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편집실
‘혼자’라는 말은 참 단출하다. 두 글자가 전부다. 그런데 거기에 한 글자를 얹어 ‘혼자서도’라고 하면 어딘가 당당해지고, ‘혼자만’이라고 하면 쓸쓸해진다. 같은 말 곁에 어떤 글자가 붙느냐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 ‘같이’도 그렇다. 부르는 순간 곁에 누군가 서 있는 것 같은 말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혼자 해내는 사람을 칭찬하며 살아왔다. 스스로 일어서고, 알아서 해결하고, 남에게 기대지 않는 모습을 어른스러움이라 불렀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가만히 돌아보면, 내가 해낸 줄 알았던 일의 구석구석에는 늘 누군가의 손이 닿아 있었다. 막막할 때 건네받은 한마디, 말없이 나눠 든
짐, 내 몫이 아닌데도 먼저 살펴 준 마음 같은 것들이다.
그런 손길은 대개 기록되지 않는다. 성과표에는 결과만 남고 과정에서 오간 온기는 남지 않는다. 하지만 오래 남는 것은 오히려 그쪽이다. 일이 끝난 뒤 가물가물해진 숫자와 달리, 힘들 때 곁에 있어 준 사람의 얼굴은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어쩌면 우리가 일터에서 얻는 가장 값진 것은 성과가 아니라,
그 성과를 함께 만든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관계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대단한 약속이 아니라 사소한 반복으로. 먼저 건네는 인사, 끝까지 들어 주는 귀, 실수 앞에서 “괜찮아, 같이 해결하자”라고 말해 주는 용기. 이런 작은 일들이 쌓여 서로를 믿고 기댈 수 있는 자리가 된다. 소통은 말을 잘하는 기술이 아니라, 상대가 말을 꺼내도 안전하다고
느끼게 하는 일에 더 가깝다.
그러니 ‘같이’는 속도를 늦추는 선택이 아니다. 혼자 걸으면 빠를 수 있지만, 닿을 수 있는 거리는 함께 걸을 때 비로소 넓어진다. 혼자서는 들 수 없던 것을 들게 되고, 혼자서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이 서로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다.
이번 호에는 그렇게 ‘같이’ 걸어온 이야기들을 담았다. 함께 고민하고 함께 이뤄낸 순간들, 곁에서 힘이 되어 준 사람들의 모습이다. 책장을 넘기다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오늘은 먼저 안부를 건네 보면 어떨까. 그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오늘 하루를 버티게 하는 가장 따뜻한 ‘같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