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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성장을 이끄는
‘안 하던 짓’

긍정의 힘을 믿는 인사쟁이
퀀텀인사이트 황성현 대표

변화는 언제나 불편함을 동반한다. 익숙한 것을 내려놓고, 안 하던 방식을 시도하며, 기꺼이 실패할 각오를 품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긍정의 힘을 믿는 인사쟁이’라 칭하는 황성현 퀀텀인사이트 대표는, 30년간 글로벌 IT 기업의 최전선에서 사람과 조직의 성장을 이끌어오며, 그 불편함 속에 도약의 단서가 있음을 거듭 확인해왔다. 타성에 젖은 3%의 안도감에 머물지 않고 10배의 성장을 목표로 삼을 때, 일과 삶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진다는 것. 그리고 그 변화는 거창한 혁신이 아니라 매일의 선택과 기록이 차곡차곡 쌓여 완성된다. 2026년의 반환점을 지나 후반전을 준비하는 한전KPS 임직원들을 위해, 황성현 대표를 친구 추가했다.

글. 박향아 사진. 조병우

평생 직무
내 일의 주도권을 쥐다

세계 최고의 수재들이 모이는 꿈의 직장, 구글 본사. 신사업 팀빌딩을 이끌던 황성현 대표는 그곳에서 뚜렷한 한계를 목격했다. 아시아계 인재들이 일정 궤도 이상 오르지 못하고 번번이 투명한 장벽에 부딪히는, 이른바 ‘대나무 천장’이었다. 원인을 찾기 위해 동아시아 출신 핵심 인재 18명을 한자리에 모았다. 석 달에 걸친 심층 프로젝트. 그 끝에 확인한 장벽의 실체는 업무 능력의 차이가 아니었다.

“각국에서 자신의 분야 정점을 찍고 온 동아시아 엘리트들에게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고 물으면, 전부 ‘자랑스러운 아들딸, 혹은 나라에 보탬이 되는 인재가 되고 싶었다’고 답합니다. 정작 프로젝트를 위해 모인 이들 중 ‘내 이름으로 도달하고 싶은 뚜렷한 업무적 지향점’을 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던 거죠. 본인만의 시선이 완전히 빠져 있었습니다.”

황성현 대표가 구글 본사 HR 비즈니스 파트너로 이 자리에 서기까지, 그에게도 시선을 바꾸는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다.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모두가 평생직장이 흔들리는 것을 불안하게 바라볼 때, 그의 시선은 전혀 다른 곳을 향했다. ‘평생직장은 사라져도, 어느 조직에서든 나의 가치를 증명할 평생 직무는 스스로 쥘 수 있지 않은가.’ 그날부터 그는 3년 후 자신이 도달할 지점을 미리 찍고, 현재의 자신과 가고자 하는 자리 사이의 간극을 구체적으로 채워가는 ‘3년 이력서’를 쓰기 시작했다.

“구글 코리아 시절, 주어진 역할이 좁게 느껴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직을 고민하는 대신 ‘3년 후 구글 본사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력서에 미리 적어 넣었죠. 시선을 미래에 두니 당장 채워야 할 빈칸이 보이더군요. 글로벌 수준의 HR 전문성, 영어, 그리고 본사와의 네트워크였습니다. 이를 막연한 다짐으로 두지 않고 매 순간 그 간격을 집요하게 지워나갔고, 3년 후 저는 구글 본사로 출근하게 됐죠. 시선이 바뀌면 로드맵이 생기고, 로드맵이 생기면 결국 현실이 됩니다.”

1차 방정식의 성실함을 넘어,
10배의 성장을 향한 불편한 도전으로

과거 직장인의 성공 공식은 정직한 1차 방정식(y=ax)과 같았다. 높은 학점과 토익 점수,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성실함이 곧 성과를 보장했다. 하지만 1초에 수천만 개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진입하며 이 견고했던 공식은 효력을 다했다. 기계의 압도적인 효율 앞에서, ‘무거운 엉덩이’로 대변되던 성실함만으로 이 속도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황 대표가 3%의 안전한 목표 대신 ‘10배(10x)의 성장’으로 시선을 옮겨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년보다 3~5% 더 성장하겠다는 목표는 어제 하던 방식 그대로 야근을 조금 더 하면 달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0배 성장은 다릅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절대 도달할 수 없죠. 필연적으로 한 번도 안 해본 방식을 시도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무수한 실패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톱니바퀴가 딱 맞물릴 때 폭발적인 성장이 일어나는 겁니다.”

익숙함을 버리고 10배의 시선을 갖는 일은 필연적으로 불편함을 동반한다. 인간의 뇌는 수만 년 동안 변화를 거부하도록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익숙한 궤도에서 벗어나는 낯선 시도 자체가 우리 몸에는 적지 않은 스트레스로 쌓이기 마련이다. 이 본능적인 거부감을 뚫고 기꺼이 실패의 불편함 속에 뛰어들게 만드는 동력은 단 하나다. 바로 ‘이것이 나에게 어떤 이득인가(WIIFM: What's In It For Me?)’를 스스로 묻는 것이다.

“회사가 혁신을 외치며 강요하는 변화는 고통스러운 ‘노동’에 불과합니다. 우리의 뇌가 가장 극렬하게 저항하는 일이죠. 하지만 이 낯설고 불편한 시도가 나의 평생 직무를 단련하는 데 어떤 무기가 될지 스스로 묻고 납득하는 순간,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남이 등 떠밀어 걷는 길은 노동이지만, 내가 목적지를 찍고 나서는 길은 ‘여행’이 되니까요.”

과거의 80점을 추궁할 것인가,
내일의 110점을 설계할 것인가

황성현 대표가 꼽는 ‘좋은 조직’의 기준은 명확하다. 단기적인 생존을 넘어 오래 살아남는 곳, 무엇보다 조직의 목표와 개인의 성장이 공명하는 곳이다.

황 대표는 구글과 카카오를 거쳐 2019년 말 인사··조직 자문 기업 ‘퀀텀인사이트’를 설립, 현재까지 95개에 달하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자문을 진행해 왔다. 수많은 조직의 체질을 개선하고 성장의 뼈대를 다시 세우는 과정에서 도달한 결론은 분명하다.

“시대가 변하면 조직을 지탱하는 힘도 진화해야 합니다. 과거의 기업들이 한두 명의 강력한 리더가 이끄는 ‘매니지먼트 바이 맨(Man)’이나 촘촘한 매뉴얼에 기대는 ‘매니지먼트 바이 룰(Rule)’에 기대 왔다면, 지금은 다릅니다. 빠른 속도로 변하는 인공지능 시대에는 그 어떤 복잡한 규정도 세상의 변화를 좇아갈 수 없죠. 결국 조직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유일한 동력은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매니지먼트 바이 컬처(Culture)’로 진화하는 것에 있습니다.”

이 문화의 변화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지점이 바로 ‘인사 평가’다. 황 대표는 연말마다 지난 일 년간의 성과를 두고 80점짜리 과오를 추궁하느라 두 달 반의 시간을 허비하는 관행을 꼬집는다.

“대부분 기업은 연말부터 이듬해 2~3월까지, 평가 결과를 정리하고 급여를 조정하는 데 최소 두 달 반을 씁니다. 새해의 문을 여는 중요한 시기에 오직 과거의 이야기만 하고 있는 셈이죠. 지나간 80점을 붙잡고 질책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내일 100점이 되지는 않습니다. 진짜 100점, 110점을 원했다면 1분기가 끝났을 때 이미 점검하고 방향을 틀었어야죠. 연말 평가는 과거를 심판하는 법정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평가의 시선은 철저하게 미래를 향해야 합니다. 내일 당장 어떻게 110점짜리 가능성을 만들 것인지, 그 성장의 청사진을 함께 그리는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낯선 시도와 실패들이 누적되어 결국 자신만의 훈장이 된다고 믿기에
‘안 하던 짓’을 계속해나갈 생각입니다.

변화와 성장을 이끄는
‘안 하던 짓’의 힘

황성현 대표의 페이스북에는 ‘#안하던짓’이라는 태그가 달린 게시물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낯선 나라를 찾아가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마주 앉고, 익숙하지 않은 일에 뛰어든 순간들. 불편하고 때로는 창피하기도 한 그 순간들을 그는 기록하고 공개한다.

“익숙한 것만 반복하는 사람은 결국 옛날 방식대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던 일을 조금 더 잘하게 될 수는 있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저는 낯선 시도와 실패들이 누적되어 결국 자신만의 훈장이 된다고 믿기에 ‘안 하던 짓’을 계속해 나갈 생각입니다.”

기꺼이 실패를 마주하고 변화를 만들어가는 힘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우직한 일상의 반복에서 나온다. 황 대표는 언어 학습 애플리케이션 ‘듀오링고’를 507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오고 있다. 매일 일기를 쓰고 핵심 키워드에 태그를 달아 꼼꼼히 기록하는 일도 거르지 않는다. 이렇게 누적된 데이터는 LLM(거대 언어 모델)에 입력되어, 자기 삶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분석하고 점검하는 강력한 ‘뇌’로 활용된다.

“사람들은 AI가 일자리를 빼앗을까 봐 두려워하지만, AI는 사람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AI를 잘 쓰는 사람’이 나를 대체할 뿐이죠. 막연히 걱정하기보다는, 매일의 일상을 기록하고 이를 AI로 분석해 성장의 무기로 삼아야 합니다. 기록은 단순한 메모가 아니라 나의 성장을 증명하는 언어입니다.”

거대한 변화의 파도 앞에서도 지레 겁먹지 않고, 매일 새로운 시도를 적립하며 자신만의 궤적을 단단하게 그려가는 것. 그가 그리는 최종 지향점 또한 이와 맞닿아 있다.

“제 꿈은 대단한 명예를 얻는 게 아닙니다. 75세까지 현역으로 일하면서 꾸준히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제가 아는 지식을 기꺼이 나눠주는 겁니다. 앞으로 다가올 변화를 섣불리 불안해하기보다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며, 오랫동안 ‘좋은 사람’으로 남는 것. 그것이 제가 그리는 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