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항상 최선을 다해 각자의 과업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지만 동료나 상·하급자와 트러블로 상심할 때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고 있는 우리는 왜 도돌이표처럼 갈등을 반복 하게 되는 것일까요?
‘강추위’와 ‘무더위’의 뜻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무추위’나 ‘강더위’는 쓰지 않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강추위에서 접두어 ‘강’은 ‘마른, 물기가 없는’이라는 뜻입니다. 강된장을 떠올리면 이해가 편할 것입니다.
물론 현대국어에서는 강하다는 뜻도 병용하고 있지만, 반대어로 약추위를 잘 쓰지 않는 것은 원 유래 영향일 터입니다. 무더위의 ‘무’는 원래 ‘물’인데, 발음의 편의상 ‘ㄹ’이 탈락해 무더위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습도 높기로 악명 높은 여름, 그리고 메마른 겨울 특성이 언어에 투영됐다고 봐야지요.
‘강추위/무더위’의 유래를 모르더라도 대화에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과업 수행도 이와 유사합니다. 절차가 그렇게 되어진 연유를 모르더라도 완수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여러 담당자를 거치면서 과정과 이유가 희석되고, 결과물만 부각된 각각의 과업은 협업 과정에서 공감대 형성이 힘들어지고
갈등요소가 되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원활한 협업과 소통은 나의 과업을 먼저 숙지하고, 남을 이해시키고 설득할 수 있는 데서 출발합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출발했다고 목표에 도달하기엔 난관이 남아 있습니다. 나의 과업을 이해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동료의 과업을 이해하려는 노력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맡은 일에 나름의 사정과 원칙이 있듯, 동료가 맡은 일에도 미처 알지 못하는 배경과 제약이 있습니다. 눈앞에 드러난 결과만 판단하거나,
내 기준으로 상대 업무를 재단하면 오해는 깊어지고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가령 발전소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정비 현장에서 신속한 조치가 필요할 때, 안전과 품질을 확인하는 절차는 때로 더딘 과정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절차에는 작업자의 생명과 설비의 신뢰성을 지키려는 이유가 담겨 있습니다. 반대로 정해진 절차를 준수해야 하는 담당자 역시 현장의 긴급성과 작업 여건을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 회사는 6,500여 임직원이 각자의 자리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는 조직입니다. 발전소 현장과 지원 부서,
국내-해외 사업, 기획과 실행 등 업무 영역은 다르지만 지향하는 목표는 같습니다. 전력설비의 안정적인 운영을 뒷받침하고 국민의 일상을 지키며,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것입니다. 어느 한 사람의 노력이 아닌 서로 다른 전문성과 경험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더 큰 성과로 이어집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하기 어렵더라도 먼저 그 이유를 물어보고, 내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사정은 없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내 생각을 전달할 때에도 결론만 앞세우기보다 판단의 근거와 업무의 배경을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상대가 알아주기를 기다리기보다 먼저 알리고, 이해받기를 바라기보다 먼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나에게 익숙한 업무가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내가 당연하게 여기는 절차가 다른 사람에게는 충분한 설명이 필요한 과정일 수 있습니다. 그 차이를 귀찮아하거나 탓하기보다 서로의 관점을 이해하는 출발점으로 삼았으면 합니다.
오늘 내가 먼저 건넨 질문 한마디, 상대의 설명을 끝까지 듣는 잠깐의 여유, 동료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려는 작은 행동이 조직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러한 실천이 쌓이면 불필요한 갈등은 줄어들고, 협업의 속도와 성과는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상대가 알아주기를 기다리기보다
먼저 알리고,
이해받기를 바라기보다
먼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2026년 11월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