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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현장은 우리의 숙명
최고보다 현장에 필요한 사람 될 것

발전소 설비 문제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래서 누군가는 언제든 달려갈 준비를 해야 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상황에 따라 곧바로 출장길에 오를 수 있다는 변재철 책임전문원도 그중 한 명이다. 밤낮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문제 원인을 밝히며 현장을 안정화시키는 그는, 새로운 현장이 숙명과도 같다고 고백한다. 21년 넘게 400여 건에 달하는 현장을 지키며 2026년 한전KPS인상 대상을 거머쥔 변재철 책임전문원. 최고의 전문원보다 현장에 꼭 필요한 전문원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공부를 멈추지 않는다.

글. 곽한나 사진. 엄태헌

변재철 종합기술원 책임전문원

5년간 매달린 영흥화력 설비, 끝내 정상화

“입사부터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돌아보니 제가 혼자서 한 일이 없었습니다. 대부분 곁에서 누군가 도와주고 희생하고 이끌어준 시간이었죠. 덕분에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으니, 그분들께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함께해 준 아내에게도 이 영광을 돌립니다. 마침, 오늘이 결혼 20주년 기념일이네요. 뜻깊은 선물이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변재철 책임전문원은 근무기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가장 힘들었던 영흥화력발전소 대형수직펌프(CWP) 정상화 과정을 꼽았다.

“무려 5년이라는 기간 동안 고민하고 좌절하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의 연속이었어요. 하나씩 문제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해 나간 결과, 현재는 안정된 상태로 운전 중입니다. 워낙 애를 먹었던 설비라 자식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그만큼 애정도 크네요.”

현장에서 문제 원인을 해소한 뒤 시운전에 들어가는 순간은 언제나 긴장 가운데 이뤄진다. 육중한 설비가 정상화되면서 특유의 커다란 기계음을 낼 때, 그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벅찬 감정을 느낀다. 긴급 현장에 투입되는 전문원으로서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칠 때가 있지만, 보람을 느끼며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도 바로 여기서 나온다.

한전KPS인상 수상자가 되니 어깨가 더 무거워졌습니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어떤 일이든 더욱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영국 해외교육, 전문원 길로 이끌어

2004년 당진사업처 기계정비원으로 입사한 변재철 책임전문원은 2009년 해외 교육을 통해 영국에 다녀오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그동안은 사업소라는 작은 울타리가 전부라고 생각한 ‘우물 안 개구리’였다고 할 수 있죠. 영국에서 높은 기술과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전문성을 갖춘 기술자가 되고자 전문원의 길을 택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이후 그는 사내자격부터 산업기계설비와 건설기계 두 분야 국가 기술사 취득에 이르기까지 묵묵한 도전과 성취를 이어갔다. 특히 기술사 자격은 공부하면 할수록 막막함과 두려움이 커졌지만,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새벽 공부를 하는 꾸준함으로 자신을 단련했다.

“기술사 자격은 기출문제 풀이보다 근본적인 원리와 이론 공부에 집중했어요. 방대한 영역을 깊이 있게 공부해야 했고, 그 과정은 결국 현장에서 더 정확하게 분석하고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과정은 힘들지만, 열매는 무척 달콤하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후배들에게 널리 전파하고 싶습니다.”

경험보다 근거 있는 정비 추구

현장에서는 작은 진동 하나, 미세한 온도 변화 하나가 큰 설비 고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변재철 책임전문원이 연수원이나 현장에서 가장 자주 하는 말은 “근거를 가지고 정비하자”이다.

“우리 회사 주요 업무인 발전 설비를 정비할 때 과거 경험에 의존한 임의 작업은 피해야 합니다. 철저하게 데이터를 바탕으로 절차서, 매뉴얼, 공인된 코드 등 주변에 참고할 수 있는 자료를 충분히 가지고 다각도로 확인하면서 정비해야 설비 안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문제를 진단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는 특정 의견이나 편향된 생각을 멀리하고자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혼란스러운 현장에서 중심을 잡고 정비, 운전, 제어, 설계 등 다양한 분야 담당자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지, 재발을 막기 위해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끝까지 분석하고 판단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어쩌면 직업병 같은 거죠. 자기계발과 공부를 게을리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술력이 결국 현장을 바꾼다는 확신

현장 경험은 기술개발 성과로도 이어졌다. 변재철 책임전문원은 핵심정비 필요기술 발굴과 장비 개발을 위해 8건의 기술개발과제를 추진한 바 있다. 저널베어링 검사장치, 기밀성 검사장치 등 14건 특허출원에 성공하며 기술경쟁력 확보에도 힘써왔다. 기술력이 결국 현장을 바꾼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원으로서 설비 안정화에 대한 책임감과 기술자로서 욕심이 저를 여기까지 이끌어 온 것 같습니다. 제가 감명 깊게 본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는 새로 전입한 의사가 김사부에게 ‘선생님은 좋은 의사입니까? 최고의 의사입니까?’라고 묻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김사부는 망설임 없이 ‘지금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가 되려고 노력한다’라고 답합니다. 저 역시 ‘최고’라는 말보다 현장에 꼭 필요한 전문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일은 결국 현장과 사람 곁에 머무는 일이다. 변재철 책임전문원의 발걸음은 오늘도 새로운 현장을 향하고 있다.

한전KPS인상 수상자 미니 인터뷰

엄수호 원자력정비기술센터 팀장

한전KPS인상 최우수상 수상자 성능개선팀 팀원들과
받는 상입니다

사실 이번이 한전KPS인상 세 번째 도전이었습니다. 누군가의 기회를 막는 것은 아닐까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제가 소속한 원자력정비기술센터 성능개선팀이 지난 수년간 좋은 성과를 만들어왔기에 그 노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습니다. 한전KPS인 최우수상은 개인적으로도 큰 영광이지만, 무엇보다 함께 고생해 온 팀원들과 나누고 싶은 상입니다.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니까요. 이 상을 통해 팀원들이 ‘우리가 잘하고 있었구나’ 하는 자부심과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한편으로는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함도 떠올랐습니다. 시험관 시술 끝에 어렵게 얻은 아홉 살 쌍둥이 딸을 키우며 아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 상이 작은 위로와 보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팀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조직이 되도록 힘쓰겠습니다. 서로 신뢰하고 소통하는 팀 분위기를 바탕으로 더 좋은 성과를 만들어가겠습니다.

김영목 인재개발원 교수

한전KPS인상 우수상 수상자 기술 넘어 마음을 다하는 일

돌이켜보면 제 업무 여정의 가장 큰 전환점은 2017년 인재개발원으로 오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단순한 정비를 넘어 기술을 이해하고 전수하는 역할의 중요성을 배우게 됐고, 그 과정 속에서 저 또한 많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서든 교육장에서든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왜 이런 질문을 했을까를 먼저 고민하고, 상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자 노력합니다. ‘어떤 교수 역할을 하고 싶은가’라는 심사위원 물음에 ‘감동을 주는 정비원을 양성하고 싶다’라고 말씀드렸는데요. ‘감동(感動)’ 한자 어원에는 ‘마음을 다한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AI 시대가 오면서 기술 격차는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하지만 마음을 다해 일하는 태도는 결국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고객사가 ‘한전KPS 정비원이라서 믿음이 간다’고 느낄 수 있도록, 기술과 진심을 함께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장권 월성1사업소 주임

한전KPS인상 우수상 수상자 도움 받고 도움 주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저연차다 보니 ‘내가 과연 가능할까’ 고민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주변 선배님들과 부장님, 차장님들께서 “충분히 할 수 있다”라며 용기를 주셨고, 옆에서 하나하나 코치해 주신 덕분에 이런 큰 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재작년 전국기능경기대회와 뿌리기술경기대회 등 여러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바쁜 와중에 직접 모형을 만들어 함께 연습해 주시고, 현장에서 배운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해주신 선배님들 덕분입니다. 존경하는 선배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며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자주 품었습니다. 먼저 다가가 현장의 긴장을 풀어주면서도 책임감 있게 일하는 선배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를 보며 연차가 낮은 직원들도 도전에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보다 무엇이든 시작하고 도전해 보세요. 저 또한 누군가 도전할 때 언제든 곁에서 돕고 응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