 가장 긴 시간을 믿고 의지하던 동료들, 하나로 똘똘 뭉쳐 힘든 업무도 완벽히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 그들과 쌓은 시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으리라.

이후 무·유연탄과 가스터빈, 수력과 원자력, 전력계통까지 전 분야를 아우르며 근무할 때에도 늘 선배와 동료, 후배들이 든든한 가족처럼 서로에게 울타리가 되어주는 경험을 했다. 덕분에 느낄 수 있었던 사우애는 긴 시간 흔들리지 않고 일할 수 있었던 주춧돌이자 꺼지지 않는 에너지의 불꽃이 되어주었다.

인생이라는 미적분을
푸는 해법

가끔씩 ‘만약 내가 다시 신입사원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본다. 어려운 업무를 맡아도 우직하게 수행하며 후회 없는 직장 생활을 해왔지만 그럼에도 신입사원 시절 인생 계획을 세웠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때문에 후배님들에게 꼭 생각해 보라고 조언해 주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인생이라는 것이 마음 먹은대로 모든 것이 이뤄질 순 없지만 그럼에도 자기 나름의 지표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업무적인 성과와 보람도, 삶의 방향성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고등학교 3학년인 조카가 미적분 문제를 풀고 있기에 미적분을 왜 배워야 되는지 아냐고 물었더니 “미분으로 구간의 기울기를 구하고 적분으로는 구간의 면적을 구할 수 있으니까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다. 인생도 미적분이다. 어떠한 마음가짐을 갖고 무엇을 실천하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순간의 선택과 삶을 대하는 자세라는 기울기와 그 선택의 결과인 살아온 세월의 면적을 통해 현재라는 합이 나타날 것이다. 인생에 전반과 후반이 있다면 나의 인생은 이제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현재의 삶과 남은 여생은 어떤 함수와 기울기로 살아야 할지 인생의 계획을 점검해 봐야 할 시점에 접어 든것이다. 비단 이것은 나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란 생각을 하기 때문에 후배들에게도 꼭 인생 계획을 세우고 점검해 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먼저 걸은 이의 발자국에서 지혜를 찾길

산악인 엄홍길 씨는 세계에서 손꼽는 여러 높은 산맥들을 완등했다. 그는 그저 산이 거기에 있어서 올랐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그 안에는 산을 오르기까지 닥친 많은 위기와 그를 극복한 지혜가 녹아있었을 것이다. 나는 인생이 산을 오르는 것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정상에 오르기까지 인내의 시간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인생이라는 거대한 산을 어떻게 넘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험준함도, 높이도, 발생하는 문제도 저마다 각자 다른 수많은 인생이라는 산이 두렵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올라서 안전하게 내려온다’는 전제 값은 누구에게나 같게 주어진다. 그러니 산을 잘 오르기 위해서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이들의 발자국을 잘 들여다보고 그 안에 숨겨진 지혜를 찾아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옛말에 군사부일체라하여 임금과 스승, 아버지의 은혜가 같다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을 조금 고쳐서 선사부일체, 즉 선배와 스승, 부모는 ‘나’를 위해 아낌없이 많은 것들을 주는 사람들이라 표현하면 어떨까 한다. 예전에 태산같이 높고 멋지던 선배들이 들려주는 그 시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인생이라는 산을 잘 오를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