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의 심장은 거대한 설비지만, 그 심장을 멈추지 않게 하는 힘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한빛1사업처가 지난 한 해 보여준 성과도 마찬가지다. 국제품질분임조대회 금상부터 전국 안전관리 최우수 사업장 선정, 무재해 기록과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까지 굵직한 성과를 거둔 한빛1사업처는 사람의 힘으로 어제를 쌓고 오늘을 만들며 더 단단한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글. 이경희 사진. 엄태헌
한빛1사업처는 한빛원자력 1·2호기의 기계·전기 분야 정비를 담당한다. 원자로부와 터빈부, 전기부, 품질보증부를 비롯해 안전팀, 정비계획팀, 설비진단팀 등 2실 4부 3팀으로 조직돼 있다. 특히 한빛 1·2호기는 웨스팅하우스 원자로를 기반으로 한 설비라는 점에서 오랜 경험과 축적된 정비 노하우가
무엇보다 중요한 현장이다.
그 저력은 지난해 다양한 성과로 이어졌다. 2025년 국제품질분임조대회(ICQCC)에서 금상을 수상하고 우수기술개발제안 은상을 거머쥐며 품질과 기술력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안전 분야의 성과도 돋보였다. 대한산업안전협회 인증 무재해 9배수를 달성했으며 안전보건경영시스템 ISO 45001 최초 인증을
획득했다. 본사 재난안전처가 주관한 안전 Package 경진대회에서는 대상을 수상했고, 핵심위험요인(SIF) 기반 위험성 평가는 전국 사업장 우수사례로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2025년도 전국 안전관리 최우수 사업장 Safety Award’까지 수상하며 안전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승환 처장은 이 같은 성과의 원동력을 ‘직원들의 단합된 힘’에서 찾았다. 한전KPS의 여러 사업장을 두루 거친 그에게도 한빛1사업처의 끈끈한 공동체 의식은 특별하게 다가왔다.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순간에는 부서와 직급의 경계를 넘어 힘을 모으는 문화가 오늘의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20년 동안 한빛1사업처에서 근무해온 이성민 노동조합지부위원장은 그 바탕에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력이 있다고 말한다.
“한빛 1·2호기는 웨스팅하우스 계열의 원전입니다. 한국형 원전과 설계와 구조, 제작사, 작업환경 등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경력을 쌓은 직원도 처음 접하면 어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빛 직원들에게는 다양한 설비를 직접 다루며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가 있고, 그 기술이 선배에서 후배로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빛1사업처가 가진 기술은 어느 한 사람에게 머무르는 개인의 기술이 아니라 오랜 시간 경험을 공유하고 전수하며 축적해온 ‘조직의 기술’인 셈이다.
이러한 ‘사람과 기술’의 가치는 사업장 밖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한빛1사업처에서 근무하는 한국폴리텍대학 강릉캠퍼스 산업잠수과 출신 직원들은 지난 8월 11일 모교 후배들의 교육환경 개선과 전문기술인 양성을 위해 대학발전기금 200만 원을 기탁했다. 현장에서 전문기술인으로 성장한 선배들이 자신들이 받은
배움과 경험을 다시 후배 세대에 돌려주기 위해 뜻을 모은 것이다. 선배에게 배운 기술을 현장에서 꽃피우고, 다시 미래의 기술인을 키우는 데 힘을 보태는 선순환. 한빛1사업처가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의 가치가 현장을 넘어 나눔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빛1사업처의 진짜 저력은 화려한 성과표보다 예상하지 못한 위기의 순간에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터빈 고장으로 지하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던 지난해 어느 날이 그랬다. 급박한 상황에서 현장 직원들만으로 대응하기에는 일손이 절실했다. 그런데 도움을 요청하기도 전에 다른 부서 직원들이 하나둘 현장으로 달려왔다. 자신의 담당 설비도, 소속 부서의 업무도 아니었다. 하지만 누구도 “내 일이 아니다”라며
선을 긋지 않았다. 물을 퍼내고 필요한 일을 찾아 움직이며 함께 상황을 수습했다.
이승환 처장이 한빛1사업처에 부임한 뒤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으로 이 장면을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려움 앞에서 직급과 부서를 따지지 않고 움직이는 직원들을 보며 그는 ‘조직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힘은 결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평소에는 쉽게 눈에 띄지 않던 한빛의 결속력이
위기의 순간 행동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성민 위원장 역시 한빛의 강점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말한다. 퇴근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일이 발생해도 직원들은 누가 지시하기 전에 현장에 남는다.
“계획된 업무는 준비된 절차에 따라 수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역량은 돌발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에서 나타납니다. 우리는 ‘누가 나갈래?’라는 지시를 기다리기보다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먼저 ‘제가 나가겠습니다’라고 합니다.”
이 같은 자발성의 밑바탕에는 오랜 시간 함께 일하며 쌓아온 신뢰가 있다. 선후배라는 딱딱한 관계보다 ‘형님, 동생’이라 부를 만큼 가까운 분위기, 어려운 일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문화가 한빛1사업처의 오늘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그 중심에는 자신의 설비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현장 기술자들의 자부심이 자리한다. 발전소에서는 작은 이상 하나가 발전정지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직원들은 자신이 맡은 설비를 세심하게 살피고,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될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맡은 설비와
발전소의 안정적인 운영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다.
한빛1사업처는 이제 또 다른 중요한 시간을 지나고 있다. 한빛1호기는 제28차 계획예방정비공사가 진행 중이며, 한빛2호기도 제28차 계획예방정비공사를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한빛 1·2호기의 계속운전이라는 중요한 과제도 마주하고 있다.
설비의 수명이 길어질수록 그 설비의 특성과 역사를 이해하는 사람의 경험과 기술은 더욱 중요해진다. 한빛1사업처가 기술 전수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멘토·멘티 제도와 사내 자격 레벨을 운영하고 직무별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현장에서 축적된 정비 사례도 전사적으로 공유한다. 성공 사례뿐
아니라 실패
사례까지 함께 나누며 시행착오 역시 조직의 기술 자산으로 축적해 나가고 있다.
젊은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세대 간 기술 전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선배들의 경험에 후배들의 새로운 지식과 역량을 더해 한빛만의 기술력을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 것. 이는 계속운전이라는 당면 과제를 넘어 한빛1사업처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할 중요한 기반이기도 하다.
그 모든 과정에서 한빛이 놓치지 않는 최우선 원칙은 ‘안전’이다. 설비의 안정적인 운영도, 뛰어난 정비기술도 결국 사람이 안전해야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승환 처장이 “설비는 다시 고칠 수 있지만 사람이 다치면 되돌릴 수 없다”며 안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장의 안전은 거창한 구호보다 일상적인 실천에서 시작된다. 작업 전 위험요인을 살피고 서로의 안전을 확인하며, 문제가 발견되면 작업을 서두르기보다 안전한 방법을 먼저 찾는다. 이러한 현장 중심의 안전관리와 직원 개개인의 높은 안전의식이 쌓여 한빛1사업처의 무재해 기록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한 해 한빛1사업처가 받아든 여러 개의 상패는 분명 값진 결과다. 하지만 상패에 모두 담아낼 수 없는 성과도 있다. 폭염 속에서도 묵묵히 현장을 지킨 사람, 자신의 일이 끝난 뒤에도 동료의 작업이 마무리되기를 기다린 사람, 낯선 상황에서도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찾아낸 사람들이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경험이 기술이 되고, 그 기술은 다시 다음 사람에게 이어진다.
설비를 움직이는 것은 기술이고, 그 기술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다.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위기의 순간에는 기꺼이 한발 먼저 움직이는 사람들. 그들이야말로 한빛1사업처가 지난 성과를 넘어 앞으로의 10년을 자신 있게 준비할 수 있는 가장 든든한 힘이다.
Mini Interview
무엇보다 사람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현장
지금까지 거둔 모든 성과에 대해 어려운 환경에서도 발전소의 안전과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맡은 일을 해준 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어느 한 사람의 힘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직원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한빛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 앞에는 한빛 1·2호기 계속운전이라는 중요한 목표가 놓여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고, 지금까지 쌓아온 역량을 하나로 모아 이 목표를 반드시 이루겠습니다.
이승환
한빛1사업처 처장
서로 배우고 경험을 나누며
한빛만의 기술력을
다음 세대로 이어가야
20년 동안 한빛에서 일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현장에서 쌓은 경험의 가치입니다. 한빛 1·2호기는 오랜 시간 운영된 만큼 설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책으로 배운 지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선배들이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며 익힌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제대로 전해주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이제 젊은 직원들이 많아진 만큼 서로 배우고 경험을 나누며 한빛만의 기술력을 다음 세대로 이어가야 합니다. 후배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 판단하고 해결할 수 있는 기술자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 그것이 한빛의 미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성민
한빛1사업처 노동조합지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