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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에 맛과 영양이
무르익는 꼬막

글·사진. 이주현

꼬막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부터 봄소식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3월까지가 제철이다. 차디찬 갯벌 속에서 조용히 맛과 영양이 무르익는 꼬막은 정약전(丁若銓)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도 살이 노랗고 맛이 달다고 기록돼 있다. 여러 음식으로 활용 가능한 풍부한 맛 덕분에 꼬막은 예로부터 연안 어민들이 애용하는 해산물 중 하나다.

작은 한 알에 담긴
풍부한 영양

꼬막에는 양질의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성장기 어린이의 발육에 도움을 준다. 또한 헤모글로빈, 철분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빈혈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이외에도 자양강장제의 원료인 타우린 성분이 들어있어 피로 회복 효능도 있다. 작은 꼬막 한 알이 지닌 풍부한 효능이 놀라울 따름이다.

갯벌에서 채취한 조개류는 무엇보다 해감이 중요하다. 이 과정을 대충 지나치면 요리할 때 시꺼먼 펄이 나와 난감한 일이 생길 수 있다. 먼저 물 500ml 기준으로 굵은 소금 1큰술 정도를 넣고 잘 섞어 농도 짙은 소금물을 만든다. 스테인리스 용기를 준비하는 것이 좋으나 여의치 않다면 쇠숟가락을 같이 넣어주는 것이다. 철과 소금이 만나면 화학작용이 일어나 특정 냄새가 나는데 이를 통해 꼬막이 이물질을 더 잘 토해내기 때문이다. 해감할 꼬막을 넣고 검은 봉지나 검은 천을 씌어주면 끝이다. 해감 시간은 최소 1~3시간 정도가 적당하며 지나치게 오래 둘 경우에는 오히려 이물질을 다시 흡수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꼬막 살 맛있게 데치세요!

해산물은 비린내를 잡기 위해 맛술이나 청주 같은 알코올 성분을 넣고 데쳐주는 것이 좋다. 꼬막을 데칠 때는 다른 어패류보다 좀 더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 물의 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가면 꼬막살이 질겨지기 때문이다. 먼저 물이 끓기 시작하는 시점(약 90도)에 꼬막을 넣고 한 방향으로 저어준다. 젓는 이유는 물의 온도가 급격하게 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한 원심력에 의해 꼬막살이 한 쪽으로 몰리게 되는데, 나중에 껍질과 살을 분리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꼬막이 입을 벌리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 1분 정도 그대로 두었다가 건져낸다. 오래 삶으면 꼬막살이 질겨지고 육즙이 빠져 맛이 밍밍해질 수 있다. 처음 꼬막을 데쳐본다면 평소보다 부족한 듯이 시간을 잡아주는 것이 좋다. 이렇게 데친 꼬막은 찬물에 바로 헹구면 육즙이 빠지기 때문에 한 김 식혔다가 그대로 손질한다.

쫄깃한 꼬막살 어떻게 먹어도 맛있꼬막!

꼬막은 손질하는 과정도 다른 조개류에 비해 까다롭다. 꼬막을 뒤집어 위와 아래를 잇는 이음매 부분에 숟가락을 대고 지렛대 원리를 사용해서 비틀어 준다. 그러면 손쉽게 껍질이 분리된다. 속살을 먹기까지의 과정은 번거롭지만 그만큼 충분히 맛의 보상이 따른다. 쫄깃한 식감과 감칠맛 나는 육즙은 그야말로 별미 중의 별미다.

간장 양념 하나만 얹어 꼬막살 본연의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꼬막숙회는 건강한 보양식부터 술안주까지 모든 자리에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메뉴다. 봄에 만나는 미나리, 냉이 등의 나물을 추가하면 잃어버린 입맛까지 깨워주는 제철요리가 완성된다. 꼬막 시그니처 메뉴인 꼬막무침과 꼬막비빔밥도 빼놓을 수 없다.

칼칼한 고춧가루 양념에 꼬막살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낸 꼬막무침은 소면과 함께 말아내도 좋고, 채소와 함께 풍성하게 담아내도 좋다. 대미를 장식하는 메뉴는 따끈하고 하얀 쌀밥에 꼬막무침을 듬뿍 얹고 고소한 김가루와 참깨를 뿌려 비벼먹는 비빔밥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좋아하는 맛으로 말 그대로 밥도둑이 따로 없다. 제철을 맞아 다양한 별미 요리로 즐길 수 있는 꼬막이 참으로 친숙하고도 반가운 계절이다.

*저자 이주현은 요리 연구가이자 푸드 칼럼니스트로 다양한 매체에 음식과 관련한 칼럼을 연재중이다.
초보자도 따라하기 쉬운 레시피 안내와 일상생활과 밀접한 요리 칼럼을 주로 연재 중이다.

요리 초보자도 쉽게
만드는 이색 레시피

카레가루 꼬막전

이번에 소개할 요리는 초보자도 쉽게 만들 수 있는 꼬막전이다. 비법으로 카레가루를 활용하면 맛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다. 꼬막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흥미롭게 도전해볼 수 있으며, 조개류의 비린 맛이 부담스러운 사람도 편하게 먹을 수 있다. 자신만의 재료를 하나씩 추가해보는 것도 좋다. 익숙한 레시피에 작은 아이디어를 더하면 결과물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준비 재료

꼬막살 130g, 홍고추 50g, 계란 2알과 노른자 1알, 부추 20g, 부침가루 3큰술, 카레 가루 1~2작은술

간장 양념 (선택)

간장 1/2~1큰술, 맛술 1큰술, 식초 1/2~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통깨, 기호에 따라 청양고추, 고춧가루 추가

만드는 법

1

해감한 꼬막은 데친 후에 껍질을 제거한다.

2

홍고추, 부추는 잘게 다져 준비한다. 전의 색을 더 노랗게 내고 싶다면 계란 노른자 한 알을 따로 준비한다.

3

꼬막살, 홍고추, 부추, 계란을 넣고 잘 섞는다. 이 때 기호에 따라 양파, 양배추, 파프리카 등의 채소나 크래미 게맛살, 치즈 등을 추가해도 좋다.

4

부침가루와 카레가루를 넣고 잘 섞는다.

5

기름을 두른 팬에서 한 입 크기로 모양을 잡아 부친다. 기호에 따라 커다란 전 한 장으로 부쳐도 좋다.

6

(선택) 기호에 따라 양은 가감하며 양념을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