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경기, 인천을 아우르는 넓은 지역 곳곳에서 전력의 길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도심 한복판부터 산과 들, 바다까지 현장은 제각각이지만 목표는 하나다. 전력설비를 빈틈없이 점검하고 정비해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뒷받침하는 것. 서울경기전력지사는 '안전'을 모든 업무의 출발점으로 삼아 현장의 위험요인을 스스로 찾아 개선하고,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더 안전하고 단단한 조직을 만들어가고 있다.
글. 이경희 사진. 엄태헌
경기도 수원에 자리한 서울경기전력지사는 서울·경기지역 가공송전설비의 점검·진단·정비를 수행하며 수도권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뒷받침하는 곳이다. 성남·군포·인천·구리·양주·수원·고양 등 7개 지점에 동두천·HVDC 건설사무소까지, 현장이 넓게 흩어져 있다. 도심에서 산지, 섬까지 작업환경도
여건도
제각각이다 보니 전체 조직이 하나의 원칙과 기준을 공유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현우 지사장이 지사를 이끌며 가장 앞세우는 원칙은 명확하다. 바로 ‘안전’이다. 그는 취임 이후 모든 업무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실천하고, 절차에 기반한 업무수행을 현장에 뿌리내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안전은 일부 직원의 역할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각자의 자리에서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안전문화가 현장에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말뿐인 구호가 아니다. 서울경기전력지사는 주 3회 안전소통회의를 열어 각 현장의 작업계획과 주요 위험요인을 사전에 공유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필요한 안전조치를 함께 협의하면서, 여러 지점이 같은 안전 기준과 절차 아래 움직이도록 하고 있다.
김 지사장이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현장에서 답을 찾는 안전’이다. 관리자나 안전 담당자가 정해준 방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직원들이 위험요인을 찾아내고 해결방법까지 제안하게 하는 것이다.
그 결과 2024년 안전 Package 경진대회 장려상에 이어 2025년과 2026년에는 2년 연속 우수상을 수상했다. 올해는 1차 무재해 목표달성 사업장에도 선정됐다.
“이번 우수상은 현장 직원들이 직접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개선방안을 고민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현장의 경험과 아이디어가 실질적인 안전대책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게 생각합니다.”
조직의 진짜 모습은 제도나 성과표보다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2010년부터 서울경기전력지사에서 근무해온 심재원 노동조합지부위원장은 지난 16년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으로 ‘조직문화’를 꼽는다.
“예전과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유연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직원들이 자기 의견을 말하는 걸 두려워하거나 불편해하지 않아요.”
실제로 고연차 직원들의 퇴직으로 평균연령이 낮아지면서, 지사의 소통 방식도 과거의 상명하달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본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 역시 자리를 잡았다.
“제가 생각하는 기본은 최소한의 예절이에요.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을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직장인이라면 다 알잖아요. 일 때문이 아니라 사람이 힘들어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는 걸요. ”
이런 생각은 노사관계로도 이어진다. 심 위원장은 지사장실을 수시로 찾을 만큼 김 지사장과 격의 없이 대화한다고 말한다. 명절을 앞두고 직원들의 마음이 들뜨면 안전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으니 위험성이 높은 작업은 피하자는 의견을, 오히려 김 지사장이 먼저 내놓은 적도 있다.
“가끔은 ‘지사장님이 노측 입장을 우리보다 먼저 대변해주시네’ 싶을 때가 있어요. 결국 안전에서는 노사가 따로 있을 수 없으니까요.”
넓은 관할구역도, 서로 다른 작업환경도 결국 하나의 원칙 아래 연결된다. ‘사람이 먼저’라는 안전의 원칙이다. 그 원칙이 수도권 전력망을 든든하게 떠받치는 힘이자, 서울경기전력지사의 내일을 움직이는 가장 단단한 동력이다.
Mini Interview
안전사고 ZERO와 무고장 달성을 바탕으로 전력계통 안정화
지금까지의 성과는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해준 직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현장이 넓은 지역에 분산돼 있고 작업환경도 다양하지만,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며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준 직원들에게 무엇보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안전사고 ZERO와 무고장 달성을 바탕으로 전력계통 안정화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지사,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하며 함께 변화하고 성장하는 서울경기전력지사를 만들어가겠습니다. 지금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모아주시길 바랍니다. 저 역시 직원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습니다.
안전하게 일하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먼저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넓은 지역의 현장을 지키다 보니 업무 강도도 높고 어려움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는 직원들을 보면 지부위원장으로서 늘 고맙고 든든합니다. 앞으로도 서로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는 조직, 다치지 않고 무사히 가족에게 돌아가는 조직이 됐으면 합니다. 직원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노동조합도 계속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서로 믿고 의지하며 함께 가길 바랍니다.
Issue Interview
러닝 열풍이 뜨겁다. 그 유행이 서울경기전력지사에도 뜻밖의 낭보를 가져다주었다. 기술팀 박성희 사원이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서울시 대표로 출전해, 육상 5개 부문에서 금메달 4개와 은메달 1개를 휩쓸고 온 것이다. 박 사원을 만나 그 찬란했던 순간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반짝반짝 빛나는 나의 가능성을 만나다
“회사에 입사하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도 달리지 않고 있었을 것 같아요.”
박 사원이 환하게 웃는다. 육상 부문 4관왕에 오른 그이지만, 입사 전까지는 육상과 아무런 인연이 없었다. 스스로 “육상의 ‘육’자도 몰랐다”고 말할 정도다.
박 사원이 한전KPS에 입사한 것은 2024년 12월. 지금은 기술팀에서 자료 취합, 근태·출장 전산처리, 문서 작성 등 행정업무를 맡고 있다. 시각에 불편함이 있지만 컴퓨터 돋보기 기능 등을 활용해 업무를 수행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오히려 특유의 꼼꼼함이 든든한 강점이 됐다.
달리기는 우연히 시작됐다. 입사 초기에는 의정부에서 수원까지 첫차를 타고 출퇴근하며 매일 오전 7시면 회사에 도착했다. 업무 시작 전까지 시간 보내려고 찾은 곳이 4층 체력단련실이었다. 평일 아침마다 러닝머신에서 40분씩 뛰다 보니 자연스럽게 체력이 붙었다.
이후 회사의 배려로 인근 사택에서 지내게 되면서,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가이드 끈으로 연결돼 함께 달리는 러닝 활동에도 참여하게 됐다. 그곳에서 만난 육상선수의 권유로 서울시 선수 선발 기량 테스트에 나섰고, 가능성을 인정받아 서울시 장애인선수단 대표가 됐다.
일과 훈련을 병행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아침 운동에 이어 퇴근 후에는 인근 대학교 트랙에서 혼자 두 시간씩 달렸다. 동영상을 보며 출발 자세와 주법을 익히고 스타팅블록도 직접 구입했다. 혼자 훈련하다 아킬레스건에 염증이 생겼고 대회 기간에는 통증이 양발로 번졌지만, 끝까지 출발선을
지켰다.
결과는 금메달 4개와 은메달 1개. 직장인이 된 뒤 처음 맛본 눈부신 ‘1등’이었다.
“서울시 대표라는 책임감이 있었고,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우리 팀을 위해서도 잘하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저 자신에게 부끄럽고 싶지 않았습니다. 주어진 기회에 제가 가진 걸 다 쏟아보고 싶었어요.”
동료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대회 기간에는 박 사원의 업무를 나눠 맡으며 “잘하고 오라”고 격려해주었고, 팀장은 “메달 따올 수 있지?”라며 힘을 북돋웠다.
달리기는 박 사원의 생각도 바꿔놓았다.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익숙하고 안전한 쪽을 택했던 ‘안정 추구형’에서, 이제는 새로운 일에 먼저 부딪쳐보는 사람이 됐다. 그의 다음 목표는 가이드러너와 함께하는 하프마라톤, 그리고 언젠가 해외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하는
것이다. 직장인으로서의 목표도 달리기를 닮았다.
“저는 이 일이 정말 좋아요. 따듯하고 배려 넘치는 서울경기전력지사도 너무 좋고요. 마라톤처럼 끝까지 이곳을 지키는 기둥이 되고 싶습니다.”
금메달보다 값진 자신감을 얻은 박성희 사원의 다음 질주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